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안개비 속 농장 가는 길-06.6.28
육교를 건너서 호수공원 초입, 다양한 야채를 펼쳐 놓은 아주머니에게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얼굴을 가린다. "사진에 나오면 안 되는데!"하며...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농장으로 오가는 길 주변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고 작정했는 데, 분수공원을 지나며 새로 옮겨 심어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20여m 높이의 소나무 군락이 비안개 속에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일전에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사진전과 그의 작품이 뉴욕 소더비 미술품경매시장에서 4천8백만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 또 국내에서 보다 유럽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전시회를 가지고 있다는 TV 인터뷰 장면이 생각나서 자전거를 멈추고 비안개 속의 나무를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대상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20년 넘어 30년 가까이 사랑으로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다 보면 그 또한 구도의 다른 방법,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소나무와 이야기도 하고 영적인 교감도 가질 수 있으려니 싶다.
그러고 보면 소나무, 참 아름다운 우리의 나무다.
오늘 따라 목피 부분의 거북등 같은 균열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 온다.
"사랑하면 알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니...' 유홍준씨의 우리문화유산 답사기 1권에서의 주제였는데, 그 때 "알지 못하고 사랑부터 한다?"는 논리의 전개에 아둔한 나는 하늘 천자에서 막혔었다.
10여m 나뭇 가지 위에 까치 놈이 앉아서는 아침 명상을 하는 지... 지저귐도 없이...
안개비 때문일까? 밭에는 가밀로 형제님만 홀로 벌레 먹은 갓을 수확하고 계신다. 공동경작지 고구마밭과 깨를 심은 곳 여기
저기가 잡초에 완전히 점령당했다. 내가 관리하는 두 군데 밭 15평과 둔덕의 호박, 뒤꼍 동편 조롱박과 수세미 심은 곳을 돌보는 데도
아침 나절 잠깐의 시간으로 벅차 오니, 주제에 앞으로 어찌 농사를 지을 엄두를 내나 속으로 자문해 본다.
잡초에 덮인 화단과 비닐하우스 주변의 풀을 조금 깍아 주고 근대, 호박잎, 깻잎을 채취하여 보자기에 싸서 자전거 핸들에 매어 가지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보자기, 나름대로 참 편리하고 간편한 운반구다.
방향을 잘못 잡은 조롱박과 수세미순을 바로 잡아서 망에 붙들어 매어 주었다.
조롱박 수세미가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그물망을 기어 오른다. 가는 철사같은 연한 연두빛 촉수를 내 뻗어 똘똘똘 그물망에 감아잡고는 위로 위로 기어 오른다.
'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제일 앞 선 수세미 순이 지껄이는 소리...
활짝핀 자귀나무 꽃, 이 나무 꽃은 이른 봄 목련처럼 활짝 피면서 바로 지기 시작한다.
공원 여기 저기 활짝피어 농염한 향내를 풍기는 실유카. 유카가 있고 실유카가 있단다.
실유카는 잎새에 실과 같은 것이 있다고... 북아메리카 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