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화천한옥학교

열여섯 째 주- 신축현장 기둥그랭이 뜨기, 선자연 깍기. 장맛비 속 치목완료.

後凋1 2011. 7. 4. 00:51

6.27. 월 17℃~21℃ 비온 후 개임 일출:05시09분 일몰:19시55분 14시간 46분 하지보다 2분 더 짧아진 일조시간.

. 잔뜩 찌프린 날씨. 하루종일 장마비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사래 깎기 , 선자연 다듬기 깎기, 서까래 나이 먹이기. 우리기수 담당 박영환교수가 병원에 들러서 늦게 출근하는 관계로 30기 담당 안광수교수가 와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자서까래 치목과정을 가르쳐  주었다.

 

      춘천시와 화천군의 경계이자 오봉산 등산로가 있는 배후령 정상이다. 비안개 자욱하다. 처음 해발 600m인 이 고개를 넘을 때 구비구비 험한 산기슭을 한없이 돌고 돌아 험하고 멀게도 느껴졌는데, 이젠 길이 많이 익숙해지고 그만큼 쉬이 오르내리게 되었다.  길이 그러하듯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정이들면 삶의 자리가 그만큼 편안해지는 것. 길과의 관계에서 그러하건대 황차 인간관계에서야

                정상부근 오봉산 등산로. 는개 내리고 있다.

                    월요일 아침은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차편이며 이래저래 일손이 늦게나 잡히게 된다.

                  안광수교수의 설명은 조금 더 자세하게 느껴진다.

                      선자년(扇子椽) 체형 사이즈 그리고 년을 어떻게 다듬어야 하고 어떤 실수가 범해지는 지 설명.

                        이어서 선자서까래 깍기 시범

                   서까래 나이 먹이기 팀의 망중한.  서까래 원구부분 처마쪽 끝단을 톱으로 경사각을 내어 잘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 내가 100여번 왕복으로 잘라내면 젊음은 7~80회로 절단한다. 내 경쟁력은 젊음보다 나을까 싶은 지구력.

 

 

                   치목장 오르내리며 따먹는 산딸기. 복분자와 형제지간이니 정력에 좋은 것은 당연할테고...

 

 

            붉게 익어가서 검붉은 색이 되면 농익은 것이다. 농익은 것은 손만 대면 톡 저절로 떨어진다.

         저절로 무르익고 농익을 때까지 때로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가? 풋내난다고 주접떨지 말고. 혀 꽉 깨물고...

 

   간간이 비가 내리는 꾸물꾸물한 날씨.

  송인태 자퇴. 눈이 좋은 젊은이 였는데. 나와는 거리가 많은 젊음이었지만... 빵과 두유를 간식으로 내고 그동안 정든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빗속으로 멀어진다. .

 

 6.28. 화 18℃~28℃ 흐림 구름 많음

 여러 날 만에 비갠 아침이다. 오늘 비가 개면 현장에 가서 기둥 도랭이를 뜬다고 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가 아침산책. 1시간여 한옥학교 옆 능선길과 학교 아래 귀농실습장 블루베리농장을 돌아보았다.

      현장에서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능력과 진가를 드러내는 조용철 공구장. 오늘 현장에서 필요한 개인공구와 공동공구 준비목록을 각조장에게 설명해준다.

 하늘은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을 듯. 일기예보는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일기예보가 비교적 정확하다.

  각주 상차

 며칠 내린 비로 오음리 현장의 기초 위 벽돌을 쌓은 곳에 물이 많이 고여있다.

 물을 다 빼내고 다른 부재가 올때까지 정담을 나눈다.

 제일먼저 가장 낮은 초석을 기준으로 기둥을 세우는데, 초석 하나가 중심먹선을 잘못 그려서 초석을 옮기고 시멘트로 다시 고정을 시키는 일로 작업진행이 많이 늦어졌다. 앞으로도 치목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현장 작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 예상된다.

 기준이 될 첫번 째 기둥이 세워지고...

