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들- 내 인생에 초대된...

통영 사진반 MT

後凋1 2009. 4. 7. 06:22

  아직 DSLR 카메라도 준비가 안 되었다. 엔화대비 원화의 약세로 카메라가격이 많이 비싸졌다.

담당교수가 추천하는 캐논카메라는 그래서 원화의 가치 하락만큼 더 비싸졌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남대문과 명동에 와서 명품을 싹쓸이하며 엔다카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반면, 우린 일제상품을 턱없이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추이를 볼까 하는데...

MT라는 걸 우리 젊은 시절에는 뭐라 했든가 단합대회? 하여튼 평생교육원의 사진반 등록 덕분에 젊음이들의 그걸 한 번 따라가 본다. 똑딱이를 휴대하고...

 

   통영의 숙소 산양읍의 미륵도 바다풍경펜션에 배낭을 내려놓고 바닷가로 내려오니 동네 아주머니들 바지락 줃기에 여념이 없다.

  달아공원 산책로. 봄이 먼저 와서 매화는 벌써 지고 살구꽃 활짝 피었다.

 

 

 

  다도해를 관망할 수 있는 그랑뷰. 동남쪽으로 멀리 내일 가게될 매물도 정면에는 욕지도 학림도  그리고 서쪽으로 멀리사천 앞바다, 지난 번 종주를 했던 사량도를 어림짐작으로 가늠하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트인 조망을 가슴에 담고 내려온다.

 

  저녁식사 때까지 일몰사진과 바닷가 풍경을 찍는다는 안내를 받고, 나도 이것 저것 나름대로 똑딱이로 담을 피사체를 찾다가, 일행들과 떨어져 이리저리 배회하는 중, 그저 보이는 거라곤 마음에 가득 찬 것이니... 싱싱한 숭어회를 뜨고 있는 이 통영의 멋쟁이를 만나게 된다.   싱싱한 숭어회가 맛있겠다며 다가가 내가  한 잔 살테니 같이 한 잔 어떠냐고 하니 돈만 내면 좋다고 OK사인. 슈퍼에서 소주 2병을 사서 그자리에 퍼질러 앉아 매운탕거리의 회를 떠낸  아가미가 아직 벌룩거리고 있는 숭어란놈의 싱싱한 살점을 소주 한 잔과 함께 입 안에 넣는다. 통영 앞바다의 진수로 내 주린 미각을 채운다. 금강산 식후경, 사진 보다 이게 더 좋은 기다. 아적은 염불보다 잿밥인 게다.

 이춘덕씨, 푸짐한 안주로 주변에 있던 일행들까지 몇 점씩 회를 먹을 만큼 썰어내놓고도 몇 만원은 받아도 될 회값을 한사코 받지 않겠단다. 자신이 뭐 통영시의 홍보대사라고.

갑자기 통영이 더 좋아졌다.  청마와 윤이상 박경리선생, 그 예술혼의 고향.

이 아름다운 남해바다 예향이 이 후덕한 통영의 어부가 있어 더 정겹게 다가왔다. 한 잔 술에 얼큰해서...

 

   통영의 겨울은 따뜻하다. 그 겨울은 푸르름을 용인한다.

적상추가 보기좋게 자라 있다. 몇 잎 뜻어서 저녁 회식 때 고기쌈 싸먹으면 맛있겠다.

  너무 푸짐해서 넘쳐났던 저녁 회식자리.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문어. 몇 잔의 술에 거나해서 술도 깰겸 문어안주 나르기 봉사를 하는데, 이 봉사자가 갖 썰은 문어 몇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서는 입에 넣어준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MT라는게.

  회식이 끝나고 내가 자는 펜션 삼층의 가설 스튜디오에서 인물사진 찍기.

똑딱이로 '아래에서 위로 찍으면 웬만하면 예쁘게 보이거든...' 하며 만용을 부렸으니 무식하면 용감한게다.

 염태을씨, 첫 시간부터 사람을 편하게 하는 유머감각.  그저 자기를 조금 망가뜨리면 웃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어릿광대 같은... 그런데, 그게 재능이다. 달란트다.  아침식사는 시원한 우럭미역국에 김치

  바다가 무슨 호수인양. 이날 아침 바다는 잔물결도 없다

   아 동피랑!  어시장을 지나 접어든 골목길의 초입부터 아득한 저 기억너머의 우리의 본향. 아늑함이 느껴지는 곳.   무언가 영감을 주는 듯한.....    "저 푸른 해원을 향한 영원한 노스텔져의 손수건" 

 

 

 

 

 

 

 

 동네 아이들 아랫도리 벗은 채 골목길에 똥도 싸놓고, 몇몇 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 들리고... 그 때가 언제. 

댕그랑 봉당 위에 한 결레 

 

 황두리 할무이는 아침식사 하시고 뭐 하시나?

모두들 떠나간

동피랑 언덕에서 

 

 

   생긋 웃으며 쪽문을 지나 옥상 가이당을 올라서는 저 미인은 누구?

저 먼 세월 숨박꼭질 하면 참 좋았을 유년의 짝지 ?

참 오밀조밀 아름다운 공간이다. 마냥 뛰 놀다 허기진 배로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뱃 고동 소리 있거나 말거나...

가슴 뿌듯 무언가 채워지는.

 

한 밤중까지 과외를 해서 얻는 지식이 주지 못하는 감성과 지혜를 이 공간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민들레. 수직의 옹벽에 뿌리를 박고 끝내 피워내서는 바람결에 홀씨를 날린다.

간난의 세월, 그 흔적이 서린 이 언덕의 삶들의 표상.

  그 아름다운 공간을 보존해 가는 통영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역시 대가들에게 예술혼을 불어 넣었던 예향답게

 

한데 저 흉측한 모텔건물과 언덕 우측의 고층아파트는 뭐람.

 카메라에 좀 더 조예가 깊어진 앞 날. 다시 찾고싶은 그곳. 동피랑 언덕. 

 

 

 

   

   입 안에 아직 숭어회 감칠 맛이 남아 있고. 

19159

 후덕했던 이 통영 사람

'통영시 산양읍 연하리 302번지' 고마운 마음에 이렇게 합성사진을 만들고 며칠 후 우체국에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