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백두대간- 댓재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이기령

後凋1 2010. 4. 8. 08:57

 

  일시: 2010. 4.4.일

   산행기록 : 댓재(03:40)-통골재(05:22)-두타산(06:29)-박달령(07:27/아침식사)-청옥산(08:34)-연칠성령 (09:04)-

 고적대(09:43)-갈미봉(11:03)-점심-이기령(14:31)-이기령주차장(15:53)

  산행거리(km) : 약22.3km    12시간

 오랜만의 대간길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기상관측이래의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2월 셋째 주의 덕항산 댓재구간도 부득이 중도에 포기를 해야 했다. 3월 한달도 영동지방에 계속되는 강설과 엄청나게 쌓인 눈으로 인해 한 달 동안 대간길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눈길 산행을 몇 군데 하였지만 본격적인 대간산행을 앞두고 적잖이 걱정이 되었다. 이번 구간이 대간구간중 가장 길고 어려운 구간인데다 오랜 휴식기간으로 몸이 굳어있고 무릎에도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었다.

  

  부활절 저녁미사를 드리고 바삐 차를 몰고 여주 휴게소에 도착하니 새벽 00:07분 늘 북적이던 휴게소도 정적이 가득하다

  아무렴 춘삼월 다 지나고 4월인데 그저 북사면에나 잔설이 있으려니 하고 아이젠도 준비를 안하고 왔다. 게다가 옷차림도 가볍게 하고 파카만 예비로 넣어 가지고 왔는데, 새벽 기온이 영하로 만만치 않다. 준비 안 된 차림에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니 한 겨울보다 춥게 느껴진다. 바로 채비를 하고 바삐 능선길을 찾아 오른다. 추울 때는 그저 부지런히 걸으면 된다. 워밍업이 되면서 엔진의 자체발열로 웬만한 추위는 물리칠 수 있다.

 

  이른 새벽이어서 예상외로 사면에 눈은 녹지 않고 얼어붙어 있는 채 미끄럽지 않아 걷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차에서 최도사님에게 대여받은 아이젠은 배낭에 넣은 채, 어두운 눈길을 걷는데, 어둠에 더하여 쌓인 눈으로 대간길이 눈 밑에 묻혀 있어서 길을 찾기가 때로 힘들다. 눈 위의 발자욱을 쫓아가야 하는데, 앞서간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아 몇 번 길을 잘못 들고...

  통골재에 5:22 도착. 빠르지는 않지만 눈 덮인 산을 예상시간보다 많이 늦지 않게 통과하고 있다. 그동안은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아서 그리 힘들지 않게 여기까지 왔다.

  평균 6~70cm는 쌓인 채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온산을 덮고 있다. 아직 봄을 맞이 하지 못한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보름을 지난 달이 떠있다. 오늘, 부활의 아침이다. 늘 새로 나는 것이다. "오늘 힘든 이 대간길을 완주해 내어 나름대로 또 새로운 면모로 내가 다시 나는 것이다 부활하는 것이다." 뭐 이런 생각을 머릿 속에 두고 혹 힘이 부칠 산행의 후반부를 걱정하여 마음을 다지며 걷고 있었다.

  생명의 열기. 나뭇그루마다 그루터기 주변이 동그마니 눈이 녹아 있다. 햇빛이 목피에 닿은 열기 때문일까, 나무의 체온 때문일까, 그 둘의 합일까?

  두타산 정상에 이르기 전 양지바른 곳의 음택이 봉긋 지붕을 드러냈다.

  두두타산 정상을 오르는 사면에서 일출을 만났다. 부지런히 디카를 꺼내들고 셔터를 누른다. 부활이다, 늘 다시 남이다. 새 아침은... 황홀한 빛의 연출과 더불어

  산은산님을 모델로 찍기는 찍었는데, 에구 미안해라. 제대로 된 사진이 못 되었다.

