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평 가덕산(加德山;858.1m)-삿갓봉 경유 산행기
가덕산(加德山)은 강원도 춘천시 서면과 경기도 가평군 북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산줄기로는 한북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화악지맥 상에 있다.
한북정맥이 백운산(904m)에서 국망봉(1,168m)으로 이어지는 중간에 883m봉(일명 도마봉)이 있고, 거기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를 이루는 화악지맥인데, 이 화악지맥이 도마치(690m)에서 잠시 가라앉은 다음, 서서히 고도를 높여 석룡산(1,155m)을 들어 올리고, 이어서 화악산(1,468m)을 불끈 솟구쳐 놓는다.
가덕산
그런 후 그 옆의 응봉(1,436m)을 거쳐 춘천의 삼악산(645m)까지 동남쪽으로 뻗어 가는 그 능선 상에 가덕산이 있다.
그런데 이 화악지맥을 경계로 춘천 쪽은 산림청 임목육종연구림으로 입산이 통제되는 곳이 많고, 교통편도 경기도 가평 쪽에서 접근하기가 쉬어서 가덕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가평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산행기 역시 대부분이 가평 쪽을 들머리로 해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이다.
삿갓봉
그렇다고 강원도 쪽에서 접근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강원도 쪽 사람들은 춘천 쪽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춘천 쪽의 산행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춘천 쪽에서 올라가는 대표적인 코스는 춘천댐 서남쪽에 솟아 있는 삿갓봉을 거쳐서 가덕산으로 향하는 것이 정석이다.
삿갓봉(716m)은 춘천시의 서쪽, 즉 춘천시 서면 서상리와 오월리 사이, 그러니까 춘천댐의 왼편에 솟아 있으며, 가덕산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 상의 최고봉이다. 워낙 한 쪽에 치우쳐 있고, 특징 없는 수수한 육산이어서 눈길을 끌만한 봉우리는 아니며, 그저 호젓이 그냥 그렇게 서 있는 수더분한 봉우리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심지어 지형도에조차 이름이 실려 있는 경우가 드물다. 다만 정상의 모습이 마치 삿갓처럼 생겼다 해서 삿갓봉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따름이다. 그러하기에 요란한 등산객들조차 삿갓봉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처럼 숨겨져 있는 듯한 봉우리이지마는 힘들이지 않고 조용한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안성맞춤의 작은 산이다. 특히 친구나 동창생들끼리 주말에 만나서 가볍게 산행을 한 후 오월리 춘천댐 매운탕 골에서 해단식 겸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따라서 춘천 쪽의 대표적 산행 들머리는 춘천시 서면 오월리 춘천댐 매운탕 골이다. 춘천에서 접근할 경우에는 시내에서 5번 국도로 화천 쪽으로 북상하다가 춘천댐을 건너자마자 왼편으로 내려가서 매운탕 골 동네를 가로질러 올라가야 한다.
승용차를 가져갔을 경우에는 매운탕 골 마을을 가로질러 올라가다가 길가의 공터를 골라 적당히 주차해두고 산행에 들어가면 된다. 다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도로변의 공간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매운탕 골 마을 가운데 길로 올라가면 동네 끝자락에 마지막 횟집으로 물레방아횟집과 삼박골횟집이 있고, 바로 그 위에 산행기점인 산불감시초가 있다
버스에 내려 걸어서 올라간다면 15분 정도 걸린다. 초소 앞 이정표에 ‘삿갓봉 2.5km(1시간 30분), 가덕산 5.0km(2시간 40분), 북배산 7.5km(3시간 40분)’이라 적혀 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개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서 작은 다리를 서너 개 건너면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 산판길이 시작되며, 얼마 가지 않아서 은혜원이라는 기도원 앞에 다다른다.