 '사개부리를 준비하고 기둥을 고정시킬 각목을 준비하고.... ' 나는 다 흘려들은 지시사항을 잘도 수행하는 치목장 공구장 회장 조장들이하 다른 사람들... 나는 모르는 용어들에 붙잡혀 알아듣지 못하는데,  저들은 눈치로 다 알아듣는다. 어차피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기능하는 것이 극히 일부인데... 아둔하게도 나는 익숙지 않은 용어들에 끄달리어 늘 열등생에 머물고 있다. "좀 더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 없소?" 하며 ㅋㅋㅋ  벗어나야할 어리석음이다.

 

 

 

 우선 초석의 십반에 맞추어 기둥을 정확히 위치시키고

  다림추(사개부리)를 가능한 높게 드리우고

    다림추에 의해 수직을 이룬 다음, 그랭이가 그려질 때까지 좌우 수직을 유지하는 보조자는 "꼼짝 마!"

    "꼼짝 마!"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벌이 와서 쏴도, 벌레물려 어느 부위가 가려워 미치겠어도 움직이면 안 된다.

   그랭이를 뜨고

               그랭이 뜬 먹선을 따라서 정확히 엔진톱으로 잘라낸다.  정교한 작업이다.  가운데 부분이 약간 오목한 형태. 가에 부분을 너무 얇게 잘못 잘라내면 하중에 의해 기둥이 기울어질 수 있다.

            세워진 기둥은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태풍이 와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기준 기둥에 기준점을 잡고

 

 

     전자수평계측기에 의해 수평을 잡는데. 수평을 잡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삐삐삐삐.... 삐-이. 

 더군다나 기껏 잡아놓은 수평이 잘못되었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물수평으로 수평을 잡아가며 작업진행이 원활해졌다.

 "머리카락만큼 그쪽으로 당겨봐!"  "거짓말같이 밀어봐!"  아니 더 조금 아니 다시 뒤로 .... 됐어!  그러고 있어. 움직이지 마!

그렇게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는 기둥들. 나는 그게 믿어지지 않는다. 내 감각으로는 '머리카락만큼', '거짓말같이'.... 의 작업과정을 통해 과연 수직을 이룰수 있을까? 하며 작업 내내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길게 늘어져 숨소리에도 흔들릴듯 싶은 다림추하며 내 고개 약간 기우는 오차와 착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인간감각기능에 대한 불신.

 

  쮸쭈루  쮸쭈루  쥬--- .  빠빠라 빠빠라 바---.

 

 늦은 오후 나도 한용씨의 뒤를 이어 물수평기준점 잡는 일을 했는데... 내눈이 얼마나 정확했을까? 혹 잘못한 것은 없을까? 신중하게 했지만.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잘 호흡이 맞는 동료와 형님 아우하며 격려하고 배려하며 작업하는 것이 능률도 오르고 일도 재미도 있고

  그렇게 하나 둘 기둥이 선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로가 같은 키로

 

 

  마치 어느 고지를  탈환하고 깃발을 세우는 듯

   그리 서녘으로 해가 기울 때까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로를 향해 수평으로 스물 세개의 기둥이 세워졌다.

 

 치목과정에서 보다 현장에서 일의 대한 이해가  쉽다.

 도편수 박영환교수의  작업현장에서의 카리스마가 확연히 드러나는 하루였다.

 

 6.29. 수 21℃~23℃ 새벽 강한 빗줄기

  빗 속에서 호반새가 운다

 저녁 약한비 기온 21℃ 강수량 147.5 ㎜ 수도권 200mm

30기 환영식.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 구질구질하다.

 

   차일도 비에 내려 앉았다.

   서까래 나이먹이기, 밴딩, 선자서까래 깎기, 박공 깎기. 나는 안삼영씨를 도와 박공 깍는 일을 맡았다.

 

   세달여 치목과정을 성실표로 일관한 '근일'씨 어느새 수불무산 자락의 터프 가이로 변해있다.

 

 

  다시 거세지는 빗방울 속에 계곡물 소리 요란하고  담배 한 대로 우리네 사는 이야기...

   작업 사이사이 메모를 해가며 일을 익히는 2조 조장 '필호"씨 UDT 경력답게 선이 굵고 친화력이 있고 리더쉽이 강하다. 엄처시하라고 엉구럭을 피지만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유머와 친화의 처세를 그에게서 배운다.

