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월 0℃~8℃ 꽃샘추위, 눈비.
봄감기에 며칠 째 몸이 좋지 않다. 아침을 대충 차려 먹고 아침 일찍 병천리 한옥학교로 향한다. 밖에 눈 섞인 비가 내렸다. 을씨년스런 봄날씨다.
샘밭 2군단사령부를 지나 오음리 가는 길, 배후령을 올라서니 오봉산이 산자락까지 하얗게 눈에 덮여 있다. 계곡은 운무로 가득하고... 꼬불꼬불 고갯길을 오르며 디카를 꺼내들어 차창으로 몇 장을 찍었는데 모두 버리고 이것 한 장 거두었다.
배후령 정상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하얗게 흰눈에 덮인 채, 운무가득한 고개마루의 풍경을 담았다.
학교에 도착할 즈음 굵은 눈발이 떨어진다. 마치 한겨울의 함박눈처럼.
강당동 추녀와 처마 위에 쌓인 눈이 녹아 내린다.
언뜻 연무 속으로 해가 드러났다가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는, 가는 눈발이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런 봄날씨다.
지난 주말 내준 숙제. '기둥결구구조'를 그리기 위해 신세대 노트를 편다.
"입체도면그리기" 이게 쉽지 않다. 실물을 보면 조금 낳지 않을까 싶어 박선생님의 협조를 얻어 미니애쳐를 가져다 놓고 들여다 보아도 입체도면에 익숙지 않은 나는 그려낼 엄두를 못 낸다. 회장님이 준 힌트로 대충 그려놓고는... 곧 다시 막힌다.
휴식시간에 밖으로 나와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수물과 낙숫물 듣는 소리를 보고 들으며, 아련한 추억 저편 생각에 잠시 넋을 놓고 서있는다.
멋진 앙곡과 안허리곡선을 뽐내며 하늘로 쳐든 추녀와 처마선으로 두둑 둑 눈 녹아 내린 낙숫물이 떨어진다.
이걸 그려내야 한다. 암만 바라봐도 나는 쉬이 그려낼 수가 없었다. 다른 교육생들은 각도를 달리하여 쉬이 그려 내기도 하고, 또 어찌어찌 종이 위에 그려 나가는 데...
애고! 나는 어쩔 줄 모른다. 이곳에 와서 어느 분야에서 내가 白痴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3.29. 화 -2℃~12℃ 변덕스런 봄날씨 꽃샘추위
아침 첫 검도강좌. 공인 5단 이성수 회장님의 지도로 운무 가득한 수불무산 자락에 환상의 무예도장이 개설되었다.
"머릿!" 虛空을 가르는 유필호 學友의 머리치기
이곳에 온지 3주째가 되어서야 治木場에 올라온다. 28기 선배기수가 마지막 部材治木에 바쁘다.
며칠이 소요될 지 모른다. 대팻날에 면을 세우고 面이 만들어지면 다시 날을 세워야 한단다. 날에 얼굴을 비추어 얼굴狀이 이지러지지 않는 것까지가 교육목표.
에그 시작도 전에 주눅부터 든다. 숫돌을 물에 담근 후 연삭작업에 들어간다
꽃샘 추위 속 진눈깨비가 간간히 지나치고 속옷을 파고드는 봄바람에 잔뜩 움추러든채, 아직은 손이 곱은 찬물로 숫돌에 물을 얹고 대팻날을 연삭하기 시작한다. 대팻날 면이 숫돌에 정확히 닿아야 한다. 왕복운동을 한때 몸의 자세가 안정되어야 대패날 면이 만들어진다. 왕복운동은 정확히 수평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패면은 볼록거울처럼 된다. 쉽지 않은 기술이다.
1조,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한 막내이자 조장을 비롯 컴퓨터보안 전문가, 환경관리 전문, 교과서 및 서적 납품업, 사업가, 금융업 종사... 조원들의 면면이다. 백면서생은 면했을 망정 이 분야에는 백지상태. 숫돌에 무조건 갈아대기 시작한다. 곧 해낼 것 같을 기분으로... 마치 도를 닦고 수양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 슥삭슥삭 사각사각 내팻날이 숫돌 위에 미끌어진다.
우리 세대와 다른 복식의 젊음. 그들은 바지를 배꼽 아래 허리에 간신히 걸친다. 우리 구세대는 배꼽 위가 벨트라인.
허리 아래 바지 벨트라인 인데다가, 추위로 내복을 차려 입은 우리와는 달리 요즘 젊음은 내복따위는 안 입으니. 하여 꽃샘추위 속에서도 대팻날 연마에 여념이 없는 젊음은 똥꼬로 꽃샘추위 봄바람이 찾아들어도 무아지경인 기라.
그날 하루 종일 꽃샘추위 속에서 떨며 대팻날 硏削으로 치목장에 첫신고식을 치렀지.
그리고 추위로 그만 治木場에서 지켜져야할 규칙들을 어기고 紀綱마져 해이해져, 담임 박교수로부터 호된 叱責에 얼차려를 받았겄다. 耳順을 내일 모래 앞 두고 받는 "얼차려". 받아들이기 나름 . 함께 젊음이며 호흡을 같이하는 단체의 일원일 수 있고, 섭섭이 꼰데일 수 있고...
