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스크랩] 덕항산 대간길

後凋1 2010. 2. 11. 22:20

 

  오늘부터 여주인터체인지 하행선에서 차를 타기로 했다. 집에서 출발시간이 2시간여 절약된다.  이 곳에 차를 파킹하고 산행버스를 탑승한 후, 귀가길 상행선여주휴게소에거 내려 지하 하수구를 통하여 길을 건너면 보다 빠르게 귀가할 수 있다. 8시 조금 넘은 시간, 휴게소에 도착하니 등산버스차량이 여럿 주차하여서 간이 식당을 차리고는 간단한 아침을 조리해서 먹고 있다. 이색적인  휴게소 풍경이다. 알뜰 등산객들의 모습이다. 아직은 추위가 만만치 않아서 휴게소 입구에서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찬 바람을 맞은 후 차에 올랐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을 나누는 기념조형물.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그리그리 대간길과 지맥이 산줄기를 물길을 나누는 게다.

      주초 주중 매섭던 추위가 지난 번 대간때와 마찬가지로 언제였나싶이 포근하고 아름다운 겨울산행길을 마련해 준다. 파아란 겨울하늘 그 밑 능선 위로 봄날인양 따스한 대기 속을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아직은 바람한 점 없다.

  물박달나무가 파아란 겨울하늘로 마른 가지를 뻗고 있다. 아직 계절은 겨울, 하지만 입춘을 엇그제 지냈으니 절기는 봄을 향해 내닫는다. 하늘로 뻗은 나뭇가지는 황도의 각의 변화와  바람 방향의 변화를 감지하며 봄의 낌새를 뿌리에 전할께다. 아무 것도 변화가 없는 듯한 마른 대지 밑으로 뿌리는 새봄을 준비하랴 아마 부산할 테고, 그러니 이악한 인간은 그 낌새를 알아채고는 고로수액을 받아 마실 수 있는게다.

 

 

    耳順을 갖 지나신 예쁜이 할매 "여니"님, 92세의 시어머님을 모시는 孝婦이시다. 말이 효부지 새벽같이 일어나 혹여 새벽 잠귀 밝으신 시어머니 잠깨실라 깨금발로 살금살금 거실을 지나 제대로 먹을거리도 챙기지 못하시고 등산가방 챙겨서 길 나서셨다. 이순의 나이에 시집살이 고되도다. 백두대간, 그 길 걷자니 시집살이다 더 힘겹다..  ㅋㅋ

 

       늘 후미그룹 챙기는라 바쁜 태경회장님.  그 페이스에 맞추다 보니, 늘 후미에 서서 힘겹다. 

 

 

 

 

        마른 나뭇잎 위에 털석 주저 앉으셧다. "자, 여기 포즈 한 번 취해주세요!"

바로 백만불 미소로 답하시는 강산님.

아름다운 다섯 차례 대간종주 내외간이시다. 건강한 초로의 아름다움이시다. 

 

            대간길 다섯 차례를 함께하신 강산님 부부, 참 아름답게 노년의 초입을 함께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잠시 낭군을 앞서서 나와 함께 걷던 하문자 여사님, 단아한 모습과는 달리 장부이시다. 여장부이시다.

가파른 사면을 오르시고는 크게 함성을 지르신다. 패기가 넘치는 모습이시다. 나도 따라 힘든 마룻길을 올라 서서 '아-하' 외치지만 그 기세가 여사님의 氣에 한참 못미침을 느낀다.  저 만치 뒤처진 낭군을 부르신다.

" 정 동지!" 얼핏 생경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호칭이, 잠시 후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다섯 차례의 대간길을 함께 하셨으니 그 험한 길의 동지요. 삶의 험한 공간에서 서로 뜻을 같이 하였으니 "同志" 아닌가?

 

           자주 대간길을 곁에서 가쁜 숨을 나누는 여니님 그 뒷모습이 아름답다. 왜 뒷모습을 사진에 담느냐고 핀잔이시다. 그렇구나, 내가 좀 변태구나 싶다.  저만치 물푸레나무 잡목사이로 멀어져가는 뒷 모습이 아름답다. 아직 고달픔 시집살이를 면치 못한 착한 며느리고  젊음이 탄탄한  할머니시다 

             늘 새롭게 다가오는 노년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조계산 무박 산행에 이어 이 날 대간길을 거침없이 내닺는 준족이시다.  대간길 시작즈음 무릎관절에 부담이 있었지만 대간마루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아픔을 이겨낸 억척이시다.  가끔 나와 비교가 된다. 몸에 부담이 되는 운동은 연령에 따라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한 발 물러서는 나.  하지만 조금 물러서면 어느 사이 밀려드는 게으름의 타성에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나태에 빠져버린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현명하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삶. 때로 긍적적인 방향으로 모험을 감행하며 Betting 하는 것이 행복에의 길이다.

 

 

출처 : 일산하나산악회
글쓴이 : 후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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