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찾아가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 사찰.
오늘은 다녀오는 길에 마눌님과 말다툼을 했다.
이유인즉,
"절에 중은 없고 스님님만 계신다."는 이유로
그 사찰에는 가기가 싫었는데....
집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어쩔수 없이 마눌님께 끌려다나며
불편한 마음에 그 스님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한달쯤 전 어느 토요일
마눌님 그리고 막내처제의 꼬맹이 지유를 데리고 이 사찰을 찾았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찰은 조용하였다.(언제나 조용하지만......)
마눌님께서 먼저 들어 가시고 뒤따라 들어가니
스님께서 법당의 좌측에 있는 단을 정리하고 계셨고
우리쪽을 향하여 약간은 큰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의 생각에 법당은 항상 엄숙한 곳이라
양손을 살짝모으며 인사를 했는데.....
이 스님께서 약간은 언짢은 투로 역정을 내신다.
"절에서 스님이 인사를 하면 인사를 하는것이 예의가 아니냐?"고....
흐흐!....어이가 없다.
그 스님의 인사에 대한 나의 인사가 백번 미흡했다 하더라도....
아니 내가 그 인사를 깡그리 무시를 했다손 치더라도.....
스님께서 자기자신을 스스로 스님이라 칭하다니....
스님이란 일반 대중들이 중에 대한 존칭으로
한문의 승(僧)에 '님' 자를 붙여 높여서 부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흐흐....!
그럼 나는 이 스님을 [스님님]이라 불러야 된다는 말인다?
아무리 돌이나 나무, 쇠붙이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부처라 믿고 나 자신을 낮추는 불상(부처)가 있는 곳이라
가타부타 아무 말없이 불편한 마음을 꾹 누르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오는데...
마음은 무거웠고 이 절에 오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었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표기되어있다.
①중이 자신의 스승을 이르는 말.
②'중'을 높여 이르는 말.
수도를 하는 중이 일반대중을 계도 할때는
그 스스로 겸양해야 하고 또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 낮추지 않고 군림하는 마음으로 계도를 한다면
그것이 어찌 중이라 하겠는가?
상대가 누구이며 어느정도의 정신적,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알량한 지식과 지적 수준으로 불법을 강하고 논할 수 있겠는가?
중이라면 마땅히 부처님의 말씀을 설해야지
어찌 무지와 오만으로 가득한가?
어찌 명부전을 지어놓고 이곳에서 망자를 천도하는 행위를 하는가?
천년의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사찰!
그동안 온갖 영멸을 겪어온 고찰!
그 고찰에 진정한 의미의 중이 없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절에 중은 없고 스님님만 계시다니
이 아니 개탄스러운가?
..........................................
스님님만 계시는 절이라 가기 싫다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고
그 이후로도 두어번 다녀왔었지만.....
먼 발치에서라도 그 스님님만 보면
속에서 스물스물 처밀어 오르는 불편하고 매스꺼움은
마음 수양이 모자라는 나에게는 어찌할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냥 잊고 싶었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
마눌님과의 말다툼으로 인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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