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옷 속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날 동짓달 또는 섣달 어느 날 남한성 산성에 올라 성벽 위 잔설이 얼어 얼어붙은 길을 따라 걸어볼 일이다. 찬바람에 코가 맵고 눈물이 핑도는 성벽에 서서 저 멀리 검단산 아래로 부터 휘돌아 내리는 한강 줄기를 따라 눈길을 돌려 조선500년 한양도읍지를 바라볼 일이다. 매섭게 몰아치는 북서의 계절풍이 성곽위 솔숲을 지나며 쉭-쉭- 울어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삼각산 능선이 도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볼 일이다. 삼각산 능선이 문수봉 보현봉으로 이어지고 다시 아래 북악으로 이어진 도읍의 지세를 바라보며 그 아래 궁궐과 한 때, 욕된 세월 굴욕의 한 시기를 떠올려 볼 일이다. 성벽 사위가 금나라 오랑캐의 깃발로 펄럭이고 괭가리와 징소리로 가득차고 함성으로 가득차고 창검위에 패잔병의 효수된 머리가 어른거리는 것을 눈을 감고 상상해 볼일이다. 칼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어 오는데 더하여 저 아래로 금군이 쏘아댄 포탄이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절박한 상황을 가늠해 볼 일이다. 가능하면 무명토시에 덧신을 신고 그 매운 바람을 홑겹 옷을 걸치고 절망의 상황에서 바라볼 일이다. 명분과 삶에의 애착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시대 무력한 선비들을 떠올려 볼일이다. 그게 어찌 저 가버린 그 조상들만의 고뇌로 그쳐있겠는가? 우리 핏속으로 흘러있음을 찬 바람을 온 몸에 맞으려 그리 한 번 새겨볼 일이다.
음주운전으로 100일 면허정지를 당하고 조금은 불편했지만, 또 불편을 기화로 없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럭저럭 나름대로 또 다른 생활양식을 즐겼다. 오늘 경찰서에 가서 면허증을 찾고는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차를 길들이기도 할 겸 남한산성을 찾았다. 조금 더 추웠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영하 5도 이하이니 그럭저럭 산성의 매운 추위맛을 조금은 볼 수 있을 듯 싶다. 연초 이후 이어진 매서운 추위 탓인지 산성 안은 인적이 드물고 주변의 식당도 한가하다. 주차장 옆 한식당을 찾아서 더운 국물과 부치기를 먹고 산에 오른다.
남문에서 내려다 본 성남쪽 능선
남문을 조금 지난 성벽근처, 남문으로부터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벽이 저 아래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영춘정
성벽 바로 옆에 소나무숲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소나무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는 좀 다르다. 솔잎을 가르는 바람소리는 쉬-익 성긴 소리를 낸다.
남문을 지나 서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에서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성을 방위하는 지휘소 창랸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한 켠에 이 성곽을 기일 내에 쌓지 못하여 참수당한 장수의 기념비가 있다. 조금 늦더라도 완벽을 추구한 장수일게다. 불쌍한 노역인들을 배려한 장수였을 게다.
성벽 위 세찬바람에 깃발이 요동치며 큰 소리를 내며 펄럭인다.
서문 밖 어느 소요객
성 밖으로 나서서
동문 앞에 서니 서편으로 기우는 햇살이 언덕위를 밝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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