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화천한옥학교

열 세째 주- 27기 졸업, 보깎기 마무리. 장혀, 동자주 치목

後凋1 2011. 6. 12. 01:25

6.7. 화  15℃~26℃ 초여름 더위…큰 일교차 구름 많음

 오전, 3일간의 연휴를 지내고 오니, 잠시 일이 손에 설다. 몇몇 연수생들이 눈에 띠지 않는다. 연휴기간 조금 진하게 휴식을 취했는가?

 안삼영 아우님, 참 능숙하게 모든 일을 잘 해나간다. 비슷한 연배지만 이곳 현장에서는 모든 면에서 나와 기술과 기능이 천양지차다. 대보의 머리가 크랙이 가지 않게 감싸주고는  대팻날을 갈아서 날이 잘든다며 대보의 면을 손질한다. 사르륵 사르륵 대팻밥 먹는 소리를 즐기는 듯 하다.

    건조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목재가 너무 젖은 상태였기에 깎아 놓은 部材의 여기저기에 크랙이 많이 갔다.

 

 오전, 연휴로 인한 현상인가 연수생 여러 명이 빠졌다. 3일연휴로 오전에는 일이 잘 안 잡힌다. 대보에 연결할 주먹장을 파내는 것으로 내가 맡은 충량보 완성. 보머리와 보의 여기저기가 나무의 건조가 진행되며 크랙이 많이 갔다. 다 깎았다 싶었는데 치수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자꾸 나타난다. 보머리로 이어지는 숭어턱부분 8치가 안 되는 곳을 조장 김문수씨가 지적해주어 고쳤고, 끌질의 달인 박상규씨가 와서 이곳 저곳 평면이 잡히지 않은 곳을 능숙한 솜씨로 교정해 주었다. 참 꼼꼼하고 차분한 사람이다. 전체적인 배움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앞선 사람들을 따라하며 조금씩 기능이 나아지는 느낌이다. 잘 하는 사람을 옆에서 바라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주말의 텃밭 농사일과 도배 여름을 나기 위한 방충망 설치 등 자질구레한 일이 많아 피곤이 쌓였다.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6.8. 수  15℃~28℃ 아침 맑음.   일출:05시07분 일몰:19시49분  일조시간:14시간 42분

   '또르르르'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이 깼다. 궁금증이 더하여 가는 놈의 정체. 그저 지나쳐버리면 그만이나.  자꾸 이름을 알고 싶어진다.

  전에 검은등뻐꾸기를 알아냈듯이 새소리 전문 사이트에서 알아내 보아야 한다.

              아침식사를 하고 박상규씨와 함께 동네 한 바퀴. 계곡 쪽으로 내려서서 계곡을 타고 올라 28기주당들의 아지트 부근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곳으로 올라섰다. 자연휴식년을 취하는 계곡은 그 휴식으로 더욱 풍성한 자연의 선물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

                           지난 주 만났던 일흔 여덟 살 김은경 할매 1키로 남짓 떨어져 있을 이곳 올케의 참깨밭에 와서 참깨 싹이 안 나온 곳 보식을 하고 계신다. 아랫마을 양계장집 아낙과 마을 이야기...

             일은 네살 콩밭 촌로도 고라니에 콩농사 망칠세라 아침 해 뜨기 전 약을 살포하고 있다.

 

            ' 황금달맞이꽃', 화훼종이다. 야생이 저녁에 피는 것과 달리 낮에 피니 낮달맞이꽃의 일종이라 해야 하지만 낮달맞이꽃은 연분홍이다. 조만간 개체를 얻어 집주변에 심으려 한다.야생 보다 일찍 개화한다.

            '엉겅퀴' 간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초

                       늘 지나치던 화천군 귀농체험실습장 오늘 아침은 여러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띤다.

 

                      파프리카를 비닐을 덮은 것과 짚을 덮을 것으로 비교하여 재배하고 있다. 피닐 피복을 한 것이 생육상태가 훨씬 좋다.

