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凋1 2006. 9. 11. 10:56

8.24.목

 농장: 장기일기 예보  9월 중순까지 늦더위 예상.
오후 6시 104동의 박재석 프란치스코(031-814-7026)와 함께 자전거로 밭에 나갔다. 우보밭 콩을 잘라낸 곳을 분양해주고 함께 일군다음 액비와 배추모종을 나누어 주었다.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일을 잘 한다. 구미에서 어렸을 적 농사일을 도운 경험이 있다고... 배추모종을 한 판 더 추가로 사고 지난 번 것까지 2판에 12,000원을 아오스팅 형님께 드렸다. 깨가 심겨져 있는 곳 굳은 땅에 물을 퍼다 부었다. 내일 새벽 다시 물을 부어주고 돌처럼 굳은 땅을 깨서 무나 배추를 심을 예정. 배추 모종을 추가로 샀으니 옮겨 심은 모종 중 고사한 곳에 추가로 심어야 하겠다. 이삼일 내에 농장초입의 땅과  공지 여기저기에 일전에 산 씨앗을 늦지 않게 심어야 하겠다. 무밭에 물을 뿌려 주는 데, 벌써 싹이 났다. 가을에는 3-4일이면 싹이 난다고... 봄날 씨앗을 심고 보름에서 한 달여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8.25.

농장: 농장 입구의 2.5평 밭에 열매를 맺지 않은 콩을 걷어 내고 파 일구었다.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김훈씨의 글에 봄날의 땅을 소프트하다고 묘사한 것이 기억나는 데, 실제 또 그렇게 느꼈고... 이 아침 땅을 삽으로 일구는데  딱딱하고 푸석푸석하여 먼지 날리고... 봄날의 그 생동하는 흙의 느낌이 없다. 마른 땅... 하지만 봄날보다 발아는 배 이상 빠른 것 같다.

 

8.26. 토

농장: 6:15 농장에 도착 프란치스코에게 상추 시금치씨 분양해 주고, 고사하거나 벌레에 먹혀 없어진 배추모종을 추가로 이앙하고. 고구마밭 옆 깨밭이었던 곳에 4그루 참깨 사이에 배추를 옮겨 심었다. 근대밭 근대가 고사한 곳에도 시금치씨를 뿌려 주고 농장입구 2.5평 땅을 반으로 나누어서 갓과 무를 파종.
 어제 과음과 새벽노동으로 피곤 오전 내 휴식.
 비예보 최고 200mm예상.  3시 조금 넘어서 대화동 공원에서 갖기로 한 겸손하신 모후 Pr.친목회에 참석하려고 성당에 모여서 대화동 하나로마트 뒷편 공원으로 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장윤수 안토니오 형제가 중개 한 마리를 맞추어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후 김동진 스테파노가 또 이것저것 준비를 해서 오고... 소낙비가 몇 차례 들이치는 가운데 정자에 자리를 잡고 올 여름 처음으로 개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8.27. 일

가는 비. 고르게 내리는 빗소리의 안정감. 평화 축복...
새벽임에도 여전히 느껴지는 끈적한 무더위. 귓가에 '애앵 !!!' 하는 모기의 비행이 신경을 자극

후 대자인 이성희 베네딕도가 열심히 준비한 삼계탕 백숙 삼겹살로 쑥쑥농장에서 구역모임을 갖고 이어지는 회식을 하다.  이건호 요아킴, 우영식 안셀모, 박종석 비오, 김백철 펠릭스, 정진동 모세, 나, 이성희 베네딕도.
17단지 구역장 송유옥 프란치스코 조성위 요한 부부, 박진욱 아오스팅. 김근재 가밀로 형제님이 함께 하셨다.

 

 

 

 

 

 8.29. 화

농장: 배추모종에 벌레가 대단하다. 싹이 나온 것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또 병으로 완전히 물크러졌다. 목초액을 살포한 것은 실패. 농약을 뿌린 형제들의 배추만 멀쩡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농약을 치지 않고는 배추농사를 할 수 없는 것인가? 이번 주 중에 결정할 사항.
 알바노 형제는 무슨 약을 쳤나? 아오스팅 형제님은 분말DDT를 천에다 넣어서 뿌려 주신다. 경험에 의하면 처음 싹이 나올 때, 약을 안치면 벌레에 의해 모조리 먹혀 버린단다.
 분무기 사기.
 식초를 가지고 나가서 뿌려 주려 했으나 분무기가 모두 고장이 나서 희석한 액을 고장난 분무기 통에 넣어 둔 채, 수녀님 밭의 옥수수 대를 낫으로 잘라 내고, 풀을 베고 케일 잎을 채취하고 애호박 하나를 채취 방울토마토 덩굴을 걷어내 말어? 
 근대 배추 무 등의 벌레 피해가 심한데 대책은?
 농촌진흥원 사이트 방문요.

