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 나물

[스크랩] 방천리 꽃이 흐르는 산골에서의 정기모임

後凋1 2010. 4. 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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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차를 가지고 오음리 정모장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춘천에 들려서 서면을 둘러보고 올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동암역에서 떠나는 일행들과 카풀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평택까지 버스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구로역에서 환승, 동암역까지 2시간여 소요되었다. 너무 서둘러서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1시간 전이다. 주변상가를 어슬렁거리다 호산님의 전화를 받고 SK대리점으로 가서 인사를 나누고 속속 도착한 카풀일행과 함께 10:30경 화천으로 출발.

 도도중에 춘천 대룡산 기슭 막국수집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고, 구비구비 험준한 배후령을 넘어 오음리에 도착, 그리고 다시 비포장도로로  산첩첩 10여km를 산길로 돌아드니 오늘의 정모장소인 소화 기도의 집이 계곡 맨 위쪽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계곡 아래로 몇 채의 집이 띠엄띠엄 산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휘이- 집을 한 바퀴 돌아본다. 집 뒷켠에 날자태그가 붙은 효소항아리 여러 개가 줄지어 서있다.

 

  황토방의 굴뚝에서 연기가 하늘로 퍼진다. 나중에 김골지기님에게 물어보니 연통의 열손실을 막기 위해 연통의 보온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중에 황토 한옥을 지을 요량에 이곳 저곳 유심히 눈길을 준다.

  호산님과 몇몇 부지런한 분들이 어느 새 산 능선 위로 겨우살이를 채취하러 간듯하다. 잠시 무료히 앉아 있다가 저녁시간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는 듯 하여, 이곳 지형파악 차 주변을 살피러 계곡 아래로 내려선다.

 

  30여분 천천히  봄이 오는 계곡 아래 동네를 돌아보고 되돌아 왔다. 

  소화 기도의 집 이웃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농부가 시금치를 재배하려고 로타리작업을 하고 있다. 주변의 돌이 많은 비탈 밭과는 달리 평지로 조성되고 돌이 다 제거되어 트랙터로 작업이 가능하다.

이곳 다른 곳의 산비알 밭에는 돌이 많고 경사가 심해 소로 갈아 엎어야 하고, 밭에 있는 돌들은 나름대로 기능을 하여 걷어 내지 않는다고 김골지기가 설명해준다. 돌을 걷어내는 건 하찔 농사꾼의 짓이고 상농사꾼은 돌과 같이 농작을 한다고. "돌이 오줌을 눈다"고 한다. 가뭄에 그걸 체험할 수 있다고...

  회원들이 속속 모인 후 카페지기 김골지기님의 정기모임 일정에 대한 설명과 교육 안내.  

  귀염둥이 '금강산'이, 애지중지 늦둥이가 아빠와 함께 진행을 맡아 함께 하였다.

  전통주 담그기 시연을 할 소품들이 준비되고...

  무대 뒤에서는 'Piglet'님이 출연 대기중.

  갑작스런 허리수술로 입원한 '낭천댁'을 대신하여 그녀에게서 전수받은 전통주 담그기 시연을 하는 피그렛님.

  주방쪽에서는 '금강산'군이 호산님을 대동하고 오늘 저녁 만찬준비를 총 지휘하고 있다.

  저녁식사 전 화천의 막걸리에 오디효소를 섞어, 주당의 미각을 자극하는 핑크빛 때깔의 오디막걸리로 오랜만의 만남을 자축하는 잔을 나누는데, 안주는 오이고추, 돗나물 ,두릅묵나물, 마늘죵 짱아치...

 잠시 후, '달사냥'님이 울릉도에서 바로 바다 건너 공수해 온 산마늘, 전호, 부지갱이나물 보따리를 바리바리 들고 나타났다. 이내 막걸리 안주가 울릉도의 신선한 산나물로 풍성해졌다. 아! 오디막걸리 목젖을 넘고, 다시 입안 한 가득 퍼지는 향긋한 봄나물 내음...

 

 핑크빛 막걸리, 그리고 푸짐한 산나물 안주의 유혹에, '소화'님 체면에 자작을 할 수는 없고... 얼른 눈치를 살핀 내가 잔을 권하니 덮석 기다렸다는 듯이 잔을 내민다. 애고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ㅋㅋ  그리고 다시 또 한 잔. 아마 내가 이날 이 여인네에게 점수 좀 땃을 기라. 남정네들이 이리 눈치가 없어서 어찌 이 여인천하의 시대에 사랑받으며 살아갈꼬...  