  예정시간에 거의 비슷하게 두타산정상에 도착. 먼저 도착한 일행이 떠오르는 햇살로 환히 빛나는 정상석주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곳 두타산 정상은 하루종일 햇빛이 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정상의 눈이 모두 녹아있다.

  방금 지나온 능선 아래 산줄기들이 새벽 햇살 아래 이제 막 어둠을 털어내고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頭陀, 번뇌와 탐욕을 버리고 불도를 닦는 수행이란 의미다. 그 수행의 산 표지석 위로 아침 햇살이 신비롭게 비춰든다.

 

 가야할 청옥산 고적대 능선길을 배경으로 '알리'님의 한 포즈

  발 아래 청옥을 향한 능선길이 아침해를 받아 계곡쪽에 음영의 윤곽을 드러내며 대간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북서향의 내리막 길 사면은 가파르고 남쪽 사면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있다

   신비스런 여명의 빛 그 잔치가 청옥산 정상-고적대-갈미봉 능선 위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30여분 험한 눈길사면을 내려와서 뒤돌아본 두타

  새벽 3시40분에 시작한 산행에 이제 허기가 진다. 뭔가 채워 넣어야 한다. " 먹구 갑시다." 에고 배고프다.

  눈 위에 대충 퍼질러 앉아서 떡과 치즈 부활달걀로 아침을 대신하였다.  차 안에서 여니님이 챙겨준 밥은 점심에 먹으려고 그대로 잘 챙겨 두었다.

 박달령에서 청옥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눈이 녹지 않아서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다. 뚜벅뚜벅 한 발자욱씩 산위로 내딛는다. 힘겨울 때는 그저 보폭을 짧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다. 앞서 가는 일행의 두 보쯤 떨어져서 걸으면 편하다. 그의 발자욱을 따라서.. 내딛을 발의 위치를 그때마다 선택할 필요가 없이 능률적이다.  때로 그가 잘못 내딛어 미끌어 지거나 눈 속에 푹 빠지는 발걸음은 피해서...

  청옥산 정상은 두타산보다 50여m 더 높고 주변의 복사열지대가 없어서 그런지 쌓인 눈이 녹지 않았다. 6~70cm 이상 쌓여 있는 것 같다.  정상석이 1/3 이상 묻혀 있는 듯.

  8:34분 조금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 중간에 아침식사도 있었고... 정상의 즐거움을 즐길 사이도 없이 부지런히 고적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나무 그루터기마다 봄을 맞이하려 쌓인 눈을 밀쳐 내고 있다.  여기서부터 혼자 걷는다. 대간길에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는 것이 익숙한데 오늘 같은 날은 혼자 걷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청옥산을 지나서부터 눈 위에 발자욱이 그리 선명하지 않아서 자주 앞서간 발자국에서 이탈하여 관목이 우거진 길 아닌 길을 헤쳐 가며  힘겨워 하였다.

 청옥산을 내려서는 경사면에서 바라본 두타산의 위용.

  고적대의 우아한 모습이 가 저 멀리 보인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려서 상록 칩엽수의 수난이 크다. 푸른 나뭇잎 위로 쌓이는 눈은 무겁고 추위로 얼어버린 나뭇가지는 휘어질 줄 모른 채 가지가 부러지고 꺽이고...

  그리하여 하늘 위로 더 이상 뻗어 오를 수 없게 된 젖나무..

   

 

   우뚝 선 고적대. 가파른 암벽을 눈이 녹아내려 얼어붙은 암벽 사이를 때로 아슬아슬하게 기어 오르곤 했다. 내내 혼자서 그 험한 길을 걸어 올랐다.

  고적대를 오르는 암벽 중간지점에서 잠시 되돌아서서 청옥산과 두타산의 능선길을 바라본다.

