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정원, 한계령- 점봉산-조침령
일시 : 2010. 5. 16.(일) 맑음 10~26 ℃
산행기록:한계령(02:18)--망대암산(04:58)--점봉산(05:36)--단목령(07:27)--북암령(08:51)--상부댐(10:06)--조침령(11:42)
산행거리 : 도상23.2km 소요시간: 9시간 24분
지난 번 구간이 삽다령에서 대관령이었으니 이번에는 대관령에서 진고개로 이어지는 20구간을 가야 하는데, 구제역이 창궐하여 선자령지나 대관령목장지대의 구제역방제를 위한 출입통제로 인해 부득이 코스를 변경해야 했다. 또한 한계령 단목령구간이 2026년가지 자연휴식년제를 시행 특별보호구이라 적발되면 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단다. 그 길은 가야 하겠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잠실역 승차장을 출발하였다.
마지막 휴게소인 내설악광장휴게소에서 새벽잠을 깨어, 앞뒤 작고 큰 근심거리들을 내려놓아 해우를 하고... 몸을 가벼이 한다.
한계령 정상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잠시 내려서다가
철책으로 막아선 곳을 돌아들어 곧바로 가파른 암능길을 오른다.
어차피 대간을 걷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 한다면, 대간길을 확보하여 길을 터주고 한 편 계도하여 그 마루금 주변을 살뜰히 보존하고 아끼는 마음을 진작시키어 휴식년제의 효과를 얻는 것이 바른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면 또 그 곳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그리해도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 자연이 훼손됨이 불을 보듯 확연할 터이니 통제를 안 할 수 없고...
나름대로 이 시대 부끄럽지 않은 양식의 소유자라고 자처하는 내가, 그 대간길을 다 걸어내고 싶은 욕심에 현실의 규범을 어기며 야음을 틈타서 대간길을 걷고 있다. 내심 양심의 가책이 없지 않은데... 보존이냐 개발이냐가 그렇고, 나를 포함 이런 현상에서 우리네 국민정서의 가늠이 있을 수 있고...
그 암능길 오르며 마음이 영 펺지 않았으니....
암능길을 지나 1155 1157봉을 어둠 속에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치고도 1시간여 넘게 산죽이 우거진 길을 걷는다. 산죽이 허리높이 넘게 무성하게 우거져서 가뜩이나 어둔 밤길 감각에 의해 발을 옮겨 딛는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내리막 산죽길에 혹 길을 잘못 들어섰나 걱정하며 한편 얼마를 다시 오르려고 이리 내리닫나 할 즈음 망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나타나고...
숨이 턱에 찰즈음 망대암산 정상에 닿는다. 저 만치 점봉산이 어둠 속에 우람하게 우뚝 서있다.
04:58 신새벽 망대암산의 공기는 차다. 떠나기전 기상청사이트에 조회한 바 이곳 점봉산 정상은 영하의 기온이라고 '율사'님이 전해준다. 손이 곱고 시리다.
남으로 점봉산을 오르는 완만한 사면에서 왼편 동해의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는다
05:24 '강산'님이 열심히 동서로 내닫는 설악의 능선을 배경으로 하여사님의 모습을 담는다.
여명 속에 동서로 뻗은 설악의 능선 끝청 대청
점봉은 진달래꽃 너머 어둠 속에 중후한 몸채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여기저기 소란스레 어둠의 정적을 깨며 새날을 연다.
점봉산 정상부근의 사면에서 설악능선을 담는다. 한계령을 경계로 이곳이 남설악 설악산 대청봉의 동서로 뻗은 줄기를 조망하기에는 이곳이 가장 좋을 듯 하다.
05:36 점봉의 정상. 1424m. 아직 일출의 주홍빛 연출은 그 정상 위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계령을 경계로 북설악주봉 대청봉과 대좌하며 북서로는 가리봉, 남으로는 작은점봉산과 가칠봉을 거느리고 있다. 동쪽으로는 주전골로 이어지는 오색 계곡
동남쪽으로 단목령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야할 길이다.
아름다운 야생화 즐비한 그 사면 마룻길을 단목령까지는 감시원의 근무시간 전에 닿아야 한다며 정신없이 내달았다.
국립공원 지킴터. 지켜져야 할 우리 소중한 강산. 그 길 걸으며 행여 잘못 발을 짚어 여린 풀포기 다칠까 그리 걸었다.
07:28 이제 감시원의 제지를 받는 구간을 통과했다. 이제부터는 10여km 남은 험난하지 않은 구간 점봉산, 한반도 천혜의 자생식물 의 천국, 그 천상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즐기면 된다.
