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째 주- 무르익는 봄볕 속 서까래 깍기, 두 엄지 손가락의 수난
4. 11. 월 2℃~17℃
본격 치목장 작업, 서까래 깍기
오늘은 등산하는 날. 아침식사 시간이 늦어져 정상까지 갈 수 없게 되었다. 학교 왼편 봉우리를 오르려고 사면을 올랐지만 왼편봉우리로 이어지는 등로는 없고 계곡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길만 나있다. 실습시간에 늦지 않도록 계곡을 건너 능선을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 계곡에서 발을 헛디디디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정강이가 까이고 오른 손 새끼손가락을 접질렀다. 응달진 계곡 깊은 곳은 아직 지난 겨울의 얼음장을 그대로 이고 있다.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단체로 구입한 작업복 패션. 젊은이들의 의견을 들어 선택했는데, 색상 옷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작업시작 전 체조를 마치고 ...
이어서 박교수의 작업지침에 따라 모탕을 손보고 본격적으로 서까래 깍기 작업에 들어간다. 귀를 찢는 엔진톱 돌아가는 소리 홈대패 전기대패 소리, 비산하는 대팻밥과 확 코끝을 자극하는 소나무 향 속에 작업이 활기를 띤다. 엔진톱으로 원목에 옹이를 제거하고 수피를 제거하고 원구에서 원을 그리어 서까래의 틀을 잡은 후, 홈대패로 모양을 잡고 전기대패로 다듬고 손대패로 마무리하는 일관작업.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 모탕을 만들다 실수하여 망치로 왼손 엄지손가락을 내리쳐 부상을 당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부상은 한 주일 내내 작업수행에 불편을 주고 나자신을 힘들게 했다. 조별로 처음 하는 작업임에도 익숙하게 전동공구를 다루는 교육생들이 있는 반면 나는 공구사용이 서툴고 부상으로 하루종일 쩔쩔매었다.
점심시간 보건소에 들러서 새끼손가락에 침을 맞고,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료하고 던나지 않도록 내복약을 타왔다. 2,000원 약값 외상. 이성수회장의 아들인 보건소장이 오늘로 임무를 마친다고 한다.
4.12. 화 -1℃~18℃ 기상예보“ 봄놀이 가기 좋은 날씨” 일교차가 19℃ 건조주의보
오음리 신축현장 주춧돌 놓기.
도면에 따라 기준점을 잡고 먹줄을 놓고...
박영환교수, 봄볕을 가리는 차양모자도 없이 작업현장을 누빈다. 모자를 쓰고 햇빛가리개를 더하고 썬크림까지 바른 다른 교육생들과내가 무안스럽게로..
작업현장에서 감독자, 도편수에게는 어떤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책상머리 일이 아닌 힘든 노동의 현장에서 김선생 이선생 누구누구씨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할 수는 없다. 직선적이고 때로 듣기 거북한 지시어가 일상화 된 곳이 힘든 노역의 현장일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지시를 하지 않고, 작업을 제대로 못하면, "김씨 짐싸세요" 그런다나. 입교 초기 몇 번이고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엄포에 어리둥절했던 기억. 이제쯤, 그리 새기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27명 한옥에 대해서는 문외한들과 함께 한 채의 집을 짓자고 하면, 어떤 류의 카리스마가 요구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장척을 이용하여 눈금 표시하고
먹줄을 놓는다. 수직으로 올렸다 내리 놓는다. 생각보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들이다. 작은 오차가 누적되면 크게 틀어지게 된다.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어 작업을 하는 즐거움.
막내 문수와 장민 아우는 주춧돌 중심선 먹이기를 맡았다.
수평잡기
윤수종씨가 현장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리드해 간다.
삐_삐_삐_삐 체크!
주춧돌을 정확히 수평으로 놓고, 수평줄과 일정간격을 유지하는 주춧돌 놓기 작업. 만만치 않다. 수평을 잡으면 높이가 흐트러지고 높이를 맞추고 나면 수평이 망가지고...
늘 뛰어난 능력이 있는 법. 저마다 타고난 달란트가 다르기 때문. 송인태씨와 조성준씨가 한조가 되어 일사천리로 작업을 해 나간다. 우리네 한나절 할 일을 저 둘은 단박에 요령있게 해낸다. 눈이 좋다. 우리는 수직으로 내려다 보며 이게 맞는가? 이리 저리보면 그때마다 틀린데, 저네는 우리가 따를 수 없는 감각이 있다. 내가 한나절 낑낑거리며 놓은 주춧돌은 저들의 손에 의해 다시 처음부터 수정되어야 했다. 나는 그저 미장이 일이나 조금 보탬이 되었을까...