 

 

   하루 종일 찌부드하게 흐린 날씨.

 

 

 

 8.30. 수  맑음  햇살
   아침나절의 공기는 쾌적하고 창으로 흘러 드는 바람이 기분좋게 몸을 감싼다.

  쇼핑: 배추벌레 약.  분무기  휴대폰케이스.

 

 8.31. 목  

 풀벌레 소리 여름의 끝 밖은 깊은 어둠 여명까지는 아직 멀어 보이는 새벽녘 밤이 많이 길어졌다. 초가을의 기운을 느낀다. 공기의 습기가 많이 가셨다.

   
 밭: 유세복 알바노로부터 살충제와 분무기를 얻어서 벌레가 심한 배추와 무 싹에 뿌려 주었다. 땅에 바로 녹아 버린 포기는 고갱이 속에 흙이 들어가서 그렇단다. 주말에 모종을 추가로 사서 다시 옮겨 심고 살충제를 뿌려 주어야 겠다. 호박 2개를 따고, 둔덕 호박포기에 액비를 시비하고, 주변 풀을 깍아 주고 퇴비사 주변 노는 땅을 조금 일구어서 시금치씨를 뿌렸다. 무씨가 늦게 심은 농장입구 쪽은 고르게 싹이 났는 데 방울토마토가 있는 쪽은 발아가 안된 곳이 여기 저기... 보기 싫다. 시금치가 싹이 났는데 상추 싹은 이제 조금 머리를 내미는 듯.

 

  9.2. 토  04:30
   밭: 박재석 프란치스코와 수녀님 옥수수밭을 갈아 엎고 로타리를 쳤다.
       방울토마토 줄기를 정리하고 덩굴콩을 걷어 내고 한 양재기 정도 부실한 콩을 수확.
      -.아오스팅 형제님이 공동농기구를 지참하고 다니면서 쓰는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
 -.선택 집중 : 여기 저기 이것 저것 밭에다 벌려 놓고는 꼼꼼히 살피고 제대로 가꾸지 못하고 대충 엄벙덤벙 농사짖기다.  꾸준히 밭에 출근한 것이 그나마 덕목의 하나. 6:30에 밭에 도착 9:30까지 이것 저것 일을 했는데, 뭘 했나?
 저녁나절 일산성당에 꼬미시움 월례회의를 마치고 배추모종과 토양살충제를 구입 7시는 되어서 밭에 도착 처와 함께 이제는 벌써 해가 넘어 간 어두움 속에서 더듬거리며 배추모종을 다시 심었다. 모기에 여기 저기 물린 자리가 몹시 가렵다. 반달이 하늘에 떠 있는데 어둡다. 해가 참 많이 짧아졌다. 집에 돌아와서 처와 닭고기구이를 시켜서 맥주로 저녁을 대신하였다.


  9.3. 일  5:40 
 
 밭: 어제 심은 배추 모종을 돌아보고 추가로 옮겨 심고, 박재석 프란치스코 밭에도 옮겨심고 살충제를 뿌려 주었다. 유세복 알바노 형제가 8시경 밭에 나타나서는 저 멀리서 손을 버쩍 치켜든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등에 큰 분무기를 지고는 밭 전체 배추모종에 살충제를 뿌려준다. 이창호 마태오 밭에는 배추 위에 DDT가 하얗게 앉아있다. 벌레를 잡기 지독하게도 영악한 벌레를 잡기 위해서겠지만 어째 마음에 안 찬다.
   저녁 5시 30분경 밭에 다시 나가서 배추밭을 돌보고 비오형제님과 애인에게 호박 하나 나누어 드리고 안젤로 베드로 레오비노 알바노 형제와 함께 농장 초입의 공동경작지를 파 일구어서 배추 무를 심고 시금치와 상추를 산파하고...오랜만에 모처럼의 공동작업 중에 17단지 구역장님이 나타나셨기에 막걸리 한 잔을 요청하니 흔쾌히 응해준다. 유머가 넘치는 균형 잡힌 형제로 생각된다. 저녁 9시미사 후곡성당 . 젊은 본당신부님이 지적이고 깔끔하게 느껴진다. 복음 말씀 중에 강론 중에 무언가 감응을 주는 메시지를 전해 주신다. 여기는 주임신부 부주임신부(보좌신부라고 했다가 수정)류의 직책분이 없다. 주보를 보니... 본당신부 XXX , 본당신부 XXX 그렇게...

