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지난 주 수요일에 콩을 심은 영강부근의 오상열씨 콩밭에 들러서, 콩이 잘 싹이 났는지 둘러보고, 서실로 가서 묵을 갈아 1장을 쓰고는, 판소리 교육이 있다는 작은방으로 가니 아직 판소리팀과 모임을 주관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공간은 언제나 약속시간에 20분을 더하여 도착하면 시간의 낭비가 없다. 여유...
무더운 날씨에 방 앞에 검정 고무신이 한켤레 놓여 있어 들어 서니 이승희씨가 앉아 있다. 그가 타 준 커피를 마시고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와 앉아서 한적한 가은읍의 저녁거리를 바라보고 앉아있으려니 20여분 후에 두 대의 차로 전주출신의 판소리선생과 3-40대의 아낙 5명이 와서 판소리 심청전 곽씨 부인의 유언대목을 선생이 선창하고 젊은 여인네들 다섯이 뒤따라 하며 진양조의 서글픈 장면을 연출한다. 괴산군 청천면에 거주하는 분들로 판소리에 대한 애착으로 전주에서 영혼이 자유로운 선생을 모셔와서, 3년 째 판소리를 익히는 동아리란다. 괴산군에서 공연도 하며 우리전통을 즐긴다고... 모두들 판소리 가락을 장구가락에 맞추어 진지하고 즐겁게 애절하게 한 소절 한소절을 음미하고 토해낸다. 한과 원을 자신의 그것을 투사하고 배설하고....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은,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
혀 어이 가리.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貴德)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
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하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저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걷거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 오셔, 모녀상면(母女相面)을 하여주오. 할 말은 무궁하나, 숨이 가뻐서
못 하겠소.
애절하고 한 서린 절구의 대목들이 저리저리하게 각 구절이 마음에 꽂힌다. 비극의 승화 카타르시스. 저편 무대의 객석이 아닌 한사람 한사람의 땀과 절규를 곁에서 따라하며 들으니 곽씨부인의 한 맺힌 절규가 구절구절 맛과 한을 섞어 토해내는 이들의 절창에 감동.
간단히 공연? 시범교육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고... 이 공간을 찾은 김지현시의원 부부, 부부 윤태기씨 부부가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뒤늦게 합류하여, 창으로 걸걸해진 목을 추기고 더위를 이기며 갈증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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