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화천한옥학교

열일곱째 주- 기둥 장혀 대보 도리 결구. 드잡이. 추녀 놓기.

後凋1 2011. 7. 19. 23:02

7.4. 월21℃~29℃

    장마전선 남하 아침 엷은 안개 구름 많음

                 아침을 먹고 배후령을 넘어 유촌리 학교에 도착하니 장마전선이 남하하여 수불무산 능선 위에 안개구름만 끼어있다

                   오늘부터 치목장을 떠나 오음리 현장에서 일이 진행된다. 장마가 주춤하며 날씨가 한 부주 한다.

                  지난 주 비가 많이 내려 미처 치우지 못한 톱밥이며 잘라낸 나무토막들을 30기 후배들이 치우고 있다. 이제 이들이 이곳 치목장을 접수한다.

                 오랫동안 내린 비로 젖은 자재들을 널어 말리고 우리네가 그동안 사용하였던 치목장을 부지런히 정리하는 30기 교육생들. 장마비와 바쁜 일정으로 깨끗하게 치우고 가지못해 미안하다.

                   현장에는 오늘 기둥을 세우고 장혀를 결구할 수 있도록 미리 거푸집이 설치되어 있다.

 

 

                    23개의 기둥이 세워지고 보아지가 결구되고

 

 

 

배가 부르거나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사개기둥은 비계 위에서 다시 끌로 보완을 하고

 

 

                       드디어 첫 번째 장혀가 결구된다.

                             이어 속속 23개의 기둥을 이어주는 굴도리가 얹힐 장혀의 조립작업이 이어졌다

 

                   두 개의 툇보도 결구되고

                그렇게 현장작업 첫날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치목장 일과는 다르게 하루의 땀의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현장일이다.  23개의 기둥을 세우고 장혀와 퇴보를 결구했다. 햇볕에 드러난 목덜미가 ‘까맣게 탓다.

 

      7.5. 화     19℃~31℃

         무더위와 땡볕 속에 종도리까지 가구결속 완료.

 

                 힘든 일과 속에서도 '유필호' 아우 새벽 5시에 일어나 치목장에 올라가 검도수련을 한다. 안개 자욱한 새벽, 創新堂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에서 "어이 필호씨!" 하고 불러 세웠다.

                     창신당 앞 나리꽃 이제 막 꽃잎을 터뜨렸다.

                  아침 8시 전까지 현장에 도착해야한다. "완전히 노가다네 !"  아침안개 자욱한 오음리 현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며 누군가 내밷는다. ㅎㅎ 자발적 노가다니 망정이지 생계를 책임지는 거라면 훨 힘든 하루하루일게다.

           늘 함께 현장으로 동행하는 일행들. 점심시간을 같이 내 아지트에서 지내게 되어, 누군가 '사조직'이라고 했단다. 그러면 사조직의 괴수는 나렸다. 생각보다 힘든 젊음들과의 숙사생활에서 그래도 '형님'하고 챙겨주는 이들이 있어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이른 아침 현장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왕찌굴도리가 얹혀질 사개에 장혀가 엇물려 조립되어있다

 

                    툇보의 결구 모습

 

                             장혀부재가  휘어있어서 기둥 위에 결구된 모습이 똑바르지 않다.  나중에 다시 드잡이를 해야한다.

 

 

                   아직 일과가 시작되기 전 2층 飛階에 올라가 어제 결구해놓은 구조물을 찬찬히 살펴본다.

                      크레인 차가 도착하여 첫 번째 대들보가 공중에 떳다.

 

 

                       떡메를 잡는 사람들의 면면.. 일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떡메를 들어 내리치기까지 일순 호흡이 멈춰진다. 핏발이 일순 어깨와 팔의 혈관을 통해 근육속을 강하게 흐르며 긴장시키고 한번의 타격이 끝나고 나서야 호흡이 이어진다. 타격은 온몸의 근육으로 리드미컬하게 가해져야 한다.

                    

                     기둥과 장혀 두개의 보 왕찌도리가 복잡하게 결구되는 회첨부분의 모습

                   경험자만이 할 수 있는 대보 위에서의 곡예 떡메질. 아직 안전보조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우린 오금이 저려 서있기도 힘든 열 한자정도 높이의 대보 위에서 능숙하게 떡메질을 하는 박교수와 윤수종.