 

9.4. 월


  밭: 농장입구 무파종  배추모종 가식. 호박에 액비 시비.
     아오스팅형제님이 비닐하우스 주변의 잡초를 매어주고 게셔서 같이 도와드리다가 처가 오늘 교원대에 입교하는 날이라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배추모종을 2차례 옮겨 심으며 어떤 작물보다 손이 많이 가는구나 생각했다. 일을 어떻게 가늠해서 꼼꼼히 요령껏 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터득했다. 모종이 땅에 녹아버린 것은 모종을 너무 깊게 심어서 땅에 묻혀버린데 원인이 있었다.


  9.5. 화    06:40
 새벽공기가 차다. Chilly   서늘함 冷氣   계절의 전환점?
   Fiddler on the roof  Sun rise  sun set.

  Sunrise Sunset (지붕위의 바이올린) / Eddie Fisher

Is this the little girl I carried?
Is this the little boy at play?
I don't remember growing older
When did they?
When did she get to be a beauty?
When did he grow to be so tall?
Wasn't it yesterday when they wewe small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Seedings turn overnight to sunflowers
Blossoming even as we gaze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One season following another
Laden with happiness and tears

What words of wisdom can I give them?
How can I help to ease their way?
Now they must learn from one another
Day by day
They look so natural together
Just like to newly weds should be
Is there a canopy in store for me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One season following another
Laden with happiness and tears


태양은 뜨고 지고


내가 데려온 작은 소녀와
놀고 있는 작은 소년
그들이 노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어요.
언젠가 소녀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소년은 멋진 신사가 되겠지요.
그들도 아주 작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태양은 뜨고 지고
태양은 뜨고 지고
세월은 덧없이 흘러갑니다.
나무들은 해바라기를 따라
밤새도록 돌고
석양의 과일꽃들은 우리를 마주 봅니다.
태양은 뜨고 지고
태양은 뜨고 지고
한계절은 또 다른 계절로 바뀌어
행복과 눈물의 계절을 이룹니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현명한 말이 무얼까?
그들을 평탄한 길로 어떻게 이끌수 있을까?
지금 그들은 서로에게 배워야 하지요
하루 또 하루를...
새로운 짝인 그들은
모두가 보기에도 자연스러워요.
자연스러워요.

 

 9.6. 수 04:40
  

 그러니 심는 이나 물을 주는 이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합니다.
 So neither he who plants nor he who waters is anything, but only God who gives the growth.   God gave the growth.(1Cor 3,6)

 밭. 아침 명상을 마치고 밭에 나간다. 긴 팔 shirts를 입고 안에는 런닝샤스도 입었다. 하늘이 흐려있지만 흐린 후 맑음이 일기예보. 밭에는 알바노 형제와 개근인 아오스팅 형님 가밀로형제님이 배추밭을 열심히 돌보신다. 모종을 심고 어느 정도 생육하기까지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작물인 듯 싶다. 이제는 그 형님들 밭은 배추가 푸르게 무럭무럭 자라서 보기에도 좋다. 가밀로 형제님이 자고 일어나면 부쩍 큰 배추를 바라보며 "배추가 밤에만 자라는 것 같아." 하신다. '아이들도 자면서 키가 큰다고 하던데요'하니  "옛 말이 참 기 막히게 맞아." 하신다. 그 동안 바쁘게 배추모종을 돌보시고 이제는 배추모종이 자리를 잡았으니 손이 좀 나시는지 어제는 아오스팅형님이 비닐하우스 주변의 잡초를 베고 뽑아 내고 하시더니, 오늘 아침은 수세미 덩굴아래의 잡초를 제거하는 나에게 그 곳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씀하신다. 여유는 인정을 낳고, 선선한 바람에 땀이 잦아들고 일 손에 여유가 생기니 가밀로 형님 함께 함의 즐거움을 찾으신다.
 나중에 수세미 액을 채취하기 위해, 여러 개의 열매를 늘어뜨린 수세미의 세를 북돋아 주려고 액비를 줄기 주변에 뿌려 주었다. 수세미 열매를 그물망 아래 쪽으로 끄집어 내려 주고..
배추 모종에 물을 길러다 뿌려 주었다. 액비를 주어선지 뜨거운 태양 덕인지 열매를 맺었다가는 이내 떨어지곤 하던 호박이 여러 개 열매를 맺고 익어간다. 내일쯤 2개는 딸 수 있는데 누가 요리를 해서 먹나?

