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0. 5. 2.(일) 맑음 10~23 ℃
산행기록:삽당령(03:50)--석두봉(05:40)--안부(6:48)아침식사--화란봉(07:52)--닭목령(08:36)--고루포기산(11:10)--전망대(11:40)--횡계치 (12:30)--능경봉(13:26)--대관령(14:20)
산행거리 : 도상25.2km 소요시간: 10시간30분
예정보다 20분 빠르게 여주휴게소에 도착했다. 날씨가 풀리며 나들이 행락객이 늘어났는지, 늦은 시간임에도 전에보다 휴게소의 차량들이 많다. 차를 파킹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산행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산행지도를 들여다 본다. 눈이 다 녹았을 테니 지난 번보다는 쉬운 산행이 될 거라고 예상해 본다.
03:50 일행이 산을 오른다. 이번 회차에는 28석 리무진 버스가 만차다.
오늘 함께 산행을 할 일행 선두가 새벽 어둠 속의 산행 들머리를 힘차게 올라선다.
중간 정도에서 걷고 있는데, 오늘은 선두대장 짱아가 안 보인다. 늘 산행 선두에서 에스코트를 하며 수고를 하는 멋쟁이가 왜 안 보일까? 그의 경광등이 어둠 속에서 좋은 안내자였는데... 나중에 들으니 혼자서 꼬박 하루넘게 잠 한 숨 안 자고 두 구간을 완파했다고 누가 말해준다. 젊은 그로서는 우리를 위해 선두에 서서 많은 봉사를 하며 보조를 맞추느라 많이 답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미팀의 헤드랜턴 불빛이 어둠 속에서 반딧불처럼 보인다.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데 그리 찬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가 확연하다.
어둠 속 바람을 가르며 허리까지 닿아 서걱거리는 산죽을 헤치며 그렇게 새벽 능선길을 부지런히 걷는다.
지난 번에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산을 올랐는데 오늘은 사면위로 보름을 갖 지난 달이 둥실 떠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능선길 잡목 늘어선 마루금 옆으로 물푸레나무가 얼룩무늬로 서 있고 그 저 뒷편으로 978봉이 서있다.
일행의 맨 앞에서 '강산'님이 그 뒤로 '하여사'님이 대오를 이루고 사면을 내려오고 있다.
석두봉을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일출을 만났다.
"석두야 석두야 네 머리가 얼마나 단단하니?" 석두봉을 오르는 그 가파른 그 오르막에서도 숨도 차지 않으신지 '하여사'님이 아이 얼르듯 운률조로 중얼거리시며 오르신다. 그 리듬에 맞춰 발걸음을 옮긴다.
" 해가 떳다" 제일 먼저 등 뒤로 떠오르는 아침해를 확인한 '하여사'님. 석두봉의 일출. 석두에 햇빛 닿으면 좀 밝아지렸다.
여인의 주변상황을 감지하는 감각은 남성보다 뛰어나다.
석두봉을 내려선 산죽능선 위로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생명의 빛으로 천지만물을 어루만지듯 내리비친다.
그 빛나는 햇살을 축복처럼 온 몸에 받으며, 대간길 익스프레스 그 산죽능선을 거침없이 내닫는다.
"Are you Happy?" "Ja, I'm happy!" 그 새벽 능선길 위에서 그대 행복하지 않았는가...
가벼이 트레킹을 하듯 능선길을 달려 989봉을 지나고 안부에 이르러 가볍게 아침을 먹는데, 아침햇살이 이젠 강해져서 자외선 차단크림을 발라야 한다. 우리팀의 모델 '싸니 윤'님의 그 햇살 아래 고운 모습.
능선길 위에는 아직 봄소식이 가물한데 생강나무꽃만이 홀로 삭막한 그 공간에 봄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마루금 양편으로 마른 나무 관목은 아직 봄을 전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양지 바른 곳에 가끔씩 제비꽃이 마른 갈잎을 들추고 피어 있다.
산 아래 남녘 기슭에는 벌써 피어나 시들은 얼레지가 이곳에서는 이제 꽃잎을 살짝 열고 있다.
7:52 화란봉 정상에 도착. 중간에 아침식사를 한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산행 속도다. 이곳 화란봉 위에는 頂上石도 없고 참나무줄기에 표지판만 달아놓았다.
모델 '싸니윤'이 아름다운 적송의 매력에 빠져 그와 함께 한 컷 남기고 싶다고 나무줄기 위를 타고 오른다. 억척 모범 모델...
그래서 가끔 내게 좋은 앵글을 준다.
耳順少女 '여니'님이 그 대열에 빠질 수 없다.
절개 푸른 그 靑松의 氣를 한껏 받으시어 만년소녀 되소서.
쭉쭉 빵빵 하늘로 치솟은 몸매
08:37 닭목령에 속속 도착한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고, 이제는 몸이 더워져 바람막이 겉옷을 벗어버리고 행장을 다시 추려 가벼이 하고, 목을 추긴 후 고루포기산을 향한다.
고냉지 농장지대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지나 다시 한적한 능선길에서 만난 미인송, 그리고 그 너머 적송군락지... 이 아름다운 개체가 계속 우리산하에 퍼져 자라야 할 텐데, 代를 이을 작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안타깝다. 기후의 변화도 그 한 원인이라지...