  참 힘들었던 고적대로 오르는 길. 정상부근은 아주 좁다. 삼척시와 동해시 정선군의 행정구역이 분기되는 기점이다. 무릉계곡 계곡물의 시원지이다.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의 분수령이라고  써있다.  에구에구 우리 공무원나리들 국어공부좀 하지 分水嶺은  물을 나눈다는 뜻인데.. 한강과 낙동을 나누듯...

  박달재에서 아침을 먹으며 늦게 다다른 후미팀의 식사하는 것을 보고 혹 그들에게  한 번 뒤지면 내내 힘들 것 같아 먼저 내 튀었는데, 이 억척 여인네는 어느 사이 고적대에서 꼬리를 잡았다. 아름다운 여인네의 애교스런 포즈 뒤로 눈 덮인 산하가 아름답다.

 

  

   고적대를 내려서는 가파른 사면 중간에서 잠시 휴식

  그리고 다시 어찌 어찌 일행과 떨어져서 혼자 발자욱따라 걷는다. 때로 발자욱이 희미한 곳에서는 눈을 들어 대간길 안내 리본을 찾으며 길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쓴다.

  저만치 자작나무가 마치 나무인양 이리저리 휘어진채 비탈에 서 있다. 별난 놈의 자작... 

 

 고적대를 내려서며 바라본 두타산 청옥산 능선

   갈미봉이다. 여기까지는 조금 지체되었지만 오늘 행로에 크게 지장이 되지 않게 진행되었다.

  갈미봉을 지난 어느 능선길.  두 자 이상 쌓인 눈으로 대간길이 모두 덮인 채 가려져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가끔씩 나타나는 리본이 반갑다. 잠시 앞 선 발자국을 놓쳐버려 대충 감각으로 능선길로 들어서지만 때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앞을 가로막는 관목의 가지에 얼굴을 할퀴고 긁히고, 모자는 수십 번도 더 벗겨졌다. 어찌어찌 다시 찾아들어선 대간길도 두 자 높이까지 쌓인 눈으로 관목의 곁가지에 얼굴과 상체를 긁히기에는 마찬가지다. 일행중 '공허'님은 눈가에 3cm이상 굵게 긁힌 상처가 났던데, 앰허게 부부싸움 전흔으로 오해받게 생겼다.  잔 나무가지를 헤치며 가다가 잠시 맞은 편 능선을 바라본다. 이곳 능선길에서 봄의 기색은 찾기 쉽지 않다. 이따금 나무를 쪼는 딱다구리 소리 잠시 지나치고 , 그렇다, 새들의 노래소리만은 눈밭 위에서도 감감한듯한 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만히 살피면 아직 나무둥치는 눈속에 파묻혀 있지만, 가지끝 가는 촉수는 하늘로 뻗어 봄의 기운을 마냥 맏아들이며 발그스레 변해있다. 마치 봄의 대기 그 소생의 기를 받으며 쌓인 눈 밑에서 잠자는 뿌리에게 어서 깨어나 대지의 생명수를 길어 올리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몇 번 앞선 일행의 발자취를 놓쳤다가 다시 찾으며 가파른 산비알을 내려가는 데 저만치 아래 오늘 처음 만난 일행 둘이 앞서가고 있다. 부지런히 발 뒷축으로 눈을 찍으며 내려가다가 그만 미끌어지는 바람에 50여m 넘게 썰매를 타며 내려갔다. 그런데 앞서갔던 활주로 이하 선두팀인 되돌아 오고 있다. 길을 잘못들어섰던 것이다. 눈에 덮여있는 마루금때문에 산마루 경계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을 놓치고, 아마도 무심하게 앞선 알바했던 사람들(며칠전인가 우리 대간팀의 일원이 '건산'이라는 산우가 잘못 접어들었던 그 길인듯 하다)발자욱을 따라 들어섰던 것이다. 선두 '짱아'대장과의 무전교신으로 잘못 들어선 것을 뒤늦게 알고 되돌아 오고 있었다. 썰매를 타고 내려왔던 가파른 사면을 다시 힘겹게 오른다. 몇 곱 더 힘든 알바 길이고, 어느 새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 등산화가 젖어 발이 무겁다. 산 마루에서 후미팀과 만나 우측으로 난 능선길로 접어드니 잠시 후 대간길 안내 리본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 같다. 도면상으로 이 구간이 비교적 쉬운 내리막 코스로 고적대에서 이기령까지 6.6km에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우리는 중간에 이미 백복령까지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내려오기는 했지만, 이 구간에서 4시간 48분을 허비했다. 알바를 했지만 이 구간에서만 2시간 넘게 늦어졌다.  눈이 녹은 길은 등산화가 푹푹 빠져들어 발걸음을 잡고, 길은 때로 눈에 덮여 실종되고, 무엇보다 등산화가 젖어서 발이 무겁다. 지친 다리에 젖은 신발은 몇 곱절 내딛는 걸음을 힘들게 한다.