  맞은편 29기 작업장쪽으로 와서 노태형씨의 전기대패로 작업을 했다. 잘 연마된 대패가 사락사락 잘 깍인다. 일에 몰두하다 어느 순간 번쩍 스파이크가 난다. 대팻날이 전선을 물고 들어간 것이다. 벌써 세 번째 해먹은 전기대패선이다. 선이 끊어지며 대팻날이 뭉게졌다. 노태형씨에게 미안하다. 일을 배운다는게 그만 방해만 된 기분. 선선히 날을 '다시 갈면 됩니다'하고 편하게 해준다. 이래저래 그에게 빚이 많다.

 허리를 다친 '순안'씨 치목장과 함께 선자연을 엔진톱으로 초벌다듬는 일을 하고있다.

 

 

 저녁 30기 환영식을 하고 붓글씨강좌가 끝난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 30기 교육생들이 선자연 도면그리기에 열심이다.


 

6.30. 목 21℃~26℃ 약한 비 계속 

 6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가 꺾어진다.

6시 가까워지며 훤히 밝아오고 빗방울 거세진다. 산새소리는 여전하다.

비 내리는 한옥학교 풍경을 담아본다.

 

 아침식사를 하고 돌계단을 내려서는데  누군가 법고문 문지방에 걸터 앉아서

 맛있게 담배를 피워물고 비오는 수불무산 자락을 내려다 본다.

  29기 회장님.  비오니 오늘도 현장일은 진척이 없다.  맛나게 품어내는 담배연기에 나도 한 대 피워물고 싶은 ...

 

 골추녀로도 낙숫물이 흘러내리고

 안삼영씨와 한 조가 되어 잘못 그려진 선자연 먹선 그리기를 했다. 그와 함께 일을 하면 많이 배운다

 

 

 일에 반한 사람의 한 부류다. 그래서 그와 일하면 배울 게 많고 재미도 있다.

 

 다림을 잘못보았나 중심선을 잘못 그려서 제재과정에서 먹선을 아주 먹어버린 것도 있다.

 

   장맛비 속 잠시 해가 반짝 들었다.

 선자년(선자서까래) 다이어트한 톱밥이 치목장내에 수북이 눈처럼 쌓였다.

 

 

 7.1. 금  22℃~30℃ 흐리고 구름 많음 예보.

시원한 계곡물 소리., 새들(멧새)의 지저귐

선자연 깍기 마무리. 부자재 상차

연일 내린 장마비로 건천인 학교 옆 계곡에 계곡물이 흐르며 물안개 피우며 계곡물소리 시원하다.

 안개 짙으니 비는 올것 같지 않다.

그는 참 꼼꼼하게 마무리를 해 나간다. 그리스신화의 피그말리온왕이 상아로 이상형의 여인을 조각하듯이 "혼을 실은 대패질?"

그리하여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혼을 실어 상아로 깎은 여인의 조각에서 갈라데이아를 얻었다지...

 

 

태형, 그대가 얻을 것은 무엇?

그대들 열심히 일하는 아우덜, 사랑의 여신이든 명예의 여신이든 그녀들이 베풀 훈장 기대해 봄세. 

 

 

 

 

  오전 29기의 부재가 치목장을 떠나고

 잘 다듬어진 선자연의 날개는 날을듯 하고 마치 커다란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 같아 물을 박차고 오를듯도 하고..  다섯 군데의 선자추녀가 놓여질 곳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여 밴딩을 마쳤다

  이어 우리들 부재도 상차를 마치고 현장으로 떠난다.

  대만관광객들이 산딸기 맛에 반했다.

   현장 옆 밭에 땅콩꽃이 피었다.

 

 6시 넘은 시간까지 현장에 부재를 하차하고  호루를 쒸워 장맛비 비설거지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 면사무소 옆 슈퍼에서 헌주씨가 쏜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풀었다. 가게 옆에 나리꽃 피었다. 화단에서 매발톱 씨앗을 채취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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