 

 

 

 

 

논둑길을 걷다가

아이가 소리칩니다.

아빠, 이거!

달개비꽃이군요

파란 달개비꽃이군요

위로 솟은 꽃술 아래로

두 손바닥을 펴서 받쳐든

달개비꽃이군요.

하늘빛을

꼬옥 짜서 봉헌한

파랑이군요.

논둑길에서 예배하는 꽃을

바라보는데

내 가슴 속,

숨어 살던 파랑물감이

손끝에서 발끝까지 번져

대책 없이

상쾌한 하늘로 열리더군요.   

                                          한상봉 (심리치료사)  야곱의 우물 34쪽

 

 

 

 

 

 


    06.9.8  금    시간이 늦어져서 짚차를 타고 밭에 나갔다. 배추 모종들이 잘 크는지 돌아보는 데, 안젤라 밭 배추밭에 잘자란 배추포기 두 개를 누가 밟고 지나갔다. 아직 배추잎에 묻은 흙이 마르지 않았으니 오늘 아침에 누가... 배추밭을 지나쳐서 근대 1포기를 밟고 케일도 1포기 쓰러뜨리고 그리고 안젤라밭 호박덩굴 쪽에 호박이 사라졌다.  대각선으로 주-욱 비닐하우스 쪽에서 걸어왔다고 추측되는데 그러면 비닐하우스옆 호박도 발자국 주인이 가져 간 듯. 가져가서 맛있게 먹는 것에 대해 진정 아무런 이의가 없다. 어차피 오늘 아침  누군가에 나누어 주며 자랑을 하려고 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배추와 근대 케일까지 잘 자라는 작물을 정성들여 가꾼 작물을 그리 무심하게 밟고 지나갈 수 있을까? 그도 혹 씨뿌리는 사람일까?  아침 나절 마음이 많이 불쾌하다. 하지만 얼른 마음을 바꾼다. 누군가에 의해 오늘 내가 불쾌한 기분으로 시작한다면 더 억울하지 않은가? 에픽테토스 ?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논리.
 마음을 얼른 바꾸고 돌아서니 그 만큼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일순 나를 바꿀 수 있게 한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 방울토마토와 근대를 채취하여 귀가.
 보도블록 사진을 찍었다. 일산시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문의 할 자료.

 

 

  나무를 쌓아 둔 옆으로 저편 지붕이 보이는 집 쪽으로

어느 무심한 사람이 배초포기를 밟고 근대를 밟고 케일대궁을 쓰러뜨리며 지나갔다.

서산대사의 선시를 나누고 싶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9.10. 일

 엇저녁 오늘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는 일기예보에 긴팔 옷과 긴 바지를 차려 입고 가벼운 점퍼를 더 둘러쓰고 자전거로 밭에 나갔다. 노익장들의 밭 배추는 풀쩍 커서 보기에 좋고 부럽다. 자식 키우는 재미와 같다며 흐뭇해 하는 역전의 농군들 주고받는 이야기들....
옆 논에는 벼이삭이 점점 무거워져 간다. 초가을 뜨거운 햇빛 덕택에 ....
여기 저기 뿌린 상추와 시금치 싹이 영 시원치 않은데, 새로 심은 배추모종은 그럭저럭 자리를 잡은 듯 한데, 밑거름이 부실해선 가 촉세가 노익장들 밭처럼 싱싱하고 굳세지 못 한 것 같다.
 차거워진 기온에 도랑을 흐르는 물과 논에서 안개 김이 피어 오른다.

서늘하지만 상쾌한 초가을 아침이다.

열매도 없이 무성하게 피어난 호박 수꽃과 잎을 뜯고 근대를 조금 뜯고 누가 잊고 버려 둔 부추봉지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벼이삭이 늦여름과 초가을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어드덧 성큼 자라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이른 새벽,

 자식인양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배추밭을 돌보며

흐뭇해 하시는 노익장들의 모습 아릅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