고루포기산 능선이 멀리 뻗어 이어지는 줄기를 바라보며 걷는 호젓한 마룻길,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 모자에 손수건을 둘러 맨 '하여사'님을 뒤따라 걷는다. 앞서 가시던 '하여사'님을 불러 세우시어 함께 가자고 보채시던 '강산'님은 어째 매너없이 혼자만 훌쩍 앞서 가셨는가 그래? 그래도 괜찮으실랑가?
허긴 이 대간길에서 그 양반, '강산"님 능란한 립서비스로 평소의 부족한 것 다 보충하시는 듯 하더구만.
암암리 기회 달 때마다, '하여사'님 '띄우시며...
지나쳐온 화란봉 그 아래 닭목령 그리고 이어진 능선길...
왕산 제1쉼터 부근, 산불로 수피가 불에탄 상처를 그대로 간직한 채 의연하게 낙낙장송이다.
때로 도전과 시련이 삶에의 의지를 성취에의 의지를 더 강하게 자극하는....
어떤 개체는 그 시련에 지고 말고...
바쁜 발걸음 중에도 누군가 잠시 걸음 멈추고 시집을 보내주었다만,
너무 마른 가지라, 우째 안스럽구만. 행복하렸다? 도토리 많이 열리렸다.
고루포기산 정상부근 마루길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었던 봄의 전령 노랑제비꽃.
정상을 향해 마루금을 뚜벅뚜벅 걷고 계신 해병대님, 그 마루금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고,
그 곁 마른 잎 쌓인 곳에 마른 잎 들추며 얼레지가 고개를 내민다.
11:10 1,238m. 오늘 마루금에서 제일 높은 산인데 정상석이 없다. 다복솔이 많아 고루포기산이라고 했다는 설명을 읽고도 모르겠으니... 설명이 어려운 게야 내 우리말이 모자란게야?
정상을 넘어서 북사면 내리막길에 낙옆에 엉켜붙은 잔설이 아직 얼어있다.
그 잔설의 기운에 이곳은 아직 이른 봄, 잔설을 뚧고 피는 얼레지, 꿩의 바람꽃, 복수초 등이 마루금 옆으로 지천으로 피어 있다.
바쁜 걸음을 붙잡는 야생화. 올망졸망 피어나서 이 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봄 소식을 전하는, 생의 찬미를 구가하는, 계절을 여는 작은 꽃잎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마냥 행복했던 그녀들...
괭이눈
꽃이 피어도 그가 피어난 곳에 따라 그 꽃의 아름다움이 다르다. 이곳 외진 고루포기산의 북면, 찾는 이 없는 공간에 이리 외롭게 핀 이 아름다운 꽃에 어찌 정신팔려 한 순간 어쩌지 못할 줄 모른단 말인가?
적시에 때에 꼭 맞는 그 공간에 그 어여쁜 개체들이 있어 잠시 넋을 놓고 그 발걸음을 멈추었다.
오래 뇌리에 남을 아름다운 길이었다.
전망대에서 잠시 저 아래 펼쳐진 전망을 즐기며, 간식과 음료를 나눈다.
남으로 방금 지나온 고루포기산 북면의 계곡으로는 아직 잔설이 쌓여있고,
連理枝
백낙천의 唐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중에서 양귀비의 맹세 '하늘에 있어서는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기를(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鳥 連理枝)'
짧은 우리 인생, 그리 엉키고 설키어 한 몸이 되어 행복게 살아가야재...
처음 대간길에 마주하고 이름을 몰라 한참을 책에서 인터넷에서 찾아내어 그 이름을 알고 아름다움을 알고는, 대간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눈을 맞추어 교감하는 물박달나무.
다리의 하얀 솜털로 더욱 청초하게 sexy한 그녀...
횡계재에서 내려다본 대관령 터널
그 마루금길 옆에 대간길을 격려하듯 노오란 꽃잎 활짝 피어 반기는 제비꽃.
그네가 있어 지루하지 않던 그 길.
한 참을 내려섰는데 우뚝 선 능경봉은 아까 전망대에서 보다 어째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게야? 조금 힘이 부지는 게지 뭐.
돌탑 위에 작은 념원을 담아 돌 하나 얹어 놓고, 다시 오늘 코스의 마지막 오르막을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13:26 조금 지칠 때는 그저 한 발씩 앞으로 내딛으면 된다. 그에 요령이다.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능정(凌頂)이 능경(凌頃)으로 변음? 소우음산(所于音山). 작명의 연원은 알길이 없고.
이곳에서 마지막 간식을 나누고 탁트인 아래 조망을 즐긴다.
능경봉의 정령인듯 저만치에서 호랑나비가 내방객을 반긴다.
산기슭의 현호색
14:20 대관령에 도착, 바람이 거세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한참을 숨바꼭질 하듯 바람결 따라 쫓아 다니고는 또다시 날릴가 붙잡았는데, 연인 여니님은 내가 날아갈까 봐...
부지런하고 깔끔한 산우들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 몸을 씻는다. 게으른 나는 땀이 말라 얼굴에 핀 소금을 손 바닥으로 긁어내고 등산화를 벗어버리고는 대관령 거센 바람으로 발을 씻는다. '수고 많았다. 네가 질 고생했지 뭐?'
서울방향 여주휴게소에서 산악회버스를 내려 고속도로 밑을 가로지르는 하수구로 내려가는 시멘트 계단. 민들레가 피었다.
다른 날보다는 이른 귀가길이라 하수구가 그리 어둡지 않다.
마루길 힘차게 걸어 와 고속도로 지하를 지나서 오늘 하루 산행을 마친다. 길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게 삶이다. 오늘 하루 내 앞에 놓여진 내 의지로 선택한 길을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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