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농자료

[스크랩] 장수 `좋은마을` 만드는 이남곡氏

後凋1 2007. 4. 1. 09:50
이남곡 선생님을 만나다 - 남곡이 그리는 마을 이야기를 닫으며

- 일  시 : 1월 20일 수요일
- 장  소 : 장수 삼호농산 이남곡 선생님 댁
- 대   담:  이남곡, 이정호
- 출   처: 격월간 <인드라망>

이정호: 그간 인드라망지에 좋은 마을(공동체)에 대해 얘기해 주신 선생님께 인사도 드리고, 말씀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남곡: 드라망지에 글을 쓰게 되면서 야마기시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그때그때의 변화들을 새롭게 정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요.

사회시스템 혁명만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 못해

이정호: 정리하는 의미에서 야마기시에 들어가셨던 동기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남곡: 야마기시에 들어갈 때도 그렇고, 나올 때도 그렇고 내게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활양식은 어떤 것일까’라는 일관된 생각이 있었어요. 이전에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몇 가지 시도가 있었잖아요. 혁명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한계에 봉착했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쨌든 자본주의로는 인간의 행복이 어렵기 때문에,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식의 실태는 자본주의와 맞아요. 젊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지요. 그때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를 방법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인데, 현상을 너무 일면적으로 파악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어요. 오히려 의식이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면도 있지요. 지금 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보편화되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일반적 욕구와 잘 부합하고, 개인의 생명력을 발현하려는 에너지를 높게 실현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의식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에요. 이는 과거 사회주의의 실패를 통해 얻은, 진보의 좌절이 아닌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에요. 다른 한편 지금도 여전히 자본주의를 통해서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것  같아요.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에요. 강하게 이야기 하면 의식혁명 없는 사회시스템의 변화만으로는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없어요. 진정한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는 의식혁명과 이것에 바탕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시스템이 같이 가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야마기시가 이것에 대한 좋은 모델로 보였습니다.

이정호: 가슴이 떨리셨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계시잖습니까? 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이남곡: 야마기시 공동체에서는, 의식혁명과 새로운 시스템이 정말 잘 만난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지금도 야마기시의 사상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의식혁명이라는 것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다가왔구요. 무엇이 의식혁명이냐 하는 것에 막연했었는데 그런 점에 대해 뚜렷한 방향이 정리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8년 동안 야마기시에서 같이 생활을 하게 된 거지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건 무소유 일체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깨달음이 되었어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회를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굉장히 높은 단계거든요. 그것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야마기시즘을 만난 건 대단히 고마운 일이에요.
인류는 결국 무소유 사회로 진화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무소유 일체 사회라는 가장 고도의 사회목표를 설정하고 실험을 할 때,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소유욕이나 아집이 강한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실태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것을 인정하고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좀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적 협동이 조화를 이루는 마을 만들기

이정호: 그 고민의 현재적 결과물이 이곳 ‘좋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선생님께서 구상하시는 ‘좋은 마을’이란 어떤 목표를 갖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이남곡: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서 무소유공동체나 협동사회보다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의식과 잘 맞는 마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다른 지역사회와 소통이 잘되는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처음 왔을 때는 개별경영방식을 생각했는데, 집단보다는 개별적인 생활들이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하고 교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문제가 되는 게 소득격차라든가 하는 문제가 생겨요. 그걸 해결 못하면 기존 사회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유노동’과 ‘공동의 지갑 만들기’를 생각 했는데 불교귀농학교 사람들하고 지인들하고 이야기를 해 보니 그 두 가지가 더 어렵다고 하더군요. 사실 품앗이 같은 것을 뛰어넘는 것일 수 있는데, 미래에나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는데 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편할 것 같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일반원칙에 충실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부분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생산자협동조합이 어떻겠는가, 또 멍덕골 이남곡 선생님이 귀농한 마을 이름
의 경영의 토대로 가공 사업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선결 문제라는 등 논의들이 참 많았어요.
지금 생각은 가공공장은 협동조합으로 하고 개별적으로 영농이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들어와 마을의 구성원이 되는 형태에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분명한 지향은 있어야지요. 지금의 경쟁적인 사회를 넘어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으면서도 상생 협동하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와야 되겠지요.

이정호: 개별소유에 바탕을 하되 필요에 의한 협동, 선의에 바탕을 둔 협동, 대단히 중요하지만 상당히 어렵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렇게 되기까진 어떤 단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유기농과 기계농법이 어울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유기농은 노동집약적이어서 도시 실업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어 농민을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계화가 오히려 이에 모순이 되는 듯 합니다. 그래도 기계화가 필요하다면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할까요?

