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주말농장 운영 일지

06.6.28. -농장 주변 풍경

後凋1 2006. 6. 28. 15:44

6시 농장: 아침 묵상을 마치고 작업복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가지고 아파트현관을 나서는데 안개비가 내린다. 아파트 관리인이 출근하며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이야기 한다. 가지 말아야 하나? 잠시 주저주저 하다가 비를 맞을 각오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To do or not." 상황에서 내 몸이 예상되는 약간의 고통으로 주저 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Go'  경험칙으로 볼 때 대부분 잘 한 선택이었었다. 긍정과 도전.
 육교를 건너서 호수공원 초입, 다양한 야채를 펼쳐 놓은 아주머니에게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얼굴을 가린다. 지난 날 소위 괜찮은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거나 부유했던 사람으로 아직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오늘은 작정하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길의 주변을 사진에 담으려고 생각했는데, 분수공원을 지나 새로 옮겨 심어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20여m 높이의 소나무 군락이 비안개 속에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일전에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사진을 대할 기회와 그의 작품이 뉴욕 소더비 미술품경매시장에서 4천8백만원에 낙찰되었다는 소식, 또 유럽에서 전시회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떠오른다. 어떤 대상을 20년 넘어 30년 가까이 사랑으로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다 보면 그 또한 구도의 다른 방법,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소나무와 이야기도 하고 영적인 교감도 가질 수 있으려니 싶다. 그러고 보면 소나무, 참 아름다운 우리의 나무다. 오늘 따라 목피 부분의 거북등 같은 균열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 온다. '"사랑하면 알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 유홍준씨의 우리문화유산 답사기 1권에서 큰 주제였는데, 그 때 "알지 못하고 사랑부터 한다는 .." 논리의 전개에서부터 아둔한 나는 하늘 천자에서 막혔었다. 10여m 나뭇 가지 위에 까치 놈이 앉아서 아침 명상을 하는 지 지저귐도 없이...

 

 


 안개비 때문일까? 밭에는 가밀로 형제님만 홀로 벌레 먹은 갓을 수확하고 계신다. 공동경작지 고구마밭과 깨를 심은 곳 여기 저기를 잡초가 완전히 점령했다. 내가 관리하는 두 군데 15평과 둔덕의 호박 뒤꼍 동편 조롱박과 수세미 심은 곳을 돌보는 데도 아침 나절 잠깐의 시간으로 벅차니
앞으로 어찌 농사를 지을 엄두를 내나 속으로 자조하며 풀에 덮인 화단과 비닐하우스 주변의 풀을 조금 깍아 주고 근대, 호박잎, 깻잎을 채취하여 보자기에 싸서 자전거 핸들에 매어 가지고 왔다. 보자기, 나름대로 참 편리한 운반구다.

 

 거미줄에 안개 이슬이 작은 구슬처럼 맺혀있다. 조롱박 수세미가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힘차가 그물망을 기어 오른다. 가는 철사같은 연한 연두빛 촉수를 내 뻗어 똘똘똘 그물망에 감아잡고는 위로 위로 기어 오른다.

 방향을 잘못 틀은 조롱박과 수세미순을 망에 바르게 붙들어 매어 주었다.

'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제일 앞 선 수세미 순이 지껄이는 소리...

 

 활짝핀 자귀나무 꽃, 이 나무 꽃도 이른 봄 목련처럼 활짝 피면서 바로 지기 시작한다.

올해들어 봄철 익숙한 풀꽃의 잔치가 마감된 후, 공원에 많이 식재된 꽃나무의 개화에 눈길이 많이 간다. 앞으로도 배롱나무 회화나무등이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다.

 

 공원 여기 저기 활짝피어 농염한 향내를 풍기는 실유카 유카가 있고 실유카가 있단다.

실유카는 잎새에 실과 같은 것이 있다고... 북아메리카 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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