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09.4.26. 일
날씨 : 맑음
산행구간 : 신의터재 윤지미산 화령재 봉황산 비재 19.1km
산행시간 10:15 ~ 16:40 6시간 25분
게으름으로 바로 산행일지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때 그때 걸으며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잊어버렸다.
꽃의 영화는 정말 잠시. 안성휴계소 옆 과수원에 배꽃은 다 떨어지고 잎이 푸르고 박태기나무도 꽃 피고 새잎 난다. 봇도랑으로 봇물이 힘차게 흘러 죽은듯 메말랐던 논바닥에 물이 가득하다. 이제 곧 개구리 소리 힘찰게다.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오랬동안'님이 이날 처음 대간팀에게 본격적인 산행전 준비체조를 전수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산행초입 힘든 들머리 구간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들머리구간이 가파른 구간이 아니기도 했지만.
개구리란 놈, 준비체조를 하는 일행의 옷 위로 펄쩍 뛰어 올랐다. 주린 배에 웬 힘으로... 식성이 같아야 좀 나누기라도 하련만. 겨우내 주림에 아직 먹거리도 션찮을 텐데
내공이 깊은 산행 고수의 확실한 가르침. 모든 일행이 즐겁고 활기차게 준비체조를 한다. 나는 버스타이어에 발을 지면에 걸쳐 걸고 뒷종아리 근육을 풀어준다고 몸을 전후로 움직이다가, '최도사'님으로부터
'뭐 하냐?'고 왕복운동이 sexual ...pose가 연상된다고 퇴박을 받고... 꼭 그렇게 연상하는 사람이 더 으뭉하더라
오늘 산행에서는 대간길 길가 야생화를 카메라에 많이 담기로 마음 먹었는데, 첫 장부터 흔들렸다. 이 날 70%이상의 야생화 사진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안 맞아 버려버렸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지긋이 바라보고 숨을 멈추고 피사체을 담아야 제대로 일텐데, 바쁜 걸음에 제대로 될 리가.
산행 초입 아직 경사가 없는 구역. '오랬동안'님의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가볍다.
군더더기 없는 몸매는 아름답다. 최도사님이 바짝 뒤를 따른다
'오랬동안'님은 그야말로 산에서 나르는데, 저만치 앞서 가더니 대간 능선길의 지맥 한 곳을 휭- 다녀와서는 다시 내 곁을 휙 지나친다. '흡흡 헙헙' 두 번 들이 쉬고 두 번 내 쉬란다. 심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섭취하란다. 자주 곁에 있고 싶은 사람. 난 늘 사람들을 짝사랑하고는 한다. 그것도 천성인 게다.
참나무 나무잎 새순이 나오는 가운데 꽃처럼 피어나는 이건 무얼까? 숙제
새잎 신비롭게 가지끝에서 한겨울 웅크리고 찬 바람 맞으며 기다렸다. 죽은 듯 잠을 자듯. 이제 터져 일어났다. 부활이다.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다. 꽃보다 아름답다.
지난 번에 이름을 익힌 물박달나무 새잎이 신비한 연록의 새잎 그 신비의 조각으로 창공을 수놓았다.
그냥 지나쳤을 무지개산 갈림길을 물박달나무 덕분에 확인한다. '오랬동안'님은 저 지맥도
바람처럼 다녀와서는 또 휘리릭 앞으로 내달았겄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초목의 생기가 더해가는 데, 꽃의 영화가 지난 즈음 나무들의 새잎 또한 꽃의
아름다움 못지 않다. 새잎은 그대로 죽은듯 메말랐던 나뭇가지의 부활이다.
연초록 새잎으로 다시 나는 것이다. 개옻나무 새순이 한 뼘 정도 나왔다
이번 산행엔 철죽꽃 만개했다. 진달래와 달리 마룻길 양편으로 키높이 자란 철축꽃 터널을 지나고는 했다. 경상도에서 연달래라고 한단다. 도심의 철쭉처럼 요란한 색이 아니다. 부드러운 연분홍의 꽃잎 안으로 까만 주근깨 박힌채 소박한 진달래의 그 모습에 농염한 자태를 더했다. 우리 여니님 이날도 여전히 연분홍 철쭉에 취했다.
저만치 윤지미산 능선이 눈에 닿는다.
마룻길 주변에 지천인 둥글레. 초점이 맞지 않았다.
연분홍 산철쭉. 색이 진하지 않지만 진달래와 달리 농염한 자태.
윤지미산에 2시간 만에 도착 . 지도상의 소요시간보다 한 시간여 빠르다. 뛰듯이 달려왔다.
산사내 바람몰이에 취한 듯 내달은 거다.
저만치 판곡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키높이 자란 연달래 산철쭉나무 숲길이다. 연달래꽃 터널이다.
'큰구슬붕이' 인터넷에서 찾았다. 네 이름을 알았다. 대간길 길섶에서 방긋 웃는다. 아름답게 피어나 아무도 눈길주지 않아도 이봄 창조주의 의지대로 함초로히 피어난 네 모습. 점점 더 저 작은 꽃에서 행복을 맞본다.