이남곡: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중도예요. 자연과 사람, 생태와 환경을 생각할 때 자연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도 생태적이라고 봐요. 이런 것에서 사람을 배제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그것도 극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를 쓰지 않고 적당한 노동으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난 지금보다 더 발달된 깨끗한 기술, 지금의 석유에너지보다 훨씬 깨끗하고 지속적인 에너지에 바탕을 둔 기계화와 자동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유기농이 그것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의 실업 문제는 지금 사회가 이대로 발전하면 할 수록 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는 문제로서 결국 소유 제도의 변혁 없이는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라 보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귀농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인구가 늘어나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변혁의 방향과 부합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유기농과 관련된 기계화와 자동화 자체는 우리 농업에 필요하고 더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보지만, 거대 기업에 의한 기계화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되어 자연도 살려지고 사람도 살려지는 그런  기계화가 그려집니다.

지역 순환의 작은 마을들을 만들어 인드라망처럼 연결해야 할 때

이정호: 지금 현재 자본주의에 익숙해진 세대들이 농촌에서의 생활이 너무 팍팍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요? 이런 세대들에게 과거 선배들이 적극적이고 큰 그림을 그려 주어서 좀 더 개별적으로 실험하고 사회와도 소통하고 교류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남곡: 나는 여기에 마을을 해보자 할 때에 여기서 몇 사람이 그저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단위 또는 넓은 사회 단위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물론 거대한 조직으로 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작은 조직들이 다양해지는 사회, 즉 인드라망이죠.
그런 사회의 모습을 그리면서 대안의 실천들이 있어야겠지요. 국가적 모델, 이런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뚜렷이 적시할만한 것이 떠오르지는 않아요. 그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하고 싶어요. 근데 대단히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일들을 했으면 좋겠는데, 잘 안 만나지는 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워요.
쿠바 이야기 하는데, 쿠바는 우리랑  다릅니다. 한국의 현실에 기반 하지 않고서는, 현실성을 갖기 어려워요. 이상을 가지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나라도 해보겠다 하는 것은 좋지만, 보편성을 가지고 할 때는 어려워요. 유기농이 늘어나고 그것이 하나의 추세라 할 수 있는데, 사회적 총 생산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 쪽으로 돌아와야 돼요. 국민적 합의가 도출 되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역량이 되어야지요.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들은 커졌다고 보는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돼요. 대립해서 싸우는 운동에 익숙해 있던 과거 세대들이 지금 이 시대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는 어려워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욱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정호: 그런 면에서 10년 동안 우리가 새롭게 해야 할 것은 돈이 들더라도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보는데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그리고 귀농학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생각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남곡: 도시의 귀농학교가 제법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실질적인 모델들을 확산시킬 때라고 봅니다. 지역순환의  모델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직은 개인주의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는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사는 것을 시도하고 연습하면서 작은 단위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천 모델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겠어요. 이를 기반으로 하여 큰 단위 교육기구들 사이의 조화와 연대를 통해 새로운 교육으로 조화롭고 더불어 살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 내고 형성해 가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멍덕골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려면

이정호: 선생님께서 여기 정착하신지 1년이 되었지요? 삼호농산 현황은 어떤가요?

이남곡: 가공위주인데, 된장이 주가 됩니다. 40가마 했는데 꽤 커진 거지요. 처음에 3가마, 작년에 15가마했습니다. 고추장은 800근 했고요. 그게 주 생산규모고 유통관계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이 지역 생산자들과 도시 소비자들로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가지려고 합니다. 생협하고도 관계가 있고요.

이정호: 삼호농산을 협동경영으로 발전시키려 하시는 거지요.

이남곡: 지금 준비모임이 있습니다. 작년에 정관도 마련하고 형태를 만들려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와서 같이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능하겠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시간을 좀 두고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향후 3~5년 사이에는 협동조합의 모습을 갖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리 부부가 운영하지만 그 모습을 염두에 두고 하고 있습니다.

이정호: 준비기간을 두셨네요. 이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남곡: 지금은 준비모임에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한 3개월 정도 실제 여기서 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시간동안 여기 협동조합에 참여할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고도 여기 거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깐,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익혀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로간의 신뢰라든지 여러 가지가 익어서, 같이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편하다, 이렇게 됐을 때 되겠지요.

