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주말농장 운영 일지

소금인형 6.13

後凋1 2006. 6. 13. 17:37

오늘은 새벽 농장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You are the salt of the earth.(Mt 5,18)

 잠깐 좁쌀 영감이란 화두를 잡고,,,
 소금 소금인형.

 

특이한 재료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소금인형'

이 인형은 여러 곳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바다에 다다르게 되었다.
난생처음 본 바다에 놀랐지만 친근감이 들어 물었다.

"얘 너 이름은 뭐니?"
"응. 나의 이름은 바다야."
"바다? 바다가 뭐야? 넌 도대체 누구니?"

"말로 나를 설명하기는 곤란해.

직접 네가 내 안에 들어와 보면 알 수 있어."
'소금인형'은 살며시 왼쪽 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왼쪽 발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소금인형'은 겁이 났지만

 조금 더 들어와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는 바다의 말을 믿고
오른쪽 발도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오른쪽 발도 사라져 버렸다.

바다에 닿는 즉시 자신의 것이 없어져 버리는'소금인형'은

그렇게 오른팔과 왼팔까지 바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점점 자신의 몸이 사라질 수록'소금인형'은

바다를 조금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주 작은 알갱이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 작은 알갱이 하나마저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소금인형'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난 이제 바다야. 그래 이제 알겠어. 네가 바로 나란 것을."

 

소금은 물에 녹음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또한 음식물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알 수 있다. 소금은 짠맛을 간직하고 있지만 소금의 진정한 역할은 그것이 담겨진 주위를 짜게 하는 것이다. 소금의 짠맛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소금이 음식이나 물에 들어가 녹아 없어지면 물이나 음식을 짜게, 맛나게 해서 제 소임을 다하게 된다. 물에 녹아 없어지지 않는 소금은 아무리 하얗게 반짝이고 언제까지나 썩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소금이 제 모양을 조금도 손상됨 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녹아 없어지지 않고, 잃지 않고, 손해보지 않고는 진정한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음식은 싱거워서 먹지 못한다. 소금은 자신의 형체를 녹아내리는 아픈 몸부림으로 음식에 스며들어 음식에 맛을 주고 음식의 목적을 달성케 하는 것이다. 소금은 자신의 형체와 모습을 온전히 버리고 비움으로 타인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다. 소금은 자신을 희생제물로 온전한 헌신과 투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소금이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마태 5,13). 이 가르침대로 예수님은 우리 안에 스스로 녹아들어 마지막 한 점까지도 남김없이 사라질 때까지 진정한 소금의 역할을 하셨다.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세상의 소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빛과 소금의 삶은 자신의 몸을 녹이고 태워야 하기에 아픔과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이다.
김지영 신부(서울대교구 미아3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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