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 7월의 마감
어제 형제들이 밭에 나와서 잡초를 제거하고 밭을 정리하고 들어간 듯 하다. 밭이 많이 정리되어 있다. 모른채 버려 두었던 쓰레기도 치워지고...
베다 남은 농장 초입 10여평의 잡초를 베어주고, 초입에 있는 2평남짓한 콩을 심은 이랑의 잡초를 손으로 뜯어 주는 데 이름모를 잡초에서 확 풍기는 향기가 신선하고 싱싱하다. 풋풋한 처녀의 살내음 같으면서도 육감적이기 보다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몸에 힘을 넣어주는 느낌, 이 풀로 향수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토속 허브다.
공동경작지 전에 김을 매어 주었는데 다시 잡초가 무성한 참깨밭을 샆으로 뒤 엎으려니 땅이 아직 물에 흠뻑 젖어 있어서 자칫 삽자루가 부러질 듯. 뒤로 미루고는 알바노 형제와 김장채소 씨앗파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구마 줄기가 무성해서 줄기가 뻗어 나가며 땅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은 고구마 수확을 줄어들게 한다고 충고해 준다. 줄기를 들어 주고, 고구마줄기를 채취해 쌂아서 나물도 해 먹고 김치에도 넣어 먹어야 겠다.
40여년 전 집 옆 텃밭에서 어머니가 뜯어 온 고구마 줄기를 온식구가 둘러 앉아 짧은 여름날 저녁 내내 껍질을 벗기고 어머니는 장에 나가셔서 마련한 귀한 푼돈을 몸빼 속 주머니에 넣어 두셨다가는 내가 학교에서 단체영화관람 간다고 졸르면 한 참을 뒤젹여서는 꺼내 주셨었던 그 아주 귀한 용돈의 원천 출처, 그 고구마 줄기, 내일은 그 추억의 고구마줄기를 채취해서는 처와 함께 그녀의 알지도 못하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껍질을 벗기고 나물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호박 2개를 따고, 고추를 따고, 케일잎 을 채취하고, 조롱박과 수세미넝쿨을 돌보고 사진을 몇 컷을 찍은 후 귀가. 알바노 형제가 나눠 준 우렁이, 처음으로 밭에서 동물성 식자재를 얻은 격.
집에 돌아와서 채취한 고추 케일을 씻어서 어제부터 춘천에서 올라와 함께 기거하는 인혜와 아침식사를 하고, 우렁이는 흙을
게워내도록 물을 가득 부어 놓았는데 물 속에서 우렁이들이 서로 엉기어서 연체 살을 껍데기 밖으로 뻗고 촉수를 마냥 빼내서는 엉긴채 흐늘거린다.
사진기를 들고 마크로모드로 촬영연습을 하며 몇장 찍어 두었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보면 매크로를 이해하게 되려나?
알바노 형제가 어제 눈여겨 봐 두었다면 우렁된장찌게용 우렁을 잡고 있다.
잠시 내가 풀을 베고 있는 사이 농장 앞 수로에서 급조한 잠자리채고 한 망태기를 잡았다.
우리 밭의 둔덕에도 달맞이 꽃이 피었다. 달맞이 꽃이 한 번 눈 안에 들면, 지나치는 들판의 모든 달맞이꽃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우렁 사냥을 마친 알바노 형제, 내 몫까지 다 챙겨 놓고는, 마무리 풀베기를 도와 준다. 둔덕의 농장 초입 둔덕의 풀을 베어 주는데, 나는 달맞이 꽃을 그냥 두려 했는데, 어느새 다 베어 버렸다.
알바노형제 공동경작지, 김장 배추 무를 위해 미리 멀칭을 해 준비해 둔 이랑.
5월 어느 날 얻어 온 참깨씨를 심으며 "Open Sesame!" 운운했는데 5평 땅에 기껏 서너 포기라니..
비닐하우스 뒤꼍 종롱박이 익어간다.
수세미도 하루가 다르게 무성한 줄기를 뻗어가며 열매를 맺는다. 올 농사
중에 아직은 제일 잘 된 작물? 인터넷에서 "수세미"를 한 번 쳐 보세요. 쓸모가 많은 화초더라구요.
집에 와서 알바노형제가 알려준대로 그릇에 담고 흙을 게워내도록 물을 부어 주었더니 이 놈들 잠시 후 슬금슬금 흐느적거리는 속살을 드러내는데 으와! 이놈들 눈을 사진을 통해서 처음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관찰시간에 딴 짓만 했으니... 지금이라도 나머지 공부로 채우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