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화령 백화산 사다리재
2009년 9월 13일 일요일 맑음
이화령 ㅡ 조봉 ㅡ황학산 ㅡ백화산 ㅡ 평천치 ㅡ 뇌정산 갈림길 사다리재 ㅡ 안말 산행 거리 약 13km 산행
오랜만에 대간길에 나선다. 지난 여름 사진반 몽골여행과 친구들과의 라오스 여행으로 인한 여독으로 두 번을 빠지고 나니 혹 힘들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산행기도 블로그 관리도 모두 한 켠에 미뤄둔 채, 멀뚱히 앉아서 그 여름 여행의 후유증과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찦차를 타고 새벽 45번 국도를 달려 용인으로 가는 길, 안개 자욱하다. 안개가 하늘 위 구름 사이로 가듯 짙게 시야를 가리다가 다시 훤해지고, 또 다시 한 떼의 짙은 운무가 차창으로 밀려오고는 한다. 오늘 날씨는 화창한 가을날씨임을 예보한다. 버스에 오르니 반가운 일행들. 선돌님 옆에 앉는다. 그제는 포천 백운산, 어제는 사천 앞바다 사량도의 지리망산, 그리고 오늘 대간길. 일흔 둘의 노익장은 지칠 줄 모르신다. 세월이 빠르시다고. 그렇다. 나도 산행기도 미쳐 쓸 사이 없이 하루가 일 주일이 휘리릭- 휘익-
지나간다.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차량으로 가득하다. '웬 행락차량이 이리 많을까?' 했더니 오늘이 마침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할 타이밍. 해서 공원묘원이 많은 용인까지 행락차량과 벌초를 가는 차량으로 혼잡하다.
조금 늦게 합류하는 미녀 '싸니윤'을 기다리느라 주차공간을 확보하려고 '태경'회장님이 자리를 잡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다. "춘자"씨였지...
등산객들도 많다. 이제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리고 등산은 참 쉬이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고 가장 좋은 건강관리법.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근래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레포츠에 빠져 있다. 나 도 그중 한 명. 휴일이면 온 산하가 만원사례. 줄을 서서 산을 오르내린다.
그녀의 뜨개질. 누구를 위한?
난 이런 모습이 좋더라. 내 자리에서 버스 전면 TV LCD화면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에 사진에 담으려니 안 된다. 보이는 것과 카메라앵글은 늘 다르다. 태경회장님이 아쉬운 채 한 장 사진을 찍어 준다.
장부장이 한 차례 버스로 알바를 하고는 도착한 이화령 휴게소는 평소 텅 빈 곳인데, 등산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대부분은 조령관문으로 가는 등산객들이리라 10시 40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최도사님의 잘난 아들이다. 아비의 자랑이고 보배다.
산행 들머리, 조금은 시끌벅적한 다른 일행의 꼬리를 물고 가파른 오르막으로 들어선다.
파란 초가을 하늘 아래 작은 마루턱을 일행들이 지나고 있다. 아름다운 장면인데 놓치고 만다. 아쉽다. 아쉬운 대로...
참 오랜만에 걷는 숲길. 환상의 마루길이다. 심호흡을 하며 행복하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상큼한 풀 수목내음...
완만한 오르막 발바닥에 전해지는 육산의 그 폭신함. 대지모신의 육체는 팽팽하게 탄력이 있다.
아으! 저 숲길. 봄날의 그 꽃 흐드러진 길보다 나는 이 길이 더 좋다. 해서 길섶 어디론가 누군가와 비켜 앉고 싶은 욕구. 그리고는 '와락'
잠시 마루길 옆으로 나서니 주흘산이 남쪽을 향해 꼭 앉아있는 곰의 형상으로 우뚝 서있다. 그 아래로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4차선 국도가 엇갈리며 남으로 내닫고, 각서리 마을 이쪽 산 아래에는 2년전 초짜 품팔이인 내가 천장을 석회에 갠 진흙으로 바르느라 무진 애를 썼던 선원이 있는 보현정사라는 아름다운 사찰이 있다.
잠시 후 한 떼의 일행을 동반하고 나타나신 '강산'님 저 아래 산하를 카메라에 담으신다.
