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괘방령 작점고개
산행일시: 09.3.8. 일
날씨 : 맑음 -1~10 ℃
산행구간 : 괘방령 10.4km 추풍령 8.7km 작점고개 19.1km 산행시간 10:30 ~ 17:20 6시간 50분
사전에 답사한 대로 경부선 하행길 안성휴계소 밖에 차를 파킹하고,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 휴계소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일행을 태운 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나 등산객들의 인파가 많지 않다. 어려운 시절 탓인가?
식당 밖을 내다보는 데, 이제 두세 돐이 지났을까 아빠의 무릎높이보다 조금 클까 말까한 이제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계집아이가 제 아빠의 무릎 사이로 서툰 뜀박질로 뛰어들어 안긴다. 몸을 던져서 안긴다. 서른을 갓 넘었을 젊은 아빠가 아이를 번쩍 안아 품에 안는다. ...
품에 난 자식을 생각하며..., 몸을 던져 제 아비의 품에 안기는 계집아이의 아빠가 부럽다. 조금 후에 두 살은 더 먹었을 아이의 언니와 엄마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먼저 와 앉아 있는 시부모인지 장인장모인지와 함께 여섯 식구가 둘러 앉는다. 커풀룩이다. 여섯이.. 단란하고 행복한 3代다.
나도 언젠가 아들놈이 저렇게 내품으로 달려든 적이 있었나? 내가 과연 무조건의 사랑을 누구에게 준 적이 있나? 아들에게... 아내에게...
잠시 후 약속된 시간보다 10분여 빠르게 버스가 도착한다. 대간일행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 안성으로 이사와서도 계속 대간길을 같이 하는 내가 미더운 모양이다. 오늘은 버스 맨 뒷 좌석까지 꽉 찼다. 만석이다.
점심으로 먹을 던킨도너츠 3개를 사서 차에 올라 바로 눈을 붙인다.
날씨는 맑고, 대기는 아직 상큼하게 서늘하다. 선두가 부지런히 산행 들머리를 치고 올라선다.
산행 들머리를 조금 지난 오르막에서 지난 회차 걸어온 여시골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을 올라 능선길에 접어드니 저만치 가성산 능선이 눈에 잡힌다.
오늘 산행은 비교적 쉬운 편이란다. 등고차가 심하지 않고 巖陵도 없다. 하지만 산길은 변함없이 힘들다. 높이가 조금 낮다고 결코 오르기 쉽지 않은 것이다. 매양 대지의 딸들이니까. 다만 그 생김과 형상이 제 각각인 채, 각기 다른 어려움으로 우리의 수고와 인내를 요구한다. .... 저마다의 범접할 수 없는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창조의 모든 母性이 그러하듯.
가성산 조금 못 미친 능선길. 시원하게 뚤린 경부선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소나무 한 그루가 낮은 자세로 절벽 아래로 가지를 뻗고 있다.
언땅이 녹으며 길이 미끄럽다. 눈길보다 더 미끄럽다.
가성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강산님이 산 아래를 카메라에 담고 계신다. 등산 초입 잠시 뒤로 물러서시기에 내가 앞서며 많이 뒤쳐지실 줄 알았는데, 어느 새 앞에 서셨다. 늘 그렇다. 연륜... 대간길 짠밥 ㅋㅋ
장군봉에도 별다른 표지석이 없다.
孟春, 눈녹은 땅이 새 생명을 준비하며 부드러운 母胎의 모습으로 창조를 준비한다.
저만치 눌의산 정상이 잡히는 곳을 찾아 일행들과 햇살 가득한 참나무 낙옆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따금씩 마른 나뭇잎 밑에서 무엇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다. 부스럭... 그리곤 다시 잠잠. 뭘까?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추풍령이다. 아랫 쪽 추풍령저수지 앞 쪽이 금산이고 그 곳에 올라 동남진 하다가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북진하여 작점고개에 이른다. 저수지 좌편이 다음 회차 산행의 용문산이렸다.
"봄의 흙은 헐겁다" 김훈은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언 땅이 녹고 햇볕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흙의 관능은 노곤하게 풀리면서 열린다. ....봄 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기의 싹이 먼저 땅 위로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 얼고 또 녹는 물의 싹들은 겨울 흙의 그 완강함을 흔들어서, 풀어진 흙 속에서는 솜사탕 속처럼 빛과 공기의 미로들이 퍼져나간다. 풀의 싹들이 흙덩이이 무게를 치받고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흙덩이의 무게가 솟아오르는 풀싹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풀싹이 무슨 힘으로 흙덩이를 밀쳐낼 수 있겠는가. 이것은 물리현상이 아니고 생명현상이고, 역학이 아니라 리듬이다. 풀싹들은 헐거워진 봄 흙 속의 미로를 따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풀은 올라온다. 생명은 시간의 리듬에 실려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 봄에 땅이 부푸는 사태는 음악에 가깝다. " 대지 母神 그 子宮의 변화를 이렇게 멋지게 묘사한다. 그러나 새싹의 의지도 간과할 수는 없으려니, '졸琢同期' 생명의 탄생에는 어미의 '琢'에 생명의 '졸'이 더해져야만 하는 것...
가파른 눌의산 내리막길. 해동이된 축축한 지표면이 눈길보다 더 미끄워서, 엉덩이가 무거운 우리 기흥님이 거푸 엉덩방아를 찧는다. 진흙 맛사지가 그렇게 좋다는 데, 정력에...
