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잠이 깨었는데, 어제와는 다르게 새벽공기가 눅눅하고 덥다. 바람이 없다. 아파트 뒷꼍에서 새벽을 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첫 매미가 매--애 하고 울고나서 잠시 후에 여기 저기서 매미들의 합창.
새벽 명상을 마치고 6시 조금 못 미쳐서 농장으로 향한다. 어제 건너 뛰었고, 내일 여행을 떠나니 앞으로 보름동안 못 나갈테고... 오늘은 필히 보름여 버려 둘 밭을 돌아 봐야 겠다.
이른 아침임에도 삼복의 한 가운데답게 무더위의 맹위로 엇저녁 열대야에 이어 아침 공기의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니 스치는 아침공기는 피부에 상쾌하게 느껴진다.
한류우드 휀스를 끼고 돌아 드는데 레오비노가 차를 타고 나를 앞질러 간다. 오랜 만에 만났다. 골치 아팠던 사업은 잘 진행된다고...관리의 부재가 문제였단다.
레오비노가 자신의 밭을 돌보고 어제 수녀님밭에 버려진 풀들을 거두어 퇴비장에 옮겨 놓고 귀가한 후,휘이 한 바퀴 농장 여기 저기를 돌아 보고 상추를 뽑아내고 방울토마토 가지를 매어 주는 데 유홍실 베드로가 나타났다. 방울토마토를 따서는 내게 나누어 주고 해바라기 옆에 서서 잠시 내 모델이 되어 준 후 돌아갔다. 나도 오늘 바쁜 일이 많아 일찍 들어가려다 아무 한 일도 없이 돌아가기가 남사스러워 김장배추를 심을 공동경작지 깨밭을 삽으로 갈아 업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더위에 햇살이 만만치 않아서 절반쯤 하다가 그만 두려는데 1/3 쯤 갈아 엎었을 즈음 원장 수녀님이 자매님과 함께 밭에 나오신다.
어제 채취해 가신 고구마줄기를 다듬고 남은 고구마잎을 비닐봉지 가득 담아 오셔서 퇴비더미에 버리시고는, 고추를 따기 시작하신다. 자매님은 어제에 이어 또 다른 밭의 고구마줄기를 땅에서 들어 주고 줄기를 따 주신다.
수녀님이 오셨는데 체면에 하던 일을 중도에 그치고 갈 수는 없는 지라, 땀을 흘리며 갈아 업고 있는데, 준비해 오신 간식과 함께 생수를 따라주신다. 시원하고 생기를 주는 감로수!
수녀님 작업복을 눈여겨 본다.
몸빼, 그렇다 내 어머니가 그리도 줄기차게 입으셨던 5-60년대 우리 어머니대의 작업복 패션.
어제는 장마가 끝난 후, 너무 아름다운 여름 날로 기억된다. 오늘 하루도 대지를 삼복의 더위로 달굴 태양이 동녘에 떠오르며 그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해바라기는 모두 좌로----봐!
해 바라기...
농장 초입에 베어 두었던 풀을 걷어내니 꿈틀 지렁이가 용틀임을 한다. 이 밭이 건강하게 숨 쉬고 있다는 표지.
이슬 머금은 풀잎 위의 풀벌레.
잠자리. 노안으로 몇 몇 잡고 싶은 순간들을 놓쳤고, 이 것도 대충 샷터를 누른 것이다.
밭에는 아이들이 좋아 할 곤충들과 잠자리가 눈에 많이 띤다.
베드로의 포즈.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니, 인테리어 사업이 번성해야 할텐데...
이제 막 떠오른 햇살을 등지고 고구마 줄기를 걷어서 줄기를 따시는 자매님.
고추를 열심히 따고 계신 수녀님. 몸빼 패션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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