  아름다운 적송군락지대를 지난다.

  아람드리 적송이 하늘로 곧게 치솟았다.  지켜야 할 우리강산의 아름다운 생명체다.

  점심식사를 하고 이젠 백복령 가는 것을 포기하고 천천히 이기령에 도착하니 14:31 이다. 백복령에서 이곳까지 넘어왔다는 일행을 만났는데 6시간이 소요되었고, 대간길이 눈에 덮여 있어 어려웠다고 한다. 아쉽지만, 포기해야한다. 무릅쓰고 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산행은 두 팀으로 나뉘어 다른 팀은 청옥산을 지나 무릉계곡으로 내려가 벌써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정에 벗어난 시간으로는 더 이상 욕심을 낼 수 없는 처지이다.

  지겹다 할만큰 이어지는 눈길. 눈을 밟으며 계곡길을 내려오니 눈 녹아 내린 계곡물이 많이 불어있다. 다시 한참을 내려서니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난 길을 걷게 된다. 다시 일행과 떨어져서 솔향기 가득한 솔숲을 심호흡을 하며 아주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눈폭탄을 맞아 부러진 가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은 소나무에게는 수난의 계절이다.

  산촌의 소는 한 식구다. 따로 외양간이 없이 집 한 칸을 나누어 쓰고 있다. 경사가 심한 산비탈을 갈려면 경운기로는 엄두도 못 내고 관리기로도 갈아엎기 힘든 곳은 어차피 저 식구가 도와주어야 한다.

  엄나무 순이 마냥 부풀었다.

  눈길을 걷느라 지친 다리로 가파른 시멘트길을 내려서는 것도 힘들다. 여니님이 앞장서서 뒷걸음을 치니 모두가 따라서 뒷걸음으로 몸을 푸는데,

  카메라를 들이 대니, '써니윤' 즉시 촬영모드로 포즈를 바꾼다. "저 여인네 소싯적에 모델이 직업 아니었나?"

그녀는 늙을 수 없단다. 의상디자이너인 아들이 엄마를 위해 디자인한 최신의 의상을 입어야 하기에. 살이 찔 수도 없단다.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함녀 계속 매력이 넘쳐야 한단다. 최신의 노출이 심하고 Sexy한 의상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애인도 있어야 효과적일텐데...ㅋㅋㅋ 

   맨 뒤로 선두대장 짱아님이 어디서 구했는지  성철스님이 짚고 다니셨을 듯 싶은 지팡이를 짚고 내려온다. 그 뒤로 청파님.

청파님 기다리느라 의리의 최도사님 알바기점인 그 산마루 눈밭 위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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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앞선 발자욱 따라 알바길 뒤따를까하는 노파심에...

  눈녹아 내리는 산 아래 계곡 옆에는 생강나무 활짝 피었다.

 아쉽지만 뒤돌아보니 아름다운 하루 여정. 두타 청옥 고적대 해동삼봉의 눈 덮인 산마루에서 활짝 핀 생강나무 서 있는 산기슭 이기동마을 눈녹아 내리는 계곡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