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화천한옥학교

열두째 주- 보 깎기. 마을 돌아보기

後凋1 2011. 6. 7. 07:20

 5.30. 월

  於人不求順適 人順適則內心自矜 內自矜必執我之是 悟人處世 觀人妄爲 人但酬報

  보왕삼매론 7장의 귀절이다 

  지난 주 그린 보머리와 구레먹선, 중심선을 모두 지우고 면고르기를 다시 한 후 먹선을 다시 놓아야 한다.  같이 해야 하는데 혼자 하다보니 부족한 기능에 제대로 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사서 고생이다.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곳에서도 힘들다.  다시 시도해도 자신이 안 선다.

        주말 내내 풀 깎고 정리하고 여름을 날 준비를 위해 방도배를 해야겠기에 썪은 벽지를  뜯어내었다.

     월송리, 안성, 한옥학교, 세 살림에 버겁다.

       내 옆의 2조 충량보는 모양을 잡아가는데 나는 하루종일 헤메고 있다. 보를 깎는 곳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하며 어찌 일을 해나갈 지 요량을 하고 있다. 혹 치수를 잘못 계산하거나 자르거나 깎아 망칠까 걱정이 앞선다.

 

  5.31. 화       가는 비

  是故大聖化人 以逆人爲園林

 

           수불무산자락 학교뒤 계곡쪽에 비안개 자욱하다. 올봄은 비가 많다. 작물의 생육에는 괜찮다 싶다.

         박상규씨 늘 일에 몰두한다. 나무를 다루는 솜씨가 좋다. 전직이 목수 아니었나 의심스럽다.

       전직 코스닥 등록법인의 재무담당임원이었단다.

         노태형씨와 한 조로 착착 보를 깎아 간다.보머리도 스스로 깎았다.유일하게 엔진톱으로 보머리를 깎은 수강생.

      바로바로 할 일을 파악하여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부럽다.

            일정이 그리 여유가 있지 않다고 하며, 직접 보깎기에 엔진톱을 든 박영환교수.오늘 많이 바쁘다.

 

 

              힘든 노역중에 잠시 간식시간, 이번 주는 빙과류와 피자.

 

 오늘은 박상규씨의 도움으로 충량보에 먹줄을 놓고 보를 깎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일을 한 하루다.

저녘나절 천둥 번개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학교 뒷산 계곡에 올라가 한 잔 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한잔이 생각나는 저녘이다. 주차장에 내려가 박상규씨와 캔맥주를 마시고 노태형씨의 합류로 면사무소 옆 슈퍼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계절의 여왕 5월의 마지막날을 보냈다.

 

 6.1.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  오후 비 그치다

 하루종일 보 깎기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검은등뻐꾸기가 빗속에서도 계속 지저귄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어제 새벽 그 이름을 알아낸 후 그 지저귐을 듣기가 편하다. 참 오랫동안 그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홀딱 벗고 마음을 가다듬어라

 홀딱 벗고 아상도 던져 버리고

 홀딱 벗고 망상도 지워 버리고

 홀딱 벗고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

  ...

  ..." 원성스님이 그렇게 禪詩를 지었다

 어느 사찰의 스님이 수행을 하던 어느 날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한 100일 기도를 하러 절을 찾아왔다.

수행을 하던 스님은 그만 아름다운 그 청상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래서 스님은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사랑도 홀딱 벗고

 번뇌도 홀딱 벗고

 미련도 홀딱 벗고

 하지만 한 번 불타오른 정념 갈등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고

스님은 정진을 뒤로 한 채 상사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것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검은등 뻐꾸기"에게 스님의 원혼이 환생하여  '홀딱 벗고'...'홀딱 벗고" 그리 울기 시작했단다.

 

 듣기 나름 저 깃털의 지저귐. 내 感覺이 받아들이는 틀로 들리는 것이다. '쪽박 바꿔' 그리 들리기도 하고 '카카카 코' '바보바보' '미레레도' 그렇게도 들린다나..외국인에게 물어보면 뭐라 말할까. 꼬꼬댁을 코코두덜두. 하는 그들의 청각감각인식 체계로는...

 사람은 듣고 싶은대로 듣는가?  인간의 언어는 과연 새의 지저귐 하나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가....

         내린 비로 보를 덮은 갑바에 풀장이 생겼다.

 

         오늘도 박영환교수, 이곳저곳 보깎는 작업 지도에 여념이 없다.

       저녁 이성수회장 앞으로 강진에서 배달된 홍어로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래저래 매일 술자리가 열린다. 나는 서예반 27기의 종강 회식으로 인해 잠시 들러서 콕 쏘는 홍어회 와 막걸리 몇 잔을 같이 했다.