  입에 군침이 도는 저녁 메뉴 원추리무침, 냉이무침, 그리고 아직 상에 오르지 못한 ... ..

 

  저녁 캠프화이어를 위한 준비. 김골지기님의 힘찬 도끼질에 참나무 토막이 일격에  바로 쫙쫙 결따라 켜진다. 기를 모아 힘차게 끊어 내리쳐야 하는데, 옛 생각에 도끼를 이어받아 몇 번 내리쳤지만 에구, 그게 맘같지 않더이다.

 

   모닥불에 구어먹을 고구마는 은박지에 싸서 따로 한 켠에 ...

  풍성한 저녁식사를 함께 나눕니다. 하룻 전격 같은 食口가 된 거지요. 음식을 나누며 우린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당초 약속대로 '꽃다지'님과 내가 설겆이를 마치고 마당으로 나서니, 한창 캠프화이어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다.

 

  그녀의 가창력은 세미프로급.

 

 

  타오르는 참나무장작 불꽃의 열기 속에서 산골 이른 봄의 어둠은 점점 깊어 가고 여흥은 점점 고조되어 간다.

  김골지기집 근처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커플은...

 

 

  황토방에서 단잠을 자고 밖으로 나오니,  에너지 넘치는 여인네의 장작패는 모습. 상쾌한 산골 아침이다. 컹컹 어데서 꿩이 울고, 저 아래 마을에서 숫닭이 훼에 올라 울어대는....

  

 

  아침을 먹기 전, 서너 명의 신자들과 함께 황토방에서 공소예절로 미사를 드린다. 아침 햇빛이 눈 부시게 작은 황토방을 창을 통해 방안으로 비춰든다. 은총처럼...   '피글렛'님의 기도방, 행복공간이라고 하지 아마.

 

  귀염둥이 재롱동이 '강산'이가 발에 꼭 맞는 등산화를 챙겨신고 이제 막 새벽산행을 시작할 즈음...

 

  생강나무 꽃 채취를 하러 산을 오르기 전에 '김골지기'님이 다시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혹 꽃향기에 취해 춘정에 겨워 오바하지 말라고...ㅋㅋ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미소가 그렇고 사랑이 또 그렇고... 이네들은 행복할 줄 아는 듯 싶다.

 

  '꽃다지'

  20여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마루 능선길에 오른 후, 잠시 피그렛님의 꽃채취 요령을 듣고, 낙옆이 수북이 쌓인 능선아래 7~8부 산비알을 따라가며 생강나무꽃망울 채취를 시작한다. 노란 생강나무꽃 손 안에 넣어 톡 꽃망울 따며 그녀 마냥 행복하다.

 엇저녁 나와 함께 손발 맞추어 30년전 군대 졸병시절 식기 닦던 솜씨로 설겆이를 했던 '꽃다지'님도 바로 꽃 채취에 여념이 없다.

 

 

  

  가지를 잡아 당기면 코끝에 훅- 밀려드는 꽃향기, 노란 꽃봉오리 하나 잎에 물고, 봄처녀 가슴 설네는 그 마음은 그대로인 채 무심한 세월만 흘러...  '여울'님. '세월아 게 섯거라.'

 

  죽전에서 오신 회원, 우리시대의 에너지 넘치는 중년 맹렬여성의 전형? 열심히 자기 앞의 생을 사랑하며 즐기는... 스피드광. 그녀 덕분에 편안하게 분당터미널까지 왔다. 아마도 나를 의식하여 여러 번 추월차선으로 나서는 것을 참아내었을 기라...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일찍 편안하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에서 1시간에 한 대씩 있는 차를 20분여 기다려서 타고.

  산나물과 야생화를 사랑하는 젊은 커플.

  꽃송이를 따기 위해 꽃송이 가득 맺힌 가지를 당기면 훅- 코끝에 밀려드는 꽃 향기에 마냥 행복했다. 늘 마주치고 지나쳤는 데, 그 향기가 이리 혼을 흔들 줄 까맣게 모른 채 이제껏 살아왔다. 꽃내음그 내밀한 향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리 산비탈을 걸으며 꽃 한 송이 한 송이와 지근의 거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산 비탈에 늘어선 생강나무꽃이 그렇듯이, 우리 삶의 자리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인연들과의 만담도 그저 무심히 지나치며 그리 살면 언제나 익명의 타인일 뿐이다. 