잠시 후 도착한 황학산에서 바라본 백화산 능선. 저 곳에 올라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백두대간은 속리산 구간을 지나서 소백으로 가는 길목에 북진을 하다가 이곳 문경구간에서 북동쪽으로 완만히 횡보를 하는데 이 곳 구간에서 주흘산을 끼고 이리 저리 좌우로 도는 느낌. 오늘 구간은 이화령에서 사다리재로 역행을 하는데 구간을 따라 차내에서 나누어준 산행로를 따라가다 보니 그 놈이 참 묘한 모양을 그리고 있다. 백화산은 그 맨 끝 용솟음치는 분출구의 위치에 있다. '강산'님이 힌트를 주셨다.
사진 중간의 오똑한 산이 '옥녀봉' 가은읍 작천리 뒷산이다. 그 산 아래서 '희양' 과 '뇌정' '백화'를 바라보면 귀농을 꿈꾸었지만, 한 자락 꿈이고만 말았다.
남을로 달리는 산줄기들, 아름답다. 백화산 정상 아래에서 일행 모두가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마루길 날머리인 사다리재를 향한다.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르게 너덜길이 이어지고는 한다. 일행과 떨어져서 한 시간여 넘게 혼자 걸은 듯하다. 이리 홀로 호젖하게 걷는 맛이 또 별다르다.
이따금씩 후두둑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참나무숲 사면에서 들린다. 지난 번 청량산 산행에서 우리 일행중 한 분은 세 번이나 떨어지는 도토리에 머리를 맞았다고... 참 별나게 재수 좋은 사람? 고교시절 내 친구놈은 날아가는 새가 싼 똥을 몇 번 얼굴에 맞았다고 하던 데... 도토리를 세 번이나 맞은 그 도사님은 아마 길을 가다가도 염복에 여난을 겪을 운명이렸다?
그짜그로란 말이시? 알가씨요 "짱아"님.
뇌정산 능선. 저 산 아래 참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다. 감나무 익어가는 가을 햇살이 고운. 내가 꼭 살고 싶은....
백화산 능선길이 이리 폭신하게 아름다운 대지모신의 풍만한 육체인양 S라인로 아름답게 이어지다가는
삐끗하면 발목 접지르기 십상인 너덜길로 이어지고...
물봉선이 군락을 이룬 계곡을 지나 안말 마을에 이르니 마을 초입에 여든이 넘었을 노파가 그림인 듯 앉아서 밤을 깍고 계신다. 그 고독의 공간을 사진으로 담고 싶기도 하고, 해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어찌나 반기시는지...
외로우신게다.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붙일 사람이 없을 듯...
아들이 쉰 일곱,서울에 있단다. 나와 갑장이다.
몇 년 전 바깥 양반을 먼저 보내시고 혼자이시라고. 술 한 잔 주시겠다고 마구 붙잡으신다. 두어 웅큼 산밤을 쥐어 주신다. 그 계곡 아래 적막이 견디기 외로우신게다. 거저 아무 사람이나 마냥 반가우신 게다.
노랑 분홍 물봉선.
탁족에 등물이나 할까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앗! 선녀들의 등목.. 기대와는 달리 기껏 정갱이까지 뿐이다.
계곡물은 숲과 하늘을 담은 채 조용히 수근대며 안말을 지난다.
분지리 안말계곡의 늦여름 초가을 햇살이 어느 사이 산중턱에 맞은편 산그림자를 걸어 놓았다.
짱아님이 준비한 삼계탕에 소주 한 잔을 걸치니...
아! 오늘 행복하다.
귀가길도 많이 막힌다. 여주 휴게소에 내려 "싸니윤'님과 지하수로를 따라 차를 파킹한 반대편 휴게소로 길을 건넌다.
"여기 !" 그녀는 늘 나의 아름다운 대간길 모델이었다. 늘 밝다. 씩씩하고 건강한 곧 특전사에 입대하는 아들이 있다. 때로 아들의 방황에 진득하게 기다리며 신뢰를 줄 줄 아는 지혜로운 어미였다. 긍정의 삶을 산다. 꼬장꼬장 꼰데인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는 엇비슷이 내 닫힌 생각을 가벼이 짚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