 

 

 

                    내가 임시로 설치해 놓은 합판 위에서 조차 엉거주춤한 떡메질. 나는 시도조차 안 했고, 했다면 말렸을 기라.

                   조성준, 떡메질 각도가 나온다. 쉬이 일머리를 알고 빨리 익혀 간다. 앞서가는 대목감. 몇 사람의 몫을 한다고 인정한다. 기능이 모자란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한 것이 흠이랄까? 그가 그리 잘 할 수 있는 재질이 있는 건.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도리가 얹혀질 기둥부위 대보와의 접촉부분에 틈이 없도록 다시 마름질.

                              일곱 개의 대보가 착착 결구되고 도리도 결구된다.

                  점심시간, 식판이 부족하다며 국그릇에 밥과 찬을 넣어 먹는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제대로 식기를 가져와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누군가 젊은이가 되는대로 먹자고 한다. 내가 잔소리?  이럴 때 하찮은 일로 마음이 상한다. 그게 나이 드는 거라고?... 글쎄. 이럴 경우 나와 같이 생각을 하는데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 나보다 더 말을 하지 않는 덕이 있는 걸까?

 

                   오후 늦게 종도리까지 결구가 되었다.

 

 

 

                 선자가 얹힐 다섯 곳의 귀퉁이로 추녀가 높이 들려져 옮겨진다. 오늘 작업 끝.

 그동안 준비한 기둥이며 대보 종도리까지 결구되어 한옥의 골격이 완성되는 날이다. 참 힘든 노동을 통해 준비한 부재들이 틀을 갖추고 조립되었다. 가주(家主)가 얼굴이라도 비춰야 예의다 싶은데, 여지껏 콧배기도 못보았다. 뭔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을 정성들여 무보수로 지어주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라고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 이럴때 우리사는 공간의 상식(Common Sense)을 생각해 본다. 

 내 차례의 간식찬조시기도 도래했고  의미있는 날이라 생각되어  나름대로 기껏 준비한 간식이 바쁜 작업일정이라는 이유로  함께 나눌 수 없게 되었다. 간식을 준비했으니 함께 먹자니, 박교수가 개별적으로 먹으라 한다. 무더위에 상할까 싶어 내 아지트로 옮겼다. 타이밍이 잘못되었나?  언짢은 일이다. 하기사 언짢은 일이 다반사인 기라 마음 쓰기 따라서...

 

7.6. 수

   19℃~28℃ 오전 구름 조금, 오후 흐림.

 간추린 주간 날씨  "7일부터 12일까지는 장마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면서 비가 자주 오겠습니다." 일기예보다. 장마에 대비하여 작업장을 준비해야 한다.

 

            아침 일찍 현장에 가는 길 일행이 볼일이 있어 오음리 번화가에 잠시 대기 창밖으로 할머니들이 가로 청소를 하고있다.

             밖으로 나가 인사를 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잠시 이웃 할망들과 함게 일하고 한달에 2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이곳 시골에는 이런류의 노인복지 일거리가 있는 듯하다.

 

 

 

                현장 바로 옆에는 22기 선배라든가? 헌집을 수리하고 있다. 2300만원 견적이라는 말에 내가 그러면 집 한 채 짓겠다고 했더니 내부수리에 골조보강 지붕까지 전반적인 보수작업이다. 외벽을 쌓고 있다.

           이층 비계에서 내려다본 바닥. 오늘 개판을 보조디딤대로 설치했지만 3m정도의 저 아래가 만만찮다.

 

 

              기둥 기저에 소금 넣기.

 

               가구도가 이제야 머릿 속에 정리가 된다.

                  이회장 친구 교수들이 방문길에 비싼 수박을 사가지고 왔다.

               덧지붕을 만들기 위해 함석 판넬을 만들고...

                용역을 준 함석지붕 골조 아시바설치팀의 일이 늦어져 우리가 마무리 작업을 수행했다.

                 이어서 함석 판넬이 속속 조립된다.

 

 

              일이란게 처음 조금 미숙하다가,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숙달이 되고 몇몇 일머리를 쉬이 익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작업을 마칠 쯤 되면  어느새 능숙해진다.

   일당 40만원이라든가? 땡볕 아래 그의 노고도 만만찮다.  작업자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일의 진도가 늦어진다.

