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우두령 황악산 궤방령
산행일시: 09.2.8. 일
날씨: 아침 짙은 안개 후 맑음 . -6ºc ~12도
산행구간: 우두령→삼성산→여정봉→바람재→형제봉→황악산→운수봉→여시골산→궤방령 11.4km
산행시간: 10:45~15:25 4시간 40분
어제 하루종일 짙은 안개 속에 고교동창들과 청계산을 등산하고, 그 안개 속 눅눅한 추위에 몸이 으슬으슬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찌부둥하다. 오늘 아침도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 주차장에 내려왔는데 아침 추위에 차 앞 윈도우가 살짝 얼었고 안개로 10m 앞이 잘 안 보인다. 엉금엉금 기듯이 대화역에 도착한다. 혹 시간에 늦을까 걱정을 하며... 버스에 승차 후에도 몸에 으슬으슬 한기를 느끼며 어째 오늘 고전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
날씨는 그러나 황간인터체인지를 들어서니 안개가 다 겉히고 활짝 햇살이 퍼진다. 차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시골 풍경이 이른 봄의 나른한 풍경을 보여준다. 가끔씩 밭에 나와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띤다. 아른한 풍경 속에 나른함. 전형적인 봄날의 풍경인양 창밖 풍경이 이어진다. 소생과 창조를 준비하는 대지의 정경은 그렇게 나른함으로 시작이 되는 듯 싶다.
우두령에 내려 채비를 하고 부지런히 능선을 향해 비탈길을 오른다. 녹았던 길이 다시 얼어붙어 아직 녹지 않은채,찬 냉기가 확 몸으로 전해진다. 종아리에 팽팽한 긴장감과 약간의 근육통을 느끼며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차 안에서 미리 근육통 완화제 연고를 발라 두었으렸다.
이제는 대간길 등산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길에도 어지간히 익숙해졌다. 25분 정도 지난 지점에서 저 만치 삼성산 정상이 드러난다.
40여분 만에 삼성산 정상에 섰다. 일단 길에 올라서 부지런히 걸어 땀이 나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몸이 가볍고, 대간길 의 맑고 힘찬 정기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다리와 몸을 관통하여 온 몸에 흐르는 느낌이다. 새로운 생기가 몸에 넘친다.
저 멀리 오늘 헤쳐나갈 능선길을 사진에 담고, 다시 부지런히 일행의 뒤를 쫒는다. 능선길 오른쪽 김천시 대항면쪽 산중턱 삼성암에서 스님의 염불소리가 들려온다.
여정봉(1034m) 정상. 아무런 표지가 없다. 글자가 지워져 알아볼 수 없는 표지판이 널부러져 있다.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늘 하는 버릇대로 뒤로 돌아서서 지나온 마룻길을 돌아본다. 바로 지나 온 삼성산 그리고 그 뒷편 희미하게 화주봉?
그리고 앞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마룻길 바람재 넘어 형제봉 황악산 능선.
오늘 산행은 아름다운강산님과 함께하기로 내심 작정을 하고 보조를 맞추며, 삼성산 정상에서 부터 뒤를 쫓는다. 백두대간을 5회 완주, 3회 북행 2회 남행을 하셨다고 한다. 이번이 여섯 번째 북행길. 57년생 건산과 띠동갑이라고 했으니 우리나이로 65세. 큰형님격.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는 몸. 대간길에 지혜로운 멘토를 도반으로 함께하는 것은 참 큰 행운이다 . 뒷 모습이 아름답다.
바람재 헬기장을 지나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형제봉과 황악산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계속 올라가야 한다. 처음 대간길에 나섰을 때,르막길마다 숨이 턱에 차고, 발걸음이 무거워 한 걸음을 떼어놓기 힘들던 때가 어제같다. 이제는 오르막마다 내몸이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에 자못 놀라며 흐믓하다. 장딴지와 허벅지 의 근육을 팽팽하데 긴장시키고 위로 어지는 엉치뼈 부근의 근육까지 뻐근하게 압박하는 걸음걸음의 쾌감. 고통의 쾌감. 이건 비정상적인 마조히즘의 쾌락이 아닌,내 몸의 한계능력에 줄기차게 도전하는 내 의지의 발현과정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하고 간단하게 행동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전에 같으면 추위에 옷을 서너겹 더 입고도 식사를 하는 동안 추위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봄날씨!
바람도 없고 올라온 그대로의 복장으로 점심을 마무리 한다. 영원한 해병님이 가져온 소주 몇 잔도 곁들인다.
저만치 형제봉이 눈에 잡히고.
형제봉을 지나자 황악산이 바로 눈 앞에 드러난다.
황악산 정상에서 바라 본 직지사방향 아래 안부. 봄날인양 따뜻한 날씨에 바람 한 점 없고, 여기 저기 등산객들이 모여 앉아 푸짐한 山頂午餐을 즐긴다. 굳이 오찬이라 함은, 없는게 없는 메뉴에다( 삽겹에 족발에 오리구이에 갖가지 과일....)주당들의 다양한 술까지 곁들여 졌으니... 먹는 것을 너무 밝힌다. 우리 한국인들. 산 위에서.. '먹자구 하는 건데..' 하며. 그런가?
봄이 멀지 않았는지 여자 등산객이 훨씬 많은 듯 한다. 김천에서 직지사를 경유하여 오른 등산객들.
다시 한 번 휘- 족적을 돌아보고는,
사거리 鞍部에서 점심식사 후 쉬지도 못하고 이내 달려온 다리를 잠시 풀어준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일행 싸니윤이 건네주는 꿀차도 한 잔 마시고 기력 재충전하여 다시 출발!
운수봉을 지나쳐서 저 만치 앞에 여시골산이 막아선다. 여시골산? 예전에 여우들이 모여 살았나?
白頭大幹, 그 먼 길을 걸어 종주를 마치는건 쉬운일은 아닐께다.
요즘 너나없이 많은 사람이 대간길을 걷지만 그 길을 완주하는 건 나름대로 하나의 성취임에 분명하다.
다섯 번의 완주의 五星將軍 '아름다운강산님, 한적한 대간길 한 곳에 리본을 달며 다음 7회차 대간길을
기약하시는 듯.
대간 마룻길, 그 험하고 먼 길을 걷는 중에 함께하는 지혜로운 도반을 만나는 건, 참 소중한 인연이고,
축복이다. 험준한 길이 있고 변덕스런 날씨가 있고 예상못한 여러 난관이 가로 놓여 있을 게다.
그 길을 같이 걷는 것이다. 때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길목에서 지혜를 모아 이정표를 찾고 신뢰를
쌓아간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삶의 지평을 더 멀리 확장한다. 만남을 통해 대간길은 길의 의미를 더 한다.
140원 주홍리본, 시간의 저편 어느 시점에서 내가 다시 이 공간을 확인할 것이라는 삶의 의지.
그리고 대자연에 대한 외경과 감사에 다름아니다.
고운 누이, 여니님과 여시골산 정상에서 몇 번의 산행 후 처음 함께 포즈를 취한다.
자기 한 옆으로 서라고 코치를 한다.
ㅋㅋ 혹 사진 망친건 아닌지... 어울려요?
궤방령에 내려오니 아직 해가 중천이다.
장승과 나란히 선 男根石으로 햇살이 비친다.
男根의 힘줄인양 바위에 突起된 금줄로 보아, 勃起中이다.
中天을 넘은 햇살은 비껴 비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