  유인줄을 매어주고 있다.  3월에 입교하여 농작물 한 작기를 마치는 11월에 수료한다고. 10여명의 교육생. 화천군의 인구늘리기 시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한옥학교의 운영도 그 하나이고 귀농학교 산천어축제등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홍일점 산본에서 왔다는 박은미양이 나를 따라 나선다. 한옥학교에 와 보고 싶었는데 혼자 오기가 무엇해서 아직 못 와보았단다. 학교의 이곳 저곳을 소개해 주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치목장에 검도수련을 하는 학우들의 몸놀림이 빠르고 함성 우렁차다.

               내가 부상으로 쉬는 동안 진도가 많이 나갔다.

                     노익장 신규식 아우님도 젊음과 나란히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이성수회장의 새로운 캐릭터. 수불무산 자락 治木場  "털보두령" .

          다음 주 쯤이면 야성의 매력이 발산될 듯. 기대되는 그네의 새로운 캐릭터. 면모...

             크랙으로 다림줄로 중심선을 내린 것이 비틀어졌다.  동자주를 깎기 위해 바심질을 해 둔 부재인데 다시 조정을 해야 할 듯.

                  나의 충량보가 걸릴 대보의 측면 부분

                   동자주가 얹혀질 대보의 윗 부분. 구레먹선으로부터 나이가 매겨져 있다.

                계곡의 사방땜도 거푸집을 벗었다.

            학구파 치목장 '채규성'씨, 각 부자재의 현황과  작업진도를 파악해야 한다. 에그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치목장을 하겠다 했으니 소가 웃을 일. 언제 한 번 술 한 잔 나누어야 할텐데....

           식당의 식당아주머니의 김치만드는 솜씨가 뛰어나다. 하여 화천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김치담그기 체험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시행된다. 오늘은 중국인 관광객들. 그네들 빠른 산업화의 결실로 국력이 신장한 만큼 외모나 모든 면이 몇 년전과 천양지차다.

   세계의 공장 중국. 이제 그들이 경제성장의 결실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세계를 향해 맏형역을 맡으려 한다.

    식당앞 때죽나무꽃. 이제야 쪽동백과 때죽나무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일과 후 계곡의 회식자리에 참석하고자 아침에 찾았던 계곡쪽으로 가니 아침나절 그 시누 올케가 아직까지 참깨 보식에 여념이 없다.

 

      구들장에 굽고,

         푹 삶아 썰어 내고...

  힘든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그 계곡에 모여 앉아  한 잔 막걸리나 소주 에 삼겹 한 절음 입 안에 넣으면...

아! 무엇이 더 부러울게 있는가?  행복이란 이 순간 거저  한 잔 술에 삼겹 한 절음 상추쌈으로 우적우적 씹어 목젖을 넘기는 것이니라.

                               그 계곡의 구들장 삼겹구이담당 "어이" 아우

          깊은 산골이건만 한 여름 해는 아적 서편 능선을 넘지 않았다.

 

 

                      늘 티격태격 정이 붙은 인천의 두 맏형들... 술 떨어지고 야채 떨어졌다.

           모든 술자리는 그로 부터 열려진다. 노땅과 젊음을 아우르며 공구장의 직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조영철" 아우. 

           그 다함없는 에너지는 어데서부터 오는가? 언제나 쾌활한 그 친화력은... 또 한 사람의 에너자이저.

               푸짐하게 준비한 삼겹살로 오늘이 회식자리를 만들어 준 '태형' 아우.  謙遜의 德을 아는 人格.

       때죽나무꽃인가 쪽동백꽃인가? 꼬투리째 떨어져 계곡물 따라 흘러왔다. 꽃의 계절을 마감하고 여름이 깊어 가는 것이다.

               그 계곡의 아고라?

   젊음들이 나서서 뒷정리.  "안 오셨듯 가시오소서!"

 그리고 불콰한 취중에 땅거미 지고  이어 어둠이 짙어지며 빗줄기 내리던 그 계곡의 밤.

   이어지는 그 밤의 카니발.

 

 

 아직 미진한가... 빗줄기 속에 우두커니  그네 생각...

 

 6.9. 목   16℃~26℃ 새벽 흐림

장혀 먹줄 놓고 면 다듬기. 동자주 먹줄놓기. 면 다듬기. 대보작업 계속. 대보의 크기가 커서 동자주 보아지 자리가 없다는 문제 제기, 오전 한 때 그 처리를 위해 토론. 나는 뭐가 뭔지 이해가 안되고 멀뚱멀뚱...