임도길에서 만난 붉은 병꽃나무 군락
청원 상주간 고속도로가 대간마루길 아래로 시원하게 뚤려 있다.
참나무들도 가지마다 꽃술을 피워냈다.
'큰구슬붕이'복습. 나 곱게 단장하고 대간길 길섶에 나 앉아 그대 지날 때만 기다렸는데, 그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얼 그리 바삐 가시는지요?
고사리도 순을 내밀었다. 홀씨 날린 곳이니 살펴보면 여기저기 저녁밥상에 놓을 만큼은 꺽을 수 있으렸다. 그러고 보니 고사리 꺽는 나물꾼들을 몇 차레 만난 것 같다.
화령재에서 여니님이 싸온 점심을 맛있게 고, 싸니윤님의 소라무침도 내가 반작살 내고...
참깨를 닮은 이 꽃의 이름은 아직 내모른다. 숙제
여러 번 흔하게 마주치다 잠시 멈춰서 아는 체 한다. 붓꽃
저기 봉황산 봉우리가 우뚝 서있다.
산불 감시초소를 조금 못 미친 곳. 잠시 쉬어가며 목을 추기는데, '싸니윤님'과 '최도사'님 다정하게 꼬리를 잡고 올라온다. 연분홍 철쭉꽃 사이로.
칠순은 넘었을 노익장 700고지 감시초소에 올라 산불감시의 보초를 서고 계신다.
저 멀리 속리산 능선. 이곳에서 '아름다운 강산'님을 만나 주변 산세를 확인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안부쪽으로 조금 내려선 곳에서 바라본 봉황산 정상부
산불감시초소에서 안부로 내려와 다시 봉황산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오른다. 저만치 '아름다운 강산님'이 앞서 걷고 계신다. 5성장군의 보폭은 일정하고 어떤 리듬이 있다. 뒤를 쫓으면 편하다. 느린듯 한데 어느 순간 축지법을 쓰시는지... 그래서 바로 뒤에 서면 편하다. 발걸음 따라 걷다보면 쉬이 정상에 이른다. 내공인 게다.
봉황산 정상이 조금 내려 앉았다. 보수를 해야겠다. 대간꾼들이 산자락에서 한 줌씩 돌이나 흙을 나르면 참 좋겠다 싶은데, 지자체가 그런 운동이나 좀 해보면 어떨까? 산자락에 흙더미, 흙주머니 준비하고 안내판 설치하고.
'펭귄아빠'의 표정은 늘 살아있다. 그대 그 자세 참 좋았어요. 아주 큰 걸 떨어뜨리려고 힘주는...
참 멋진 강산님. 모처럼 두 미녀 가운데 모셨더니 왈.'내는 괜찮은데, 여니님 부군이 보면 어쩔까?' 그녀 왈
'우리 영감은 끄떡도 않아요.' "벌써 끄떡도 않으면 안 되지." 강산님 말씀에 저쪽 최도산가 거든다 "그럼요 벌써 꺼떡도 않으면 곤란하지요."
붓꽃이 대개 보라색인데, 이 놈 황금빛 자태. '금붓꽃' 이다.
연분홍 철쭉꽃 사이로 산비알을 타고 대간길을 마무리하며 후미진이 비재에 다다른다.
다음 여정길 속리산 구간.
오늘도 여전히 우리의 주모 건산님이 뒤풀이 자리를 마련하시고, 예상밖, 오랫동안님이 적극 좌중의 분위기를 잡는다. 참 좋은 인연들이다.
뒤풀이 술자리로 꼭 해야할 마무리 체조를 건너뛴다 싶어 아쉬워하며, 지나치는 폐교를 가리키며 저런 곳에 잠시 정차하여 마무리 체조를 하며 좋겠다 했더니, 잠시 후 점심을 먹은 화령재에 버스가 멈추고 일행이 모두 내려서 즐겁게 마무리 체조. 허리돌리기운동에 소싯적 난봉꾼경력 자랑이라도 하듯 '영원한 해병님' 멋진 허리돌리기를 시범보이신다. '자기 멋쟁이!' 오늘의 히어로는 '해병'
골초 '장부장' 마무리 체조는 제대로 안 하고 담배 연기 내뿜다가 혼났다.
"장부장! 담배 피지마! 담매 그만 피워!"
장부장 일행의 함성과 기세에 담배 꼬나 쥐고 옆걸음친다. ㅋㅋ
평소에 술을 안하던 '무대포'님 오늘따라 몇 잔 일찍 기울이더니 차 안에서 퍼졌다. 불편할 텐데..
내 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데, " 다리가 불편하겠다. 그러다 피가 안 통하고 쥐가 나겠다 커니...예의 강산님
' 가운데 것 쥐나면 안 되는데' 챙겨 주신다. 누가 있어 챙겨주나 그래. 오늘 사랑님 빠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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