 

  "예쁘게 사진을 찍어드리면 나중에 꽃송이 한 줌씩 보태주실 게요?"  묵묵부답, 아무도 대답이 없다. 에구,에구, 정신 차리자. 얼른 실속모드로 전환하여 저 만치 앞 산비알로 내닫는다.

 

 

  작년에도 산행루트에서 몇 번 조우했던 이름모를 꽃. 개화시기가 꽤 이르다. 꽃잎이 연분홍으로 옅고 꽃이 작아서 초점을 맞추어 찍기도 힘든 꽃이다. 나중에 피그렛님을 통해 "올괴불나무꽃"임을 확인했는데. 인터넷자료에는 올괴불나무꽃이 꽃술도 선명하고 크기도 더 큰듯한데... 혹 다른 꽃 아닌가 모르겠다. 숙제.

  때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아래, 생강나무꽃이 함께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때로 생강나무꽃 그 아래 산양똥인지 노루똥인지 콩자반인지...

  두 시간여 산비탈을 오르 내리며 꽃채취를 하고 돌아오는 길, 다시 나물채취에 여념이 없는 여인네들. 봄처녀의 그 본능이 아적 핏속에 남아있다가 봄볓에 다시 피어난 기라.

  고구마묵 무침, 동태찌개, 산나물 무침, 그리고 ... 점심메뉴.

  수북이 쌓인 점심밥그릇을 설겆이 하는 '강화도령' 멋쟁이! 패션감각에, 걷어부치고 나서는 봉사정신에...

  별채인 황토방. 김골지기의 작품. 아주 효율적인 구들 난방구조. 엇저녁 저 방안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메주냄새를 유년의 추억의 냄새로, 엄마품같은 아늑한 냄새로 느끼며 소싯적 고향마을 그 황토방의 향수에 젖어, 절절 끓는 방바닥은 보너스로 아주 아주 행복하게 단잠을 이루었다.

  손 줘!

  악수를 아주 잘 하는 이집 진도견.  외딴 산골에서 피그렛님의 반려.

 

 엇저녁 여흥의 자리에서 무대에 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우리의 '강산'이 한 포즈 잡아봅니다

 

  점심식사 후 오후 일정이 시작되기 전, 집 뒤켠 언덕에 올라 나물채취에 여념이 없는 그녀들..

  이어서 생강나무꽃차 시음과 건조방법, 보관방법, 그리고 그외 활용방법에 대한 부연 설명이 이어지고,

 

 

 

 

 어제에 이어서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전통주를 만드는 방법을 시연하는, 이 방면 전문지식이 해박한 '여울'님

 

  집에서 수시로 술을 빚어 드신다고... 그집 바깥양반을 좋겠다. 행복하겠다.

 

 

 

  모처럼 무대에 선 '여울'님. 해박한 이 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기꺼이 나누어 주시며 과정 하나 하나를 친절히 시연해 주신다.

 

 

 

  이어서 무거운 술동이를, 힘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호산'님이 24~28도를 2~3주 유지해야 하는 숙성과정을 거칠 황토방으로 옮겨간다.

저 술이 익거들랑, 이 골에 봄이 마냥 무르익거들랑, '피그렛'님 한 잔 하것냐구 기별 주실라우?

 

 

 

  '김골지기'님의 생강나무꽃차와 꽃잎이 쓰임새에 대한 자세한 부연설명.

 

 

 

  '된장 아지 아짐'의 다정한 모습. 행복한 사람이 보여주는 소박하고 푸근한 그 미소.

  곧 이 산골에 새 터를 잡고, 새생활을 꾸려갈 아름다운 커플의 산골살림의 산 지식 익히기.

 이 '된장 아지 아짐'은 뒷 태 마저 아름답고 다정하기 그지 없네 그려.

 

 

  이어서 푸짐한 경품이 진열되고.

  나눔에 신이 난 '된장아줌마'. 자! 이제부터 행복 나누기 시작.

나눌 줄 아는 그 마음씀씀이가 그리 쉬이 얻어지는 덕목이 아니니, 그래서 쉬이 행복해지기도 힘든 게우리들의 삶이다.

 

 

 

 

 

 

 

 

 

 

 

 

  그렇게 주최측이 정성들여 준비한 좋은 먹거리를 하나씩 챙겨들고 이제 집으로 향할 때가 되었다.

1박2일동안 모임을 알차게 진행하기 위해 애쓴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함께한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출처 : 산나물 동호회
글쓴이 : 後凋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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