자본문명에 지친 사람들을 푸근히 품어주는 농심, 마음의 경제학

이정호 : 그리고 지난 호에서 토지문제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이남곡: 토지에 대해서는 중국을 모델로 염두에 뒀는데, 아직 우리 현실에는 좀 안 맞고, 개방이 되었을 때를 염두에 둘 수 있겠죠. 지금도 북한의 상황이 안 좋긴 하지만, 나는 북한이 앞으로 더욱더 힘들 거라고 보고 북한의 변화에 대해 하께 고민해 볼 문제라면 유리한 것이 토지문제라고 봤습니다. 그걸 잘 풀면 북한이 전체 민족 공동체 안에서 할 수 있는 바가 있을 겁니다.

이정호: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었는데요, 맑스 논리하고 많이 다른 거 같았습니다. 토지는 국유화하여 공유하고, 자본과 노동은 사적으로 소유한다는데, 중국이 아마 이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남곡: 저는 앞으로 100년 뒤만 해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본자체가 사실 노동자들의 투쟁보다는 자기 발전 속에서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이 또 그런 구조가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무소유, 공유의 사회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20대80의 사회에서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안 좋은 그림도 그려져요. 그런데 그 방향이 진정 아니라면, 새로운 방향이 있을 거라고 낙관한다면, 결국 인간도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정호: 저희 단체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인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생태적으로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이남곡: 아까 우리가 이야기 나눈 그런 부분들 새로운 사회, 새로운 인간, 새로운 문명이라는 것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역동적인 삶들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귀농이란 것은 결코 문명을 탈피하거나 개별적으로 벗어나는 성격의 것이 아니고 새로운 문화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해서 함께 했으면 좋겠고 연대하는 방법도 함께 창출했으면 좋겠는데, 연대하는 방법도 새로워져야 되죠. 인드라망에서 하는 하나하나가 그런 것들을 향해 가는 실험이 아닌가 싶어요.

이정호: 저희가 선생님이 하시는 일들을 잘 전달하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배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심(農心)이 고도의 생산력이라 하셨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조정(IMF) 직후가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적기가 될 수 있었지 않나 싶은데요.

이남곡: 난 조금 생각이 다른데…. 농심(農心)이 고도의 생산력이라는 것은 정보보다 더한 생산력이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려면 필요한 단계를 거쳐야 되는데, IMF 때의 귀농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에서 피해 보려는 생각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이해관계를 떠난 그리움이 있어요.
농촌사람들이 완고하다고 했는데, 완고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이기적이라서 과거의 농촌공동체를 떠올린다면 지금은 아니거든. 도시적 마인드, 자본주의적 마인드와 다를 게 없어요. 농심은 그게 아니에요, 달라요.
앞으로 순박하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이 농촌사람들의 가장 큰 매력이 될 때, 그럴 때가 바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자본주의 문명에 지쳐 있는 사람들을 푸근하게 품을 수 있는 이런 마음이 농심이라고 봐요.
이 농심이야말로 앞으로 우리 농촌과 농민이 전 사회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여가 될 것입니다.

이정호: 마음의 경제학이네요.

이남곡: 지금은 정보를 최고의 것으로 보지만, 난 앞으로 올 것을 ‘마음’으로 봐요.

이정호: 정보도 전통적으로 경제학으로 들어올 수 없는 것인데, 들어와 있습니다. 마음의 경제학도 성립이 안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가 과연 이것을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네요.

이남곡: 마음이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란 말이에요. 상대적으로 물질적으로 궁핍하지 않을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생산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잖아요. 사실 지금 실제로 선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걸 보았으면 좋겠어요. 마음과 경제를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불가(佛家)의 보시(布施)문화, 이것이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실제로 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 내가 얘기했던 것과 연결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정호: 참으로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그 방법 외엔 사람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이남곡: 사람들의 변화는 더뎌요.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참 어렵지요. 그러나 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어떤 조건에서는 상당히 광범하게 또 빠르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들이 희망을 갖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호: 옳은 말씀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남곡 선생님은 남민전사건으로 옥고를 치루시고, 한때 한국불교사회연구소 소장님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성의 야마기시사회경향실현지에 오랫동안 계시다. 몇년전에는 장수로 귀농하여, 삶을 꾸리시고 있습니다.

출처 : 오래된 미래마을
글쓴이 : 정풀홀씨 원글보기
메모 : 이남곡 삼호농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