은혜원
그리고 은혜원 앞을 통과하여 개울을 끼고 100여m 올라가면 길이 갈라지고, 거기 이정표에 ‘(왼편)벌둔 1.5km(1시간 20분), (오른편)삿갓봉 1.8km(1시간 20분)’이라 적혀 있다. 여기서 오른편 길을 A코스, 왼편 개울 건너로 가는 길을 B코스라 해 두자. 어느 쪽 길로 올라가도 삿갓봉으로 갈 수 있으며, 시간도 비슷하게 걸린다.
오른편 A코스 길은 잔돌밭의 너덜이 많아 등산로가 양호한 편은 아니고, 특히 개울을 몇 번 건너야 하므로 장마철에는 주의를 요한다. 그러나 길은 이쪽이 더 선명해서 헤맬 일이 없으므로 처음 가는 사람은 주로 이쪽으로 올라간다. 특히 이쪽 골짜기는 단풍이 고와서 가을철에는 오른편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A코스, 즉 오른편 길로 50m 정도 올라가면 철다리를 건너고, 왼편에 건축자재를 쌓아둔 집터를 지나서 묵정밭을 지나면 등산로는 개울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그리하여 산행기점인 산불감시초소에서 50~60분 올라가면 춘천수렵장의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거기 이정표에 ‘삿갓봉 0.9km, 매운탕골 1.6km’라 적혀 있다.
능선의 좌우 양방향으로 주능선 전체에 춘천수렵장의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고, 과거 수렵장 안에는 수렵용 야생 멧돼지가 사육되고 있어서 지나가다가 보면 멧돼지가 더러 눈에 띄기도 했으나 지금은 수렵장 자체가 폐쇄되었는지 한산해졌다.
주능선에 올라선 이후에는 수렵장 철망 울타리를 따라 남쪽을 향해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철망 울타리를 따라 길이 나 있으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런 가파른 길을 30여분 올라가면 160 통나무계단을 지나 정상에 이른다. 산행기점에서 2.5km, 1시간 20~30분 걸린다.
삿갓봉 정상
그리고 은혜원 위 삼거리에서 왼편, 즉 B코스로 올라가는 길은 아주 호젓하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조용한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그래서 이쪽 길을 아는 사람은 오히려 이쪽 길로 더 즐겨 오른다. 따라서 삿갓봉이나 가덕산까지만 갔다 오려면 왼편 길(B코스)로 올라갔다가 오른편 길(A코스)로 내려오거나 그 역으로 산행을 하면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은혜원 위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조그만 다리를 건너서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묵정밭을 지나면서 잣나무 숲과 낙엽송 숲이 번갈아 나타나고, 삼거리에서 10여분 올라간 지점의 길가엔 개발제한구역 표지석이 서 있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잣나무 숲이 끝나면서 길은 왼편 잡목 숲 속으로 들어간 다음, 동편 능선을 향해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가게 되고, 능선에 올라서면 삼거리이다. 서상리의 벌둔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으로 은혜원 삼거리에서 25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는 그 삼거리에서 오른편 능선을 타고 서쪽으로 휘어져 올라간다.
이후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지면서 서쪽으로 나뭇가지 사이에 삿갓봉 정상의 하얀 산불무인감시카메라 탑이 보이고, 5∼6분 정도 올라가면 작은 봉우리 하나를 피해 오른편 산 중턱의 비탈길로 우회해서 능선 삼거리에 올라선다.
그리고 능선 삼거리에서 10여분 올라가면 이끼를 잔뜩 뒤집어 쓴 개발제한구역 표석을 지나서 또 하나의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서상리의 퇴골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거기서부터 능선을 타고 계속 올라가면 삿갓봉에 올라선다.
해발 716m인 삿갓봉 정상은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정상부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전망도 시원하며, 산불무인감시카메라가 우뚝 서 있다. 의암 호반의 춘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 아래로 춘천댐이 선명한데, 그 위로 용화산(878.4m)과 사명산(1,197m)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홍천의 가리산(1,051m)의 바위 봉이 보이고, 그 오른편에 대룡산(899m)과 금병산(652.2m)이 연이어 있다.