단목령 지킴터를 조금 지난 곳 해발 고도 750m가 넘는 능선길임에도 저 아래 우렁차게 들리는 계곡물 소리가 유혹을 한다. 배도 고프다. 내려서서 잠시 계곡물에 손을 씻고 아침요기를 한다.
여인네들은 잠깐의 짬을 내어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고 가벼이 얼굴화장을 고치고 매무시를 가다듬는다..
계곡물 옆에 힘차게 싹이 튼 박새. 나중에 인터넷에서 이름을 알아냈다. 대간길 걷는 중에 마주치는 수많은 나무와 풀 야생화들 궁금한 개체들에게 관심과 애정의 눈길을 계속하다 보면 어찌어찌 아름아름 그 이름을 알아내게 된다. 그때 그때 기쁘다.
점봉을 저 만치 바라다 보는 곳에서
새벽 어둠을 헤치며 올라섰던 암릉구간을 사진에 담자고 일행인 '여니'님이 제안한다. 그녀는 늘 대간길 예습을 잘 해 오니 추억을 담을 포토존도 꼭 챙긴다.
지천으로 널린 피나물꽃.
1022봉이 우뚝 서있다.
산돼지가 파헤친 숲. 땅 속의 벌레를 파 먹는지 사면 여기저기 도처에 놈들이 파헤친 흔적이 들어나 있다.
북암령에서 잠시 휴식. 조침령까지 시간은 충분하고 주변의 아름다운 봄꽃이 만발하고, 천천히 아주 느긎하게 이 길을 즐기며 걷자고 일행의 의견이 일치. 이곳 점봉산은 한반도 자생식물의 남북방한계선이 맞다는 곳으로 다양한 식생이 그대로 천상의 정원을 이루고 있다. 잠시 휴식 중에 두 아름은 됨직한 물푸레나무 곁에 서서 포즈를 잡는데, 여니님이 또 물푸레나무에 시샘을 하네 그려.
아름다운 야생화 만발한 그 사면을 오르며 멋진 구도를 잡자고 엎드려 쏴를 몇 번 실시 했는데 성과가 시원찮다. 기껏 구도를 잡고 엎드리면 일행의 빠른 발걸음이 이미 지나쳐버리곤 해서...
휘휘 돌아돌아서 북암령 근처에서 두견화 너머로 되돌아 본 점봉의 남쪽 사면.
능선 위에 철 늦게 핀 두견화 사이로 여심은 세월을 잊고 설레인다.
한계령풀
962봉을 지나며 우측으로 상부댐이 보인다.
상부댐으로 이어지는 안부에서 잠시 쉬며 풀밭에 벌렁 누워 늦은 봄 푸른 창공으로 여린 촉수를 뻗은 나뭇가지를 담는다. 아직 이곳은 이른 봄. 가지는 아직 새잎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대간길의 연인. 강산님과 하문자 여사 부부
그 천상정원을 걸어내려오는 일행들의 모습은 행복 가득하고 콧노래 저절로...
나무도 때로 이리 역동적인 모습으로 정열적으로 포옹? 잎맞춤?
얼레지 농염하게 피어 고운 자태를 자랑하더니 열매 맺었다.
943봉 주변 전망대에서 걸어야 할 구룡령 조침령 구간 산줄기들을 바라본다.
동쪽 산 아래로 양수발전 하부댐이 보인다. 저곳에서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에 상부댐으로 물을 끌어 올려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 발전을 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 그런데, 에너지 불변의 법칙. 전력은 +가 되는겐지??
어느새 산하는 녹음이 무르익었다.
그곳 전망대에서 좌우로 미녀를 거느리라고 하고는 강산님이 한 장 박아주시네...
때로 이리 행복한 순간이 찾아드는게다. 그 길 걷다보면. 지천으로 늘어서 야생화 꽃밭에 이어 다시 꽃밭에...
11:42
지난 주 덕유종주의 힘든 길을 걸어낸 효과일까? 미인과 동행해서일까? 아름다운 점봉, 천상공원의 기를 취해서일까? 23km의 구간을 다 마치고도 힘이 넘쳐난다.
조침령을 내려서서 방태천계곡물로 땀에 젖은 몸을 씻으러 내려서는데, 벌깨덩굴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접사모드로 바짝 그녀의 자태에 다가서 보았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선가, 계곡물 유량이 풍부하다.
남정네들은 웃통을 벗어 제끼고 등목을 하고 여인네들은 탁족에 머리를 감는 것으로 힘든 마룻길 땀에 절은 몸을 수습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점봉의 품속 천상정원을 내려서서 방태천 흘러내리는 진동리 설피마을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