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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백두대간 대장정] 지리산…천왕봉 운해에 나를 안기리

後凋1 2008. 11. 25. 17:35

[백두대간 대장정] 지리산…천왕봉 운해에 나를 안기리
해발 1500m 이상 봉우리 10개… 80여개 계곡 흘러
입력 : 2005.01.06 15:23 28'

허공에 나를 걸어두고 싶을 때, 백두대간을 갈 일이다. 매 구간 2박3일 혹은 3박4일 동안 목숨을 의탁할 배낭의 무게만큼, 무망한 욕망의 무게는 덜어 두고….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백두대간 종주꾼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부터 백두대간 보호법령도 발효된다. 바야흐로 백두대간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그러나 그간의 백두대간 관련 정보는 산행로 소개 정도에서 그치고 말아, 백두대간의 면면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등산 동호인들의 욕구를 채우기엔 미흡했다. 월간 ‘산’이 토종 브랜드 에코로바와 더불어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길은 지형, 문화, 역사지리, 풍수, 지명, 식생까지 총망라하는 장장 24개월간의 대장정이다.

천왕봉(1915m). 드디어 백두대간의 남쪽 관문에 선다. 옛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 했다. 천왕봉을 중심으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주릉은 25.5㎞. 그 사이에 해발 1500m 이상의 큰 봉우리만도 10개가 있고, 80여개의 계곡은 북동쪽으로 남강, 남서쪽으로는 섬진강을 살찌운다. 오지랖도 보통이 아니어서 둘레 800여리, 면적 471.785㎢로 북한산의 약 5배다.





 

 

 

 

 


 

 

 

 


▲ 지리산 촛대봉 위로 해가 솟는다. 구름이 바다를 이뤄 천지를 가렸지만 해는 어김없이 그 위를 비춘다.

조선의 유학자 남명 조식은 “산 중에서 두류산(백두산이 흘러내려 맺힌 산이라는 뜻으로 지리산의 이칭)보다 큰 산은 없고,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두류산이 가까이 있지만 여러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아도 그 모습을 볼 수 없구나”라고 했다.

천왕봉에서 내려서 통천문을 지나면 평원 같은 고사목 지대가 나온다. 옛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석단이 있던 곳이다. 제석단을 내려서면 장터목 대피소. 옛날, 천왕봉 남쪽의 시천 사람들과 북쪽의 마천 사람들이 봄가을로 물물교환을 했다 한다.

장터목을 지나면 연하봉(1730). 이른바 연하선경이다. 늘 안개가 서려 있어 신선이라도 나타날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겠다. 연하선경을 지나면 무리 지은 바위봉우리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촛대봉이다. 그 아래는 세석평전. 어쩌면 세석의 철쭉은 촛대봉이 밝힌 꽃불일지도 모르겠다.

세석평전을 뒤로 하고 영신봉(1651), 덕평봉(1521)을 지나면 벽소령. 시리도록 푸르다는 벽소령의 달밤을 상상하며 형제봉(1452), 명선봉(1586), 토끼봉(1534)을 오르내리면 화개재(화개재에서 동남쪽 계곡을 따라 흐르면 화개장터에 닿는다). 화개재에서 두 다리에 불끈 힘을 주면 삼도봉을 지나 반야봉(1732) 아래. 지리산의 심장 같은 봉우리인 반야봉은 지리산 어느 봉우리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노고단에서 끝나는 지리산의 주릉은 그 이름에 걸맞은 여운을 남긴다. 웬만한 산이라면 결코 흉내내지 못할 조망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종석대(1356)와 이름만 들어도 마음속에서 억새가 일렁이는 만복대(1433)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야봉을 코앞에 두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유장한 흐름을 한눈에 안기는 만복대의 눈맛은 지리산의 마지막 선물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축소판이다. 백두대간의 기세가 응축된 이곳에 천하 대명당이 산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학대사는 ‘청학동기(靑鶴洞記)’라는 글에서 이렇게 감탄하고 있다.

“아름답구나. 산수의 아름다움이여! 위대하구나. 성신(星辰)의 응함이여!”

(월간산 백두대간 취재팀)

출처 : 일산하나산악회
글쓴이 : 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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