그렇게 병풍산 자락 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그 봄날, 주춧돌 놓기 공사를 끝내고. 하루 일과 정리.
저녁 조용철씨와 나 그리고 27기 서예반 선배들과 함께 명재승 6기 선배이자 서예강사를 모시고 오음리 치킨집에서 회식자리를 가진 후 귀교. 보름을 닷새 앞둔 상현달이 법고당 위에 둥실 떠있다.
4.13. 수 1℃~20℃ 맑음
아침등산, 서까래깍기 작업 계속. 오른손 엄지 부상.어제 아침검도를 지도해 주는 이성수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상경. 오늘 아침 검도강좌가 없다. 월요일 등산을 못한 것이 아쉽고, 새벽 소변을 보고온 후 잠못이루기도 해서, 5:50 경 엇저녁 박상규씨가 나누어준 찹쌀백설기 두 조각을 배낭에 넣고 산을 오른다.
지난 주에는 못 보았던 진달래꽃을 혹은 활짝 핀 채로 봉우리 진 채로 능선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등산로 중턱 가파른 바윗길 27기생들이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잠시 후 암벽 밑에서 아침해를 맞이한다.
잠시 후 둥실 떠오르면 바라보기 힘든 태양의 광휘. 솔잎 사이로 훔쳐 본다.
학교 전경
산 정상부근 능선길에 서 만난 노랑제비꽃, 그 곁에 앉아서 싸가지고 온 떡과 더운 물을 마시며 잠시 쉬었다.
능선 끝 레이다시설 가는 길 바위 위 소나무들.
오늘따라 하산길 가파른 내리막이 힘겹다. 엉거주춤 내모습. 아마 신체리듬이 아주 좋지 않은 구간인 듯.
7시가 조금 지난 시간. 벌써 부지런한 윤수종씨와 전헌주씨가 대팻날을 갈고 있다.
아침조회, 어제 주춧돌놓기 공사 복습. 이어지는 질문과 오늘따라 친절한 박교수님의 답변.
이어 서까래작업 이틀째. "어이"아우님은 실전에 강하다. 힘차게 비산하는 대팻밥 뒤로 저 세련된 모습이라니...
김근일씨, 남들 다 쉬는 휴식시간에도 쉬임없이 일을 한다. 저 사람 1조에서 제발로 빠져 나가 5조로 가서는...마치 어느 방출 야구선수가 새 구단에 들어가 줄홈런을 치듯이...
새공구장 조용철씨,대팻밥 날리는 폼이 일머리를 아는 사람의 태가 난다.
나종균 5조 맏형님, 나와 비슷하게 아직 7.8kg의 전기대패를 제압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느낌...ㅋㅋㅋ
이날 나는 두 번이나 전기대패와 홈대패의 전선줄을 톱날에 끊겨 먹었고, 끊긴 전선줄을 이으려고 불편한 손으로 전선줄 피복을 벗기다가 오른손 엄지의 손톱이 찢기며 또 다시 피를 보았다. 두 엄지 손가락의 부상으로 손이 많이 불편하다. 침착하지 못하고 데면데면 일을 하는 내게 화가 났다.
저녁, 손가락 부상을 핑계로 오음리 한 잔의 유혹을 떨치고, 서예강좌에 참석 늦은 시간까지 붓을 잡았다.
4.14. 목 1℃~21℃ 맑음
서까래 깍기 3일째오늘 작업시작 전 이틀간 깎은 서까래를 우물 井字로 쌓아놓는다.
잘 다듬어진 하얀 서까래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연상케한다. 향긋하게 퍼져오는 솔내음과 함께
치목장 위 한켠에 피어있는 양지꽃.
오늘도 하루종일 헤맸다. 일이 손에 익숙지 않아 다른 조의 잘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 2조, 3조 ,4조가 조원간에 호흡을 맞추어 일을 잘 하는 것 같다.