 

              후다닥 !  어떻게 지붕을 세우나? 했는데 어느 사이 훌륭하게 설치되었다. 오늘 치목장이 도리 위에서 춤 추었다

            식당에서 붓글씨를 쓰고 나서는데 창신당 벽에 미몽관 앞 가로등의 불빛에 비춰진 내 그림자 어린다.

그려 6개월 목수일 배움이 그리 잠시 그림자 남기고 가는 걸 게다. 지나고 나면....

 대폰을 잃어버린 지 24시간이 넘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휴대폰의 전원은 다 소진되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 "이번에는 또 어디 숨었다 나와서 나를 놀래주려나?" 뭐 그럴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아들놈에게 꼭 전할 일이 있다. 답답하다.

 

 7.7. 목  20℃~24℃ 오전 흐리고 한때 비, 오후 흐리고 비.  일기예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세 번째 도전의 결실.

 

           새벽나절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달맞이꽃 피어 있다.  10년 전쯤인가 그때 처음 이 달맞이꽃이 내게 다가왔고 그계절 온 들판에 달맞이꽃이 내게 다가 왔었다. 그렇게 야생의 꽃 그 아름다움에 눈이 떴던 것 같다.

                     이곳 유촌리 호박농사가 주 작물이다.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현장 앞 밭에서 88살 옹과 83살 할망이 들깻모종을 캐어 내고 있다. 모종이 너무 웃자랐다고 투덜대신다.  허리가 바짝 휘고 깡마르신 노인에들 거동도 불편할 듯 한데 저 많은 모종을 언제 다 옮겨 심으시려나?  농작본능.  태어나서 몸에 읶히어 인이 박혔으니 안 하시고는 못 배기는 게다.

 

 

                 점심식사 후 엇 저녁 늦게 인터넷을 하여 잠이 부족하고 피로하여 잠시 쉬러 내려오는데, 아침나절 그 할망이 집 앞 빈터에  들깨모종을 심고 계신다.

                          드잡이 작업. 도리 위에 중심실을 놓고...

                       오후 내내 청승맞게 비가 내리고..

 

 

                 드잡이 작업이 얼추 완성되었다.

Glossary: 강관파이프 비계(飛階), 아시바: あし-ば [足場] 1. [명사] 발판. 발붙일 곳. 발디딜 자리. 발디디기. 디딤새.

거푸집 드잡이(드잡이공) 깔깔이 깔깔이바

 

장맛비 빗발이 거세지는 저녁.

 

7.8. 금  20℃~27℃ 흐리고 구름 많음

 

        새벽 선자와 동네 한 바퀴

 

                      귀농실습장, 파프리카가 영글어간다.

                  달맞이꽃 피어 장마에 님 한 번  못 만나고 시들었다. 

 

                  이곳 블루베리 농장 채향원에 블루베리기 읶어가고 있다. 고교 2년 후배와 신구대학교 교수가 동업으로 운영한다고 후배의 부인이 알려주었다. 과정을 마치기 전에 한 번 만나고 싶은데 주말일정이 늘 어긋나니 쉽지 않다

 

                   계곡 천변의 호박밭도 수확이 한창이다.

                      선자년과 아침데이트 인증샷

 

                                 다림줄 드리우고 드잡이 확인

                             "우로 좌로 한 클릭 반클릭 됐어 OK".... 눈 좋다.

 

                  도리가 장혀에 밀착이 안 되어 수정작업을 하느라 여럿이 여러 시간 허비. 장혁 깎고 도리 깎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내 아지트 부근에서 바라다 본 병풍산 아래 현장모습

                        추녀 걸기

 

 

                    추녀가 걸리는 왕찌부분에 그랭이를 뜨고 끌작업.  끌작업 하면 안삼영 형이다. 말없이 일에 몰두하고 즐긴다. 내가 했노라 내가 잘 났다. 하지 않는다. 말수가 적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매력이 넘치는 인간형.

                   엔진톱으로 초벌작업. 나도 따라  한 귀를 맡아 하다가 실수를 했다. 가끔 일을 손에 잡으면 일리 설다.

 

                        젊음들은 그 욱일승천의 기개로  추녀를 고정할 핀를 박을 구멍을 뚧는다. 공구장의 지휘 아래.

 

 

 

 

                      병풍산 자락 아래 남쪽으로 오봉산을 바라보고 좌편으로 죽엽산을 오른쪽으로는 멀리 수불무산을 바라보는 이곳 현장에서의 첫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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