하여튼 이곳에서 기흥님의 궁둥이를 찍고나서 궁둥이 기운에 내 카메라렌즈에 먼지가 뭍어서, 그 다음의 사진들에 문제가 생겼다.....ㅋㅋ 사실은 눌의산 정상에서 렌즈에 이상이 생겼다.
영심님이 똥침을 준비했다.
영심이면 무심이고 허심이니 달관일진대, 그녀의 겸손이 다가가기 편케 영심이라 했으렸다.
산청댁이시다. 나는 그런 이름이 정겹더라.
그렇다고 그것이 전혀 19세기의 남존여비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 아닌걸 이해하시겠지.
한 뿌리에 8형제..
추풍령 고개 가까이 봄기운의 매화꽃망울.
눌의산을 내려오는 길, 일행이 추풍령까지만 갈 낌새다. 2시가 넘으면 이곳 추풍령에서 귀경길을 고려해 부득이 후미그룹의 진행을 막는다고 했르려다. 부지런히 홀로 일행을 앞서서 추풍령 고속도로 지하도를 건너니 활주로님이 기다린다. 일행을 잠시 기다리는데, 이곳에 차를 대기하고 있던 장부장으로부터 뒤의 일행이 추풍령까지만 산행을 한다는 전갈이 왔다. 하면 내가 산행의 맨 후미다. 활주로와 같이. 활주로 저 젊은 이는 이륙하면 무지막지하게 날른다. 큰일났다.
추풍령은 해발 221m에 불과한 낮은 고개다. 하지만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영남과 중부지방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 대간 마루길, 때로 논두렁이 대간의 마루금이 되기도 하는데 그 곳도 표고가 여기보다 높다고 한다. 아름다운 강산님 왈.
금산의 오르막길 부지런히 활주로를 따라 붙는데, 힘에 겹다. 잠시 숨을 몰아쉰다. 사면에 자작나무과의 흰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눌의산 정상에서도 확인 할 수 있던 조림지다. 자작은 아니고... 조림한지 2~30년은 되었으려니 싶다.
대간길! 자동차로 고속도로 위로 달리면 한나절 길이다. 그 길을 걷는 것이다. 온 몸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다리 근육 안에 새기는 것이다. 온 몸이 후즐그레 지친 몸에 오히려 정신은 맑고 밝다. 육체의 고통이 혼을 맑게 한다. 힘든 걸음 사이에 탐욕과 시름을 벗어버리고 내려놓은 것이다. 그 빈 자리에 대간길 주변 그 때 그 때의 풍광을 담을 일이다. 태동하는 봄의 정기를 담을 일이다. 이리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에..
저 뒤 편 눌의산 봉우리. 뒤 돌암보지 말란 말이야!
아름다운 강산님을 만났다. 구제주다. 이제 저 분의 발걸음을 뒤따라 그저 뚜벅뚜벅 그 페이스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안심이다. 대간길의 멘토가 주는 위안이고 격려다.
추풍령 저수지 너머 오목하게 보이는 곳이 작점고개라고 강산님이 알려주신다.
노간주나무 가지에 정병훈 하문자 부부님의 리본이 걸려있다. 추풍령을 지난 이곳에서부터 여러 매의 리본이 집중적으로 걸려있다. 2001년에서 2003년까지 함께 하셨다고. 참 멋진 부부
나도 소백산을 지나 대간길 완주에 자신이 붙을 즈음,
마룻길 옆 어느 참나무 가지에 리본 한 조각 달아볼까나?
나
금산을 넘어 매봉재 사기점고개를 지나는 등로에 모처럼 소나무가 우거진 솔잎 능선길이 이어지고,
사기점개로 내려오는 내리막에 몇 백년 되었을 참나무들이 신령스럽게 느껴졌다.
북쪽으로 용문산 능선. 갈 길이다.
북진하다가 동진 동남진 다시 다시 동쪽으로...서편으로 오늘 걸은 추풍령 너머 가성산 장군봉 눌의산 능선의 동쪽사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눌의산 가파른 내리막에서 부상을 당하셨단다. 힘겨워하신다. "기아 변속이 잘 안돼!" 하시며..
아득히 보이는 가성산 장군봉 눌의산 능선의 동편 사면.
많이 걸었군. 여니님이 절룩거리신다.
대단한 할매. 젊은 할매. 손자 보시느라 집안에만 계셨더니 오늘 잘 적응이 안 되셨단다.
자꾸 나다니세요! 동네 산보라도 빠지지 마시고,
미모에 반한 이웃 할배 차 한 하자거든 거절 마시고...
오늘 하루 대간길 조금 길었고 힘들었다. 하지만 추풍령까지는 아무래도 좀 미진하다. 지치기는 했지만 내 몸을 조금 더 고행에 맡기니,
아무렴,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어찌 아니 좋을시고...
기흥님의 엉덩이 찍다가
기스난 렌즈 때문에 모처럼 각도를 잡으며 찍은 사진들을 다 망쳤다.
까페지기 장부장! 오늘 만차, 지난 번 시산제 약발을 받은겐지 최도사의 도력이 기능한건지..
다음 대간길도 오늘처럼 ...
시끌버끌 뒤풀이가 이어지는 정자 옆 소나무가지 사이 난함산 위로 달이 떠 있다. 어둠이 내린다.
그리고 최도사. 환호 속에 오늘의 무사 산행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