6.8Kg의 홈대패, 깍이는 각도가 심하면 옹이를 치고 지나갈 때 마다 충격과 소음으로 온 몸이 경직된다. 7.8kg의 전기대패, 요령부득으로 힘으로 밀어제끼면 깎이지도 않고 나무 표면에 먹줄만 그인다. 둥그렇게 깎아야할 서까래가 모나게 깎이기도... 엔진톱은 또 대단한 굉음과 진동으로 초보 대목을 겁준다. 일머리를 모르면 힘은 배로 들고 능률은 안 오르는 법. 그나마 점심을 먹고 오후 늦게서야 윤수종 전임공구장의 친절한 자문으로 홈대패 사용요령을 어느 정도 익힐 수 있었고, 일의 요령을 조금 알게 되니 일의 능률도 오르고 재미도 있었다. 채규성 아우가 " 홈대패와 전기대패 작업에서 자기가 일을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처리해야 된다" 고 말한다. 신뢰가 가는 일머리를 아는 배움을 주는 아우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일과 어려움을 겪으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교육생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신동국씨가 음주사태로 퇴교후 학교를 상대로 확정일자로 민원을 제기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학교의 일방적 퇴교조치와 식비반환거부에 대한 민원이란다. 대부분의 사람이 신동국씨로부터 불편함을 겪었는데, 본인은 그것을 모른다. 가능하면 우리 모두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함께 가야 한다. 사람 사는 인생살이가 그렇듯이. 하지만 때로 용인될 수 없는 흠결로 집단의 질서를 지켜나갈 수 없을 때, 부득이 여러 사람의 보호를 위해 한 사람이 퇴장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점심시간 왼손 엄지손가락에 엉겨붙은 붕대를 사무실에서 얻어온 과산화수소로 축축하게 적시어 한겹 한겹 뜯어냈다.
저녁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저녁 오토캐드를 듣다가 조려움이 쏟아져 중간에 나와 샤워를 하고 바로 잠들었다. 8시 취침.
4.15, 금 6℃~18℃
아침 대청소.
장연 150개깍기 마무리 단계. "야리끼리" 그거 제살 깍아 먹기
신동국씨 민원서류에 답하기 위한 학교측의 협조 요청. 그의 그간의 행동으로 보아 신동국씨를 퇴교시키는 데 찬성 반대를 표로 적어 달리는 내용을 회장님이 전한다. 반대의 경우, 이유를 적어서. 내가 반론을 제기했다. 반대의 경우 이유를 다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받아들여졌다. 결과 반대 1 기권 6 나머지 찬성. 다양한 의견이 있음이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가. 반대는 불합리한 무조건의 반대도 올바른 것의 정당성의 굳건함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6척을 훨씬 넘는 거구 우량아, 두 번째 막내 아우가 꾸부정 엉거주춤 자세로 낮은 씽크대 위로 식기를 세척하고 있다.
식당 옆 한옥학교 교육생들의 데이트 상대, 선자년. 콧대를 높이고 있다.. 뭇 남성들을 상대하며
成眞館 숙소 앞 너럭바위 옆에 핀 제비꽃. 나종균 오조 맏형이 발견했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 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사람에게만
보이는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들여봐
흔들리지?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사랑이란 그런거야
봄은,
제비꽃에 대하여 아는 사람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사람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피워두고 가거든
숙소를 깨끗이 청소하고, 공구장의 힘든 직책을 내놓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개인적으로 나누겠다는 윤수종씨가 자신의 집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숙소 1번 숙실에 다시 특수 인테리어.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건 행운이다
.4조 맏형 안삼영씨,
2조 일꾼 채규성씨, 늘 일의 앞자리에 있다.
휴식이 필요한 그대. 장민씨. 쉬임없이 읽고 메모하고, 내가 한 주 읽는 책 하룻 저녁에 읽는 듯 하다.
1조의 일꾼 안오상씨,쌓인 연륜에 상응하는 합리적 언행
마치 길들여 지지 않은 야성의 늑대소녀가... 모나고 거친 곳을 가다듬고,
거친 피부를 깨끗이 손질하고
다시 그만의 개성을 살려 교육하고 교정하고 다듬고,
그리고 그 기반으로 세련됨을 교육하고 갈고 닦고 格을 연마하고
그리고 마지막 손길을 더하여
아름다운 여인의 탄생이듯, 그리 서까래가 만들어 지는 느낌.
오후 2시반경 휴식시간, 깎은 서까래와 작업중인 서까래를 헤아리니 얼추 150개가 다 되었다. 다음 주에 깎을 단연을 옮겨 놓으며 작업중인 장연 150개 작업완료 "야리끼리" 귀가 신청을 해 접수되었다. 에그 ! 코 꿰었다.
그래도 이성수 회장의 중재로 작업을 일찍 마치고 정리정돈 후 조금 일찍 귀가 할 수 있었다.
오늘 일머리를 알지도 못하는 治木長의 야리끼리 협상으로 치목장격이 망신살.
귀갓길 오음리 신축현장에 주말농사를 짓는 친구의 호출을 받고 , 픽업을 하여 귀가길에
신축현장을 다시 돌아 보고 집으로 향했다.
에그!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