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대림동산-텃밭 가꾸기

4.11.~ 4.17.

後凋1 2009. 4. 21. 04:49

4.11. 토  7~27  연일 고온 건조한 봄날씨    사진반 한강변, 난지도 하늘공원출사.  부활저녁 미사 

4.12. 일 백두대간 산행

 

4.13. 월

 

 올 한 해 배농사도 배울겸, 봉사를 하겠다고 처의 친구 형부되는 과수농가 권병희씨에게 약속을 하고 지난 번 거름 퍼내는 작업을 하루 거들고 텃밭에 부릴 완숙퇴비도 10포 얻어 왔었다. 한데 이것 저것 벌려놓은 일이 있어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될 형편이다. 배꽃이 피면 일손이 바쁘다는 말을 들었겠다. 만사 제치고 일찍 배과수원으로 갔다. 

 배꽃이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빛 좋은 봄날에는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르다고. 따라서 완전히 개화되지 않은 꽃을 따서 수꽃의 씨방을 채취하는 작업이 오늘 할 일이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란다. 수꽃 씨방이 무르익어 툭 터지면 꽃가루받기는 다 틀린셈. 조금 들 익은 채로 채취하여 말려야 한다.

 

 권병희씨,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15년전 귀농하여 배농사를 짓고 계신다. 사람을 편안하게 대해주는 인격이다. 건공중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의지 할 것 없이 균형을 잡으며 가지끝까지 손을 내밀어 배꽃을 따는 작업이 쉽지 않다. 도싯사람 티 내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려니 힘이 들었다. 말도 못하고...

 

 

  오전에  권병희씨 부부와 내가 채취한 꽃을 이 약채취기를 이용 수꽃씨방을 추출한다. 한 줌씩 꽃을 집어 넣으면 꽃이 분쇄되어 꽃잎은 좌편으로 품어내지고 무거운 씨방은 아래로 떨어져 모아진다. 반자동 작업. 허리를 펴고 의자를 바짝 기계에 붙여 앉아 손이 분쇄기에 끼지 않게 조심하며... 차츰 기계에 익숙해지고 곧 숙달된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 꼭 6월  밤나무가 활짝 개화하는 시기에 나는 밤밤꽃 냄새, 남자의 정액냄새와 같다. 여정네 후각을 자극하는...

 

 受粉                                                   수분 (受粉)  1차 퇴고

 

비릿한 체액의 냄새                                                           비릿한 체액 냄새

용두질 수음의 기억                                                           용두질 수음의 기억

 

배나무 수꽃 피어                                                              배나무 수꽃 피어나

葯採取機로 花粉을 가려내며                                         약채취기(葯採取機)로 화분을 가려내며

훅 코 끝을 자극하는                                                          훅- 코끝에 밀려드는

수컷의 내밀한 내음                                                           수컷의 내밀한 내음

부끄럼

 

창조의 씨는                                                                      창조의 씨눈

배꽃 화분이                                                                      배꽃 화분(花粉)

사람의 그것과 다름이 없는                                          내 아랫도리 정욕의 샘과 다름이 없구나

창조의 신비에 새삼 눈 뜨고

 

배꽃                                                                                배꽃 하얗게

하얗게                                                                             꽃잎 화알짝 열어

꽃잎 활짝 열고                                                                  화분 노란 포자

화분 노란 포자                                                                 봄의 대기로 향기 쫓아 퍼져 나니

봄의 대기 가득

향기로 날고

 

이제쯤 알듯 싶은                                                              이제쯤 알 듯 싶은

봄날의 나른함이                                                               봄날의

왜였는지                                                                          그 나른함이

                                                                                      왜였는지

 

  덕분에 시창작반 이번 주 숙제가 해결되었다.

 

  이 곳에 널어 말린 씨방을 넣으면, 뒷편의 위로 오르는 벨트면을 따라 무정의 씨는 걸러지고 생명을 실은 무거운 씨방은 아래로 모여진다. 

   일관작업 종료. 이제 이 씨방이 말라 툭 터져서 가루분이 쌓이면 다시 화분만 추출하는 작업이 필요.

 

 

 

  10일날 묘판에 심은 케일과 호박 근대가 싹이 났는데, 호박은 소식이 없고  케일이 50% 근대는 20%정도 싹이 나왔다. 장에서 산 씨앗이 부실한가? 원인불명

 밭에도 상추가 싹이 났다.

 

4.16.목

 

  시금치 씨가 발아되었다. 껍데기를 모자처럼 쓰고.

   어제 내린 비로 땅이 조름 젖었지만 샆으로 한 뼘만 파도 마른 흙이 날릴 정도.

   일전에 고추밭 이랑으로 파놓은 땅 옆으로 그 만큼 더 파 일구고 숙성퇴비를 부렸다.

    따로 농기구를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으니 찦차 화물칸이 농기구 창고. 조금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이곳 안성으로 내려온 후, 우리 안방마님 많이 변한것이. 요즘 식탁에 예전에 없던 야생 씀바귀나물이니 원추리나물 쑥국 홀잎나물 두릅나물이 끊일 날이 없어. 그 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그 도시스럽고 까탈스럽던 여인네가 냄새 나는 내 마차에 별 말씀이 없이 올라탄다. 이곳이 좋단다.

 

   점심을 먹고 권병희씨 과수원으로 갔다. 한참 꽃가루 수분 교배작업에 바쁘다.

   부부가 두 명의 카자흐스탄 청년을 고용하여 부지런히 꽃가루수분 교배작업을 하고 있다.

 

 

  " Love touch!"  이 화분교배기의 다른 이름이다.

오늘 이 사랑의 애무를 원없이 했다.  파란 하늘 아래 활짝 핀 배꽃을 마냥 어루 만졌다.

깃털 가운데로 전동기에 의해서 분말이 분사되고 나무 전체를 안마하듯 암꽃술마다 스쳐가며 교배를 시켜줘야 한다. 얼마만큼 사랑으로 쓰다듬느냐가 착과율의 핵심. 모든 것은 서로 통하나니...

 

  작은 둔덕같은 대덕산 봉우리 아래 펼쳐진 권병희씨 배밭. 도로가 배밭을 두로 나누어 놓았다.

   화분 교배작업이 쉬워 보이지만, 고개를 쳐들고 가지끝까지 쫗아다니며 모든 꽃에 화분을 묻혀야 하니 한참을 하다보면 고개가 뻗뻗해진다. 이 두 카자흐스탄 청년들은 밤에는 공장에서 야근작업을 하고 낮에는 나름대로 이렇게 일을 찾아 다닌다.  그래도 웃음 띤 얼굴이다. 일이 있어 고마워한다. 꿈이 있는 것이다.

나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도 못 먹고 떨어져 잠이들었다. 배꽃과의 사랑놀이에 물먹은 솜처럼 피곤해진 게다.

 

 4.17. 금

 

 우리 아파트 앞 한천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다. 오늘 아침 수면 위에 자욱한 안개가,  떠오르는 해 햇살을 받으며 빠르게 수면 위를 미끌어져 간다.

 

   가능하면 매일 텃밭 출근을 거르지 않을 계획.  아침 일찍 일을 하지 않으면 햇살이 퍼지고 나서는 햇살도 뜨겁거니와 더위와 땀으로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오늘은 고추밭 옆으로 고구마밭 이랑을 만들기 위해 계획한 이랑의 반 정도를 파 일구었다. 노동이 다만 고통인가. 어느 귀농인의 푸념처럼. 그 자체로 희열이 되어야 그 생활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개팔자라니... 이웃 한옥집 흰둥이 벌러덩 누웠다. 봄빛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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