그려 木手에의 길이 그리 녹녹치 않은 게여.
거제도가 집인 김순안 학우의 배려와 호의로 거제 앞바다에서 직송한 싱싱한 회로 모두가 함께 할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오늘 하루 꽃샘추위에 벌벌 떨며 하루종일 대팻날을 갈고...
그리고 술잔을 들고 Cheers!... 그게 "잘 하자!"다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말고 제대로 배우자고 口號도 그리 정하였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차지 않는다.
口號 公募. 뭐 좀 더 산뜻한 거 없을까?
27기는 "좋아! 좋아!" 하든가?
3.30. 수 -3℃~15℃
대팻날 연삭 둘째 날. 1조만 어제에 이어 2,3,4,5조와 따로 떨어져 공구장과 식당을 잇는 길목에 자리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도 없고 봄볕이 따사롭다.
모두 진지하게 대팻날을 갈고 있다. 뭔가 감이 잡히는가?
머리가 시려워 도리모찌를 쓰는 단소선생님이 대팻날 연마에 몰두, 벗어진 대머리가 봄바람에 시려운 줄 봄볕에 타는 줄 모른다. 발모제가 따로 없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볕이 바로 최고의 발모제인 기라.
아직 여드름도 가시지 않은 1조 조장, 궁둥이 한 번 떼지 않고 줄기차게 쉬지 않고 갈아댄다. 숫돌이 움푹 파이도록.
그저 그렇게 끊임없이 갈면 面이 서는 줄 알고...
전헌주씨도 쉬임없이 갈아댄다. 숫돌이 다 닳도록 갈면 제깟 면이 안서고 배겨? 뭐 그리 생각하는지.
안산의 안오상兄, 대팻면을 찬찬히 살핀다. 이틀 간의 求道의 길에 구렛나루가 무성해졌다. 날이 서면 대팻날로 면도를...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공구장의 대팻날 가는 안정된 손모습. 손목이 움직이면 면이 설 수 없다. 숫돌이 평평하지 않으며 면이 반듯하게 설 수 없다. 1기는 다른 조와 뚝 떨어져 연마의 요령을 나누지 못하고 헤메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식당조 꽃미남.
장세호학우, 교육생들의 필요한 일상품을 조달해 주고 있다. 3주차가 되며 교육생들이 각자의 달란트로 서로 필요한 것들을 나누며 조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과 능력을 나누며 우리들 각자 삶의 지평을 넓혀 가는 게다.
오늘 나도 열심히 대팻날을 갈았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다. 五里霧中
3.31. 목 3월의 마지막 날 -1℃~18℃ 옅은 안개. 해뜨는 시간 6:17
수불무산 자락. 치목장으로 어제부터 검도 수련장을 옮겼다. 한낮의 요란한 기계공구소리 대신 검도의 기압소리가 수불무산 자락에 울려 퍼진다.
" !"
"머릿!!"
수납공간 차지가 선착순이라 내게는 배정된 공간이 없다고 투덜대다가, 빈 수납장을 찾아 살림을 분산시켰다.
숙소 살림살이가 3주차가 되면서 더욱 규모가 잡혀간다. 총무를 비롯 손이 잰 공구장의 손길이 숙소 여기 저기에 빛을 발한다.
노태형씨, 그의 대팻날 연삭모습을 보면... 求道者의 모습을 보는 듯.
살며시 숫돌면의 평면을 확인하고는... 사각사각 연삭되는 대팻면의 연마되는 소리와 절삭각도를 온몸으로 느끼는 듯 하다. 그는 體得하고 있다.
나는 五里霧中 感이 잡히지 않아 수시로 '벤치마킹'. 반면 쉬임없이 갈아댄 전헌주씨의 대팻날은 내 것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나도 어찌어찌 面세우기에 합격을 하였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아직 제대로 體得하지 못한 것이다.
27기 선배기수들이 마지막 치목작업에 여념이 없다.
1조. 무작정 연마만 하던 작업방식을 개선. 김순안 클리닉의 자문을 구하다. 조장부터... 親切한 순안씨.
안산의 안오상씨도 박상규 클리닉의 자문을 구한다. 앞선 기능을 나누고, 뒤진 사람은 이끌리고... 그렇게 한옥학교의 기술은 傳受되는 것 아닐까?
연이틀 왼종일 이어진 연마작업으로 허리에 무리가 갔다. "에고 허리야"
4.1. 금 0℃~18℃
" 정민 도서관" 한옥관련 전문도서가 다양하다.
먹펜도 만들어야 한다
점심식사 후 따사로운 봄볕 즐기기
거대한 공룡의 뱃속? 갈비뼈가 가로지른. 요나의 체험처럼. 28기 28명이 이곳에서 어울어져 융화되어 한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상처뿐인 영광
그렇게 한 주를 대팻날을 갈며 ...
4.2. 토 2℃~12℃
새벽 처와 internet imtel로 통화, 컴퓨터와 디카에 익숙지 않은 처에게 사용법을 원격 강의 隔世之感
텃밭 멀칭. 이랑 고랑 만들기. 하루종일 바쁘게 밭 정리.
4.3. 일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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