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백두대간 덕산재 삼도봉 해인리 2

後凋1 2008. 12. 2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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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과 운무가 미쳐 떨어지지 못한 갈잎과 나뭇가지에 엉켜 얼어 붙었다. 춥다. 바람도 세다.  

 

   오후에  서풍이 몰아온 운무가 나뭇가지를  눈꽃으로 수놓았다. 눈꽃은 시리게 예쁘다.

  '어디쯤 걷고 있을까? '산행 내내 가려진 시야에 이정표도 없이 답답했었다. 그 많던 전 전 구간의 이정표가 이번 구간에서는  이곳 삼도봉 주변에만 밀집해 있다. 저 큰 네 말뚝을 나누어서 중간 중간중간 세웠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삼도봉 0.5km.'  다 왔구나... 한 참 멀리 떨어져 있을 줄 알았던 내 앞의 일행들이 이제 막 삼도봉 아래 이곳 鞍部( 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의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삼도봉을 향해 올라간다. 그러면 내 걸음도 이젠 믿을만한가?

  삼도봉 정상에 오르니 일행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한 편으로 비켜서니 서편으로 멀리 석기봉이 운무 속에 우뚝 섯다 가려졌다를 반복한다.  서북쪽으로 민주지산이 운무 속에 가려져 있고, 좌편으로 무주군 쪽 산들이 구름 아래 들어났다 숨었다를 빠른 운무의 흐름 속에 거듭한다. 그 사이사이 햇빛이 구름사이로 드러나며 멋진 빛의 연출을 선물해 준다.

   삼도를 면한 커다란 석물 앞에서 "오늘 수고했어."  '대간완주,  시작이 반인게야.'

  씩씩한 젊은 할머니( ID 여니 )대간 산행꾼. 참 곱다. 산행 중에 이리 고운 아지매 곁에 있게 되면 풍성한 먹거리가 덤으로 따라온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이, 한창 때 저정도 미모면 난 그 근처도 못 간 채 그녀들을 여신화 해놓고는 짝사랑에 빠졌었다. 이제는 나누어 주는 먹거리를 덥석덥석 잘도 받아 먹으며 쉬이 노년으로의 동반 길을 나눈다. 두꺼워진 얼굴피부.  세월 속에서...

   멀리 민주지산의 지맥들이 이어진다.

  다음 대간길은  구간 역행을 하여 우두령에서 출발 이곳 삼도봉을 지나서  여기 삼도봉의 모산인 민주지산을 경유하여 하산한다고 한다.

  빛의 연출이 아름다워서 늘 오토모드에 놓던 촬영모드를 매뉴얼 모드로 바꿔보았다.

추위로 산 위에서 촬영모드를 바꿔가며 찍는 건 겨울철에는 어렵고, 더구나 갈길이 바쁜 초보 대간꾼으로는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배워야 할 부분도 많고 순발력도 부족하고...  욕심에 비해

 

 운무가 빠르게 움직여 모두를 덮는다.

  모드를 바꿔가며 몇 장 찍었는데 나중에 디카로 촬영 내용을 확인해 보아야 다음 촬영에 보탬이 될 거다.

  정상에서 정상주를 나누어 주던 고운 여인. 버스 안에서도 산행 중 잠시 쉬는 곳에서도 그녀의 나눔으로 내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했다.

그녀의 모습을 빠르게 움직이는 운무와 산하를 배경으로 찍었는데 구도가 안 나온다.

   구름사이로 잠시잠시 얼굴을 내밀고  마른 나뭇가지 위를 비추는 태양의 미소가 느껴지는가?

 

   내리막길 늘 조심스럽다. 무릎에 무리가 가서 늘 힘들었던 하산길이 스틱을 사용하며 전보다 많이 수월해졌다.

  가야할 대간길이다.  다음 산행은 저편 어느 능선을 타고 이쪽으로 남행하여 오는 역행 코스가 될 것이다. 아직은 마룻길이 설기만 한데...

 차츰 눈에 익게 될 터이다. 익숙해지고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번으로 전라도와 경상도경계를 이루는 구간이 끝나고 충청도와 경상도 경계를 따라 오르게 된다.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마을로 내려와  먼저 내려온 일행들이 채려놓은 뒤풀이 판에 준비해온 소주를 보태어 라면국물에 김치로

 한 잔. 꿀맛 같은 라면국물 고깃점보다 더 맛있는 라면국수발. 목을 넘어가는 찬 소주

  마을을 떠나 내리막길 내린 눈으로 버스가 서행을 한다. 곧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