 일주 내개 회첨보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태형'씨와 '상규'씨. 제일 복잡한 보 작업이다.  나에게는 머리에 쥐가 날 도형이고 구조물이다.

 

 

 

 

  오전 한 때 일거리를 찾지 못하다가 대보의 동자주자리를 두 치 더 내려 다시 깎는 새로운 작업을 맡아 하루 종일 끌질을 했다. 일에 매달려야 배움이 되고, 잘하는 사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따라하는 것이 좋은 배움의 방법이다. 소위 머리로 하지 않고 몸으로 체득하는 것일 것이다. 한데 나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하고파도 할 수가 없는 처치였다. 낫살 먹고 추태나 부릴까 싶어 눈치나 살피며.. . 혹 마찰이라도 있다면 그 또한 내가 더 힘겹더라.   열심히 일에 몰두하면 시간도 잘 가고 사람과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노태형씨의 일하는 모습 박상규씨의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운다.

 저녁식사를 하고 치목장에 올라가 대보 깎아낸 목재조각들을 차에 실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듯 싶다. 땔감으로도 그만이다.

 

 나와 다른 남의 수용. 나와 삶의 방식 가치관 호흡이 다르다. 다를수록 그 시각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가 내 삶의 지평을 넓혀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조물주로부터 저마다의 달란트를 받았다. 있는 그대로의 타인 그것을 수용하는 포용이 필요한 공동생활이다. 입학초기에 들었던 충고, 초심을 잃지 말것, 타인에 대한 배려, 다시 되뇌어 볼 덕목이다. 이 즈음 다시 생각해 볼 화두가 아닐까. 버릇없는 젊음이나 융통성 없고 이해심 없는 노년은 양의 동서 고금을 불문하여 삼황오제의 때나 로마시대로부터 인류의 삶의 자리에 늘 있어왔던 현상.

 저녁 궁금했던 새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호반새. 또 하나 그 이름을 찾아 존재의 인지폭을 넓힘으로 기쁜 마음이다.

 

 내 옆지기 같은 식기조의 막내 '장민'씨가 일주일 째 연락 두절.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  무슨 일인가? 참 배울 것이 많고 착한 아우인데...  아무 일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박교수에게 이야기 했더니 집의 전화를 경찰서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모쪼록 다음 주 월요일 밝은 얼굴로 만났으면 좋겠다.

 

6.10. 금]  16℃~30℃ 중부, 초여름 더위...남부, 때이른 장마 아침 안개

27기 졸업식 

   호반새의 지저귐에 잠이 깨어 숙사문을 나섰다. 안개 자욱한 법고문 밖 정자에 누군가 비박을 하고 있다.

   천천히 마을길을 한 바퀴 돌 요량으로 마을로 내려가다가 '양재현'씨 집을 방문 10여분 담소를 나누었다. 시골살이가 사람이 그리운 법. 6년 전 이곳에 정착한 65세 양재현씨의 시골살이 이야기가 끝간데 없이 이어진다. 아들 딸  손녀까지  모두 내려와 살고 있다고...

    "장군이",  "선자"에게 놀러왔는지 수작부리러 왔는지 식당아주머니에게 미움을 사서 치도곤이를 여러 번 치르고도 기가 죽지 않고 학교를 찾는 이놈 이름이 장군이란다. 양재현씨 댁의 놓아 기르는 개다.

   호박의 덩쿨손이 드디어 유인줄에 닿았다.

  오디도 익어간다.

  컴프리

  돗나물 꽃

  산초나무

  계란후라이를 닮은 개망초. 너무 흔하여 잡초취급. 몇 가지 꺽어서 화병에 담아 집에 놓았더니 잘 시들지도 않고 집안 분위기를 꽤나 그윽하게 바꾸어 주더군.

  이곳 유촌리는 부촌인듯 싶다. 정부의 시범산촌마을로 각종 정책사업이 진행 중이다. 마을 길을 걷자니 70년대 이전 스레트지붕을 한 헐고 다시 지을 집이 몇 가구 되고 대부분 스라브집이다. 이제 천편일률적인 스라브집, 도심의 아파트구조를 닮은 스라브집에서 우리 멋을 찾고 우리 것을 찾을 즈음의 우리들 삶의 자리다. 이성수회장이 묶고 있는 이 집이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한옥구조로 지어져 있다.

