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걷기

가로 劃 勒을 한달여 쓰며 엉뚱하게...

後凋1 2007. 6. 28. 14:08
 

 

 오늘도 제대로 된 획이 나오지 않는다. 

2시간 넘게 먹을 갈고 교본에 있는대로 현완하고 역입하여 운필을 하는데 매번 흐트러지고 붓이 꼬이고 ...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지나치게 가득 차 있다. 자세를 바로하고 어깨에 힘을 빼고 호흡을 멈추고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 자신감이 없이 괜히 선생 눈치나 보고, 기죽고...

조금 부족한 채로 숙달되는 과정이려니 부지런히 연습하면 되는 것을.  

 주위의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의 글씨에서 부족한 부분에 촛점을 맞춰서는 투덜거린다. 때로 겸손일 수도 있고, 발전을 위한 반성과 더 나은 수준을 향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글씨를 못 쓰는 것이 내가 그리 생각함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에 머문다. 나를 폄하하고 못난이로 몰아치는 부정적 자아관의 또 다른 투사.  자중하고 자신하고 자존하되, 교만하지 않음.

자존의 결핍! 그간의 내 삶의 여정에서 드러난 虛다. 내게 주어진 수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게 한...

 젖을 떼기 바쁘게 가족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아마도 아버지의 결정이겠지만 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칠거지악의 옛 악습으로 파혼은 당한 계모(당시에는 첩)에게 맡겨졌고 그녀의 삶의 질곡의 영향으로 나는 다른 형제들과 떨어져서 혼자 상처입은 영혼의 계모에 의해 양육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난 시간의 사진을 들여다 보다가 피식 웃음을 짓게 되는 건 참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구나 하는 생각. 그녀가 나름대로 생일도 챙겨주고 맛있는 음식을 다른 형제들보다 많이 해주었고... 그것이 내게 전혀 전하여지지 않았던 유년의 기억. 사랑이 없음이었다. 잠시 잠시 생모를 찾아서 엄마품에 안겼던 기억. 엄마의 그 따뜻했던 품, 생전에 계모에게 엄마라고 부른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자신의 노후에 자신을 보호해줄 울타리로 생각하며 내게 제대로 된 자아를 심어주지 못하였고, 그런 자질이나 역량이 없는 여인이었다. 잘못된 자아와  허약하고 잘못 된 품성을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 그녀가 의도했던 무지했던... 그리고 나는 그걸 움켜쥐고 힘든 여정을 살아오며 주님의 은총 밖에서 그 은총을 누릴 줄 모르고 자학과 자기부정으로 일관한 삶을 살았다.

 그것은 다시 업이 되어 자식에게 까지 투사되고... 자신의 가치 자존 존엄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깨닫지 못하고 중심이 없이 걸었으니 그 발걸음이 어찌 흐트러지지 않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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