안완식 박사께 들어보는 토종종자 관리법(흙살림)
<종자 보관법>
종자는 보통 완숙기 이후부터 발아력이 퇴화된다. 채종한 뒤 파종할 때까지 발아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한다. 종자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다른데, 재배‧수확‧조제‧저장 조건에 따라서도 다르다.
1) 종자의 수명 : 종자는 상온에서 저장할 때 수명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한다.
-단명 종자(채종한 뒤 1~2년에 발아력을 상실하는 종자) : 파, 양파, 당근, 땅콩 등
-단명 종자로서는 긴 것 : 양배추, 상추, 고추, 완두, 강낭콩, 우엉, 시금치 등
-비교적 장명인 것 : 무, 순무, 배추, 오이, 호박 등
-장명 종자(채종 후 4년 이상 발아력을 유지하는 것) : 가지, 토마토, 수박 등
2) 종자의 상태와 수명
성숙 종자가 미숙 종자보다 수명이 길다. 미숙 과실에서 채종할 경우 충분히 후숙한 뒤 채종하는 것이 좋다. 채종한 종자는 잘 말려 수분 함량을 낮춰서 저장해야 하는데, 수분 함량을 7~10% 이하로 낮추는 것이 좋고 12%를 넘지 않아야 한다.
3) 저장 온도와 습도
저장 온도는 낮을수록 좋다. 습도는 3~4%까지 낮출수록 좋다. 종자의 수분 함량은 저장 온도보다 5배나 중요하다. 종자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저장 전에 잘 말려야 한다. 종자 저장에 경제적인 조건은 5℃ 이하의 온도와 상대 습도 30~40%라고 할 수 있다.
4) 종자 간이 저장법
소량의 종자는 밀봉이 가능한 용기에 건조제와 함께 넣어 저장할 수 있는데, 건조제는 실리카겔, 염화칼슘 등을 사용하며, 종자 무게의 10% 정도면 된다. 잘 말린 종자를 밀봉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넣으면 5~10년 동안 저장할 수 있고, 냉동고에 넣으면 더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영하 20℃의 냉동실에 보관하면 수십 년 동안 보존할 수 있다. 종자를 꺼내서 일부만 쓰고 나머지는 다시 보관하려면, 냉동고에서 용기를 꺼내서 실온과 비슷해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놔뒀다가 종자를 꺼내야 흡습을 막을 수 있다. 종자 용기를 자주 열거나 오랜 시간 열어놓았을 경우에는 건조제를 약 100~130℃에서 3~4시간 말린 다음 밀봉된 병에 넣어 식힌 뒤 다시 넣으면 된다.
※잘 마르지 않은 종자를 밀폐해 상온에 보관하면 활력을 급히 잃으며, 영하 20℃의 냉동실에 넣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종자 채종의 기본>
종자를 채종하기 위해서 작물이 어떻게 수정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1) 자가수분 작물 : 약간만 거리를 두거나 격리하지 않아도 괜찮다(토마토, 가지, 고추, 콩, 벼, 보리 등).
2) 타가수분 작물 : 격리해서 채종해야 함.
-자웅이주 :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자웅동주이화 : 옥수수, 오이, 호박, 수박, 참외
-자웅동주동화 : 무, 배추, 양배추 등 십자화과
※잡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①격리 재배 ②시간차 격리 ③봉지 씌우기 ④망실
<채종포의 조건>
① 채종하고자 하는 작물이 그 지방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할 것.
② 재배하려는 밭 근처에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③ 감자는 저온성 작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씨감자를 생산하기 위해서 재배기간 중 진딧물이 적고, 기온이 서늘한 고랭지에서 생산된 것.
④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것. 상추나 양파, 홍화 같이 여름에 결실하는 작물의 경우 방수용 비닐을 설치할 것.
⑤ 자가 채종포 근처에 꿀벌을 치는 사람이 있으면 타가수분 방지를 고려할 것.
<채종포 관리>
정지와 착과 : 식물의 생산력은 일정하므로 한 그루에 너무 많은 과실을 달면 충분한 양분을 공급받지 못하여 생산된 종자의 활력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다.
-일시균등 성숙 : 가능한 한 같은 때 익게 해 수확기간을 단축한다.
-종자의 충실도 : 식물의 능력에 맞게 과실을 달아 종자에 충분한 양분이 공급되도록 한다.
<채종>
1) 수확 : 잘 익은 과실에서 채취한 종자가 가장 좋다. 무, 배추 등의 엽근채류는 꼬투리에 종자가 열린다. 종자의 숙도(maturity)는 개화 수정 후 종자 채취일까지로 한다. 잘 익은 종자가 세력이 좋고 수명이 길다. 엽근채류의 경우 한 번에 수확하므로 적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후숙 : 여건에 따라 일찍 종과를 딸 경우 후숙하면 발아력이 높은 종자를 채종할 수 있다. 박과‧가지과 채소 등은 수확한 과실을 일정기간 그늘에서 후숙해 채종한다. 십자화과‧백합과‧명아주과‧국화과 등의 채소도 채종 재배 식물을 베거나 뽑아 말리는 과정에서 모체의 양분이 종자로 이동하는 것도 일종의 후숙이다.
3) 조제 : 수확한 채종 식물은 건조해야 탈곡할 수 있다. 가능하면 비를 맞지 않게 한다. 다 건조되면 탈곡기 등을 이용해 탈립을 하고, 탈립 종자는 햇볕에 말려 조제한다. 그러나 물기가 많은 종자를 강한 햇볕에 말리면 종자의 색택이 나쁘고 세력이 떨어진다.
<정리 : 김석기(흙살림 전통농업위원회,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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