  40대 초반의 젊은 농부를 만났다. 6~7,000평 호박농사를 짓고 있다고. 풍년이 되면 수익이 농자재값이나 되고 비가 많이 와서 흉년이 들어야 소득이 오른다는 역설을 제기한다.  농사가 투기란 이야기. 작년에는 호박값이 좋아 6~7천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안개 자욱한 저편으로 관리기를 끌고 호박이랑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정자이지만 대보가 걸리고 서까래에 자연석 그랭이기둥 누마루까지 여러 기법이 동원되었다.  이곳 과정을 수료하면 이런 정자 하나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감자꽃이 버덩보다 2주 이상 늦게 피었다. 

 숙사 뒤뜰, 누군가 "나팔꽃이다" 한다. 메꽃이다.

  6개월의 힘든 과정을 마친 27기 숙사. 이삿짐이 만만치 않다.

 

   치목장으로  올라가는 길. 創新堂의 안허리曲과 수불무산 우측능선의 曲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2조의 "어이" "필호" 아우 두 사람 모두  활달하고 외향적이며 거침이 없다. 언제나 치목장과 숙사의 분위기를 밝게 리드해 간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한 사람은 특유의 더듬는 화법과 거침없는 어투로  또 한 사람은 여유있고 포용력있는 넉넉한 유머센스로...

 

 3조의 '상규' '태형' 아우,  어이. 필호 아우와는 대조적으로 과묵하고 다소 내성적이다.  일을 하는데 완벽하고 차분하다. 어려운 도면을 꼼꼼히 반복하여 공부하고 메모하고 어려운 치목 부분을 나서서 도맡는다.

 느낌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내연한다. 하여 숙사에서 다툼이 있을 때, 어려움을 겪었으렸다. 툭 뱉어내고 털어버릴 수 없는 성격이다. 그래서 때로 더 힘들고... when you are weary in  fill in small.... 홀아비 사정 과부다. 누군가 함께 하는 것이 우리 삶의 무게를 가벼이 하는 게다. 같이 가는 게다.

  27기  졸업식장 화천군청의 여직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  여인의 향기에 흠칫.

 

   어여쁜 아가씨 옆의 '필호'아우 만면에 흐믓한 미소, '순안' 아우까지... 그러나 잠시 후 '어이'가 나타나 쪽박깨고 말았다. ㅋㅋㅋ

 

  작년 겨울 영하 20도를 밑도는 이곳 화천 산골의 맹추위 속에서 얼어붙는 숫돌에 대팻날을 갈고 치목을 하고, 초여름의 더위 속에 집짓기를 마무리한 27기 수료생들. 그 6개월이 값진 추억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복잡한 구조의 회첨보. 박상규씨와 노태형씨가 한 주 내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나도 가끔씩 거친 손길로 덧칠을 했는데, 완벽주의자 박상규 노태형씨,  내가 끌질을 잘못하여 파낸 부분을  맟춤 때 안으로 들어간다고하며 무안해 할 나를 배려해 준다. 서툰 내 엔진톱질 까지도 허락해 주었다. 참 사려 깊고 고마운 아우들이다.

  내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깎아낸 1번 충량보도 어찌어찌 검수를 끝내고 한 쪽 곁에 적재되어 있다.

 

  오후 늦게 피곤이 몰려온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절실하게 나이듬에 자각을 하게 된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바닥에 쌓인 나무밥을 치우니 신규식씨가 눈치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누구 눈치 보고 일할 나입니까?’하고 대답했다. 배우는 것이 목적인데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고 힘든 인간관계로 피곤하고... 

 귀농학교의 숙식생활도 해 보았지만 기능이 떨어져 열등감을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을 이곳에서 해본다. 배후령을 넘어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 요량으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모두 선약이 있다. 고교 15년여 후배이자 친족아우인 최경용후배와 약속을 해서 보신탕에 소주를 나우며 사는 얘기을 나누었다. 늘 다정하게만 바라보이던 맞은 편 29기 치목장, 어느 곳에서나 사람사는 자리는 비슷한 기라.

 

1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