춘천 호반
서쪽으로는 화악산과 응봉이 가깝게 보이고, 서쪽에서 남쪽으로 화악산 응봉에서 몽덕산-가덕산-북배산-삼악산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춘천댐
삿갓봉은 마치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처럼 보이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날뛰는 등살을 못 견디어 슬슬 꽁무니를 빼다가 장가도 못 가고 혼자 사는 시골 아저씨 같은 그런 산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넓은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가서 안부에 이르면 오월리에서 서상리로 이어지는 잘 닦여진 임도를 만난다. 그런데 어느 쪽에서 올라오는 자동차를 경계하려는 것인지 군사분계선 같이 생긴 철문이 삼엄하게 닫혀 있었으나 지금은 폐쇄된 채 개방되어 있다.
그런데 이 부근에서 등산로를 확실히 찾아야 한다. 워낙 임도가 잘 닦여 있어서 자칫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 쉽다. 이 임도는 내려갈수록 가덕산과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 춘천시 서면 서상리로 빠져버리므로 임도를 따라갔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가서 낭패를 보게 된다.
등산로는 철문 부근에서 서쪽 철문 위의 작은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그때부터 능선에 설치된 철망 울타리를 따라 올라간다. 등산로가 희미해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우나 안심하고 춘천수렵장 철망 울타리만 따라가면 된다. 이 철망 울타리가 가덕산 정상까지 뻗어 있기 때문에 철망 울타리 옆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결국 가덕산 정상으로 가게 된다.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철망 울타리의 지주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조 장치로 철사를 잡아당겨 등산로를 가로질러 땅에 촘촘히 박아놓은 것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 등산로를 가로질러 설치해 놓은 철사 줄에 걸려 넘어질 수가 있다. 그것이 한 두 개가 있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아닌데, 가덕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종종 나타나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많이 제거되어 있다. 아마 철사에 걸려 넘어진 등산객이 화가 나서 잘라버린 것 같다.
그리하여 조심조심 철사 줄을 피해가면서 철망을 따라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올라가면 삿갓봉에서 2.5km, 1시간 20여분, 산행기점에서 5km, 2시간 30~40분이면 가덕산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엔 '(서북쪽)몽덕산 2.25km, (남동쪽) 북배산 2.95km'라 적혀 있다.
정상은 억새로 뒤덮여 있어서 삿갓봉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촉대봉(1,125m) 아래에서 시작하여 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을 지나 삼악산 쪽 1km 지점까지 장장 16km에 걸쳐 능선을 따라 폭 20여m의 방화선이 설치되어 있다. 이 방화선이 가을이면 억새로 뒤덮이고, 가덕산 정상의 억새란 바로 이 방화선의 일부인 것이다.
당초 방화선은 산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나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억새가 군락을 이루어 방화선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가을에 억새가 마르면 불쏘시개가 되어 오히려 불이 더 잘 붙게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장인 것이다.
화악산과 응봉
가덕산의 전망은 의외로 삿갓봉의 전망보다 신통치 못하다. 나무에 가리고, 다른 산에 가려서 전망이 막혀 있으나 북서쪽으로는 전망이 트여 있어서 화악산과 응봉이 더욱 가깝게 보인다.
하산은 삿갓봉 쪽으로 되돌아서 하산하는 경우 이외에는 남쪽 북배산 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가 춘천 쪽이나 가평 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그리고 북쪽 몽덕산(635m) 쪽으로 올라가서 홍적고개에서 산행을 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삿갓봉으로 해서 되 내려갈 경우, 삿갓봉까지 내려가는데 50여분, 삿갓봉에서 매운탕골까지 내려가는 데에 40여분, 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글쓴이 - 둘 산악회 아미산(이 덕 호)
*스크랲 해 가시는 분은 출처를 분명히 밝히며 이용해 주세요.
아니면 저적권법에 저촉됩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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