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월출산

後凋1 2009. 3. 17. 17:49

때:09.3.14~15. 무박 

날씨 : 맑음   산행구간 : 도갑사 억새밭 향로봉 구정봉 베틀굴(음수굴) 바람재 남근바위 천황봉 구름다리  사자봉

 천황사지 탐방지원센타  8.9km

 

 2년 전 불교 귀농학교 인드라망의 소개로 해남에 머물 때, 해남에서 나주를 거쳐 광주로 가는 길, 13번 국도에서 바라보았던, 월출 천황봉의 위용.

때 늦은 눈으로 봉우리를 수놓은 채 천황 영봉이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신령하게 느껴졌었다.

 그 때 처음 월출산을 지근에서 만나고, 바로 찾을 것을 마음 먹었지만, 오늘에서야 이 아름다운 호남의 금강을 찾게 되었다.

늘 곁에 있는 것, 그 축복을 우린 쉬이 지나치고 놓쳐버리고는 한다.

 

     도갑사 등산로 입구에 내려서, 일행들과 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인스턴트 누룽지탕이 구수하고 맛있다. 새벽 산행에 제격이다. 센스있는 선택. Thanks, Sunny Youn.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계곡길을 오른다. 한참을 오르니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고, 계곡물 소리가 잦아들 즈음 아직 새벽달이 중천에 뜬 채, 동편능선이 어스름하게 밝아 오는데, '드드드드....,'혼을 두드리는 듯 딱다구리 나무 찍는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진다. 월출의 영이 내 안의 무엇을 잡아 흔드는 느낌.

 

 

 

  억새밭구릉에 도착, 붉게 동편 암능을 수놓은 새벽 월출의 오묘한 변화를 보며, 산 아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향로봉 구정봉을 향한다.

 

 

  구정봉에 오르는 오르막 좌우로, 월출의 수많은 암봉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황홀한 빛의 잔치를 연출한다.

  구정봉에 올라 동북쪽으로 바라 본 천황봉.

   구정봉에서 단체 사진 한 컷. 애처가 펭귄아빠가 각선미를 과시한다.

  ....

  베틀 굴. 음수굴 . 천지가 음양의 조화로 가득하지만, 월출은 또 그 음양의 기묘한 조화와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신묘한 솜씨로  형상화해서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덤덤 바라볼 수도 있고, 그 모습에 경이와 찬탄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감성도 있고.

다 저나름의 안목일 따름이다. 그렇다, 아니다 따질 필요가 없으니. 저저히 다 옳고.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를 따름.  안내문대로 정말 묘하게도 이 동굴은 동쪽으로 10여분 거리의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고 있다.

 

    威風堂堂! 

우람한 돌출,  창조의 힘이 느껴지는 월출의 걸작이다.

 그게 그러니까, 거시기 뭐냐. 거시기가 우람차게 거시기  거시기해 있는데.  거시기 그게 암만 거시기해서 거시기 그거이 참 거시기허구만 . 

여인은 용사를 사랑한다. 그것이 힘찬 창조의 동력이다. 우수한 후대를 위한 창조주의 의지다.

그녀는 그 위용에 다소곳.

 

   오메 징한 거! 에그머니 숭한 거! 하며 눈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바라보았을 우리의 할매들..

그들의 인고의 세월은 가고, 21세기 지금 여기 이 시대의 여인들은 그 타부시하고 금기시 했던 성의 담논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바기나 플라워  

                                                                                              진수미

 여름 학기

여성학 종강한 뒤, 화장실 바닥에

거울 놓고

양다리 활짝 열었다.

선분홍

꽃잎 한 점 보았다.

이럴 수가!

오, 모르게 꽃이었다니

아랫배 깊숙이

이렇게 숨겨져 있었구나

하얀 크리넥스

잎잎으로 피워 낸 꽃잎처럼

철따라

점점이 피꽃 게우며, 울컥울컥

목젖 헹구며, 나

물오른

한 줄기 꽃대였다네.

 

어제 조간. 히말라야 8000m급 9개봉을 등정한 오은선은 다시 14좌 완등에 도전한단다.  거침이 없다.

출장 다녀와, 아내의 샤워물 소리를 들으며 짐짓 잠든 체 한다는 이 시대의 남성들...

'그라고도 내일 아침 조반?  조반같은 소리 하네.' ㅋㅋ 

    여러 장의 남근석 사진을 찍고 천황봉을 향하는 데, 여니님은 저 아래 저 바위 곁을 떠나지 못하고 계신다. ㅋㅋ  돌의 마법에 걸린게여...

 

 

천황봉 정상은 조망이 좋다. 너른 호남평야에 불쑥 솟아 오르니, 마치 항공기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는 듯 하다.  저 아래 영암읍이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카메라가 고장. 그러면 내 산행의 기록은 끝이다. 막무가내로 내 기억력을 휘두르는 건망증은 아직은 치매로 단정하고 싶지 않지만, 만만찮게 내 의지를 가로 막는다. 시력의 감퇴와 더불어.

  매번 산행에서 꼭  그로 인한 해프닝을 벌이고 만다. 지갑을 이 번으로 두 번째 잃었다 다시 찾았고, 지난 번에는 자동차 Key을 잃어버려서 고생을 하고, 썬그라스를 두고 오고, 마스크를 두고 내리고...

산행 뒤풀이를 지나치게 즐기는 후유증이라고 위로를 해야 ....

 

 너무 수다를 떤다는 느낌의 두려움.

생각도 너무 번잡스럽게 느껴지고...

하지만 단 한 줄의 글도 써내려가지 못해서 안타까웠던 때를 기억하며 위로한다.

늦은 나이에 좀 주책이다 싶지만, 

나아지려니 하고. 

또 힘겹게 산을 오른 그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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