 

 하루종일 보 깎기에 시간이 잘 갔다. 오늘은 박한용씨가 적극 도와주고 유필호씨도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한용씨 오랜 현장 경험이 있어서인가 일머리를 바로 파악한다. 내공이 있다.

 엇저녁 천둥 번개 탓인가. 인터넷이 안 된다. 인터넷 복구를 위해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기기를 만지지만 쉬이 복구가 안 된다. 인터넷이 안 되니 그나름 바깥으로 눈을 돌린다. 바깥은 바야흐로 녹음의 계절. 산자락 능선이 짓푸르름을 더해간다.

 

 6.2.

 하루종일 보 깎기.

 안개가 산자락 계곡에 잔뜩 끼어 있다. 새벽 주변산책. 바람 한 점 없는 숲길과 주변 농가길을 한 시간여 걸었다. 생각보다 넓은 주변 농토. 아름다운 여인이 그리 많듯이 눈에 띠는 아름다운 삶의 터도 많다.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시간이 많아져서 주변을 살필 기회가 되었다.

 

 

 도리가 보 숭어턱 위에 이렇게 얹혀진다.

   자칫 정신줄 놓으면 큰일 난다.

 

 6.3.

 새벽 동네 한 바퀴. 촌로들과의 조우. 이곳 하루하루 생활을 머릿 속에 정리.

 이번 주 초 힘들었는데, 그럭저럭 보를 깎아냈다. 정신줄을 놓치는 않았지만 기능이 부족해 깎은 보의 치수에 오차가 있을 것이 걱정이 된다.

 숙사를 나와 법고문을 나서니 새벽 안개 자욱하다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계곡 앞 비탈진 산자락에 74살의 촌로가 밭을 돌보고 있다. 한참 농촌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콩싹이 나왔다. 고라니 피해가 없냐고 하니 약을 치면 고라니가 먹지 않는다고 한다.

 계곡 내려가는 길 곱게 핀 붓꽃

  삼겹살을 구워먹은 구들장 구이판이 걸려 있고,

 천연 냉장고에 남은 술이 저장되어 있다

이곳에 주당들이 아주 진을 쳤다.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하긴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오음리에 화천읍에 계속 이어지면 경제적으고 부담도 되니,

가끔씩 이런 멋진 계곡으로 분산되면 절약도 되고 풍류를 즐길 수도 있고...

 

  그 계곡길을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시골 한적한 곳에 이리 도시의 폐기물이 버려지는 것이 많다.  한때, 이제는 보기 힘든 디스크를 엎고 아름다운 선율을 토해내던 턴테이블이다. 그때쯤은 뽕짝이었으리.

  학교로 올라오는 오르막 옆에 사는 일흔여덜살 김은경 할매.  6년전 부군 최동규씨 사별한 후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주말에나 찾는다. 넓은 집에 혼자 살고 계신다. 비닐하우스 두 동. 콩 감자 옥수수  ....  얼핏 1000평이 훨씬 넘을듯 싶은 농토를 혼자 가꾸신다고.

참깨를 심고 계신다.

                                                         먼저 가신 부군과 그녀의 문패가 아직 걸려있다.

  진도견이 그녀의 반려다.

  법고당의 팔작지붕 숙사의 맛배지붕

  멋진 한복패션을 자랑하는 "어이"아우님 오늘은 또 다른 멋쟁이 패션을 연출한다. 그 예전 인기드라마 '여로'의 영구 스타일?

 금요일 아침 청소시간 주차장 주변에서 김병국씨가 살모사 새끼를 잡아왔다.

 나뭇가지로 톡 건드리니 독사인지라 꼬리를 흔들며 나카로운 독니를 드러내고, 삼지창모양의 혀를 낼름거린다.

 

  옆 산자락으로 돌려보냈다.  산길 걸을 때 독사 조심!

   "어이" 아우님,  영구 패션!

 

 오늘 아침 "어이" 아우님 학구적 분위기로 반전 , 교단에 올라서서 엇저녘 밤 곰곰히 생각한 보머리의 역학적 구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약간 성급한 어투에 더듬는 특유의 화법으로...

 유필호 (X필호라고 어이 아우는 부른다) 2조 조장과 한용씨가 합작한 충량보

  오늘은 강원 GTV에서 촬영을 나왔다.

 

  엔진톱으로 대들보의 높이에 맞게 걸쳐질 부분을 잘라냈다. 힘들었다. 다시 전기대패로 면을 고르는 작업을 해야했는데, 내가 고른 면은 다른 사람들의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과 차이가 있다.  전기대패 사용이 아직 익숙지 않다.

 

 또 한 주가 얼핏 지나갔다. 이제 연휴기간 중에는 여러 날 비워둔 시골살림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조금씩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이다. 오늘은 귀가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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