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스크랩] 겨울에 걸어본 화엄사~유평리 하룻길

後凋1 2009. 2. 17. 06:07

 

월요일이면 길이 막힌다.
두달 동안의 그리운 마음을 서둘러 그 품에서 노릴다 와야지.
02:53 어제 내린비로 화엄사 계곡은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03:45 국수등을 지나는데 하늘엔 달이 밝기만 한데 안개가 자욱하다.
         능선에 올라서면 오늘은 또다른 선물을 주시련가보다.

 


04:06 집선대를 지날 쯤 기차에서 만난 동행이 걸음이 좀 늦어진다.
         장터목까지 가서 백무동으로 가신다는데 힘에 좀 부치시나 보다.
         옆 계곡의 물소리가 힘차다. 집선대 폭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04:55 노고단 대피소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기차에서 만났던 동행에게 인사를
         하려고 찿아보는데 보이지 않는다. 좋은 산행을 하시겠지.
05:40 피아골 삼거리에 오는 도중에 온통 빙판길이다.
         임걸령 샘에 드디어 물이 흐른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쏫아진다. 말랐던 대지가 하늘의 넉넉하심을 가득 품은 이유인게다.
         임걸령 샘터를 지나면서 약간의 오름을 차근차근 오른다.
06:07 노루목을 지나면서 히미하게 펼쳐진 운해를 바라본다.
         해가 뜨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06:21 삼도봉에서 운해가 펼쳐진 남쪽을 바라본다.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사진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요한 반야봉의 모습이 든든하다.

 


07:20 토끼봉에서 일출을 보려고 시간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오르는데 욕심이 과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토끼봉을 낮추어 놓았나? 너무 빨리 올라와 버렸다.
         한참을 쉬면서 발아래 펼쳐진 운해를 바라보면서 일출을 기다린다.
         구름사이로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일출을 맞이한다.

 

 

          소담한 일출 그 아래로 고요한 아침의 바다가 펼쳐진다. 편안한 마음이다.

           저런 모습으로 내게 주어진 소풍길을 감사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면 참 행복할게다.

 

 

 

 

 

           연하천 가는길에 운해을 좀 더 담으려고 산죽을 헤치고 바위 위로 올랐다

 


08:38 연하천 샘은 항상 넉넉하다. 그 맑은 물을 2리터 넘게 담아서 배낭에 넣는다.
         아내의 중학교 동창이 뇌출혈로 병원에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친구라 병문안 갔던
         다른 친구에게 도봉산 약수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지난번엔 설악산 배룡폭포수를 떠다 주었는데 이번엔 연하천과 선비샘 약수를
         떠다 줄 마음이다.

 

         형제봉과 소나무는 언제봐도 정답다.

 


09:56 벽소령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없어서 더 많다. 따스한 햇빛과 고요한 평화가 넉넉하다.

 


10:44 선비샘에도 물이 쏫아진다. 둘러보는 나무가지 끝에도 넉넉함이 달려있다.
         한병의 물을 담아 넣고 식수를 보충한다.

 

 

          덕평봉을 지나 세석 가는 길에 만나는 모습들이다.

 

 

 
11:58 세석대피소의 편안함을 바라보며 이제 봄이와서 야생화들이 피어날 그 모습을 그려본다.
         철쭉이 피면 좋은 벗들과 아내와 함께 올 생각에 마음이 좋다.

 


12:13 촛대봉 오르는 발걸음이 제법 무겁다.

 


13:03 장터목에 도착하니 다른 대피소와는 대조적으로 제법 붐빈다.
         아마도 단체로 오신 분들인것 같다. 등산화를 벗고 피곤한 발을 쉬면서 아내가 만들어준
         미숫가루와 사과로 요기를 한다. 옆에 있던 분이 다리에 근육통으로 힘들어 해서
         아스피린 두알을 씹어 드시라고 드리고 사과 한쪽씩 나눈다. 13:34분 장터목을 나선다.

 


14:20 상봉에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보고 중봉으로 향하는데
         쌓였던 눈으로 발이 편하다.
14:41 중봉에서 바라보는 써레봉과 황금능선이 참 좋다. 좀 멀리 보이는 웅석봉이 편안하다.

        

 


15:06 써레봉에서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올려다보는 상봉이 든든해서 좋긴하지만
         보고 있어도 그리운데 다시 볼 그때까지 그리워해야 할 노릇이다.
15:34 치밭목에서 오후에 마시는 원두커피의 맛은 넉넉해서 좋은데 오늘은 아음에 담고만 간다.
         지난달 아내와 종주하면서 마신 그 향이 가슴에 남아있는 듯 하다.
         너들길을 내려오는데 왼쪽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힘차다. 무제치기 폭포에는
         하얀 얼음과 적당한 폭포가 어우러져서 참 좋다.

 


16:09 세재삼거리를 지나면서 조금 내려가면 능선으로 이어지는 너들길이 있는데
         나는 이 길을 지나는 것을 좋아한다. 너들길을 좋아하는 괴짜가 아니라
         그 길을 걸으면서 보는 아래에 펼쳐진 계곡이 참 좋다. 길고 넉넉한 모습이
         속되고 좁은 나를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듯 해서 편안하다.
17:07 산행이 끝나는 유평리 마을에 도착했다. 17:30분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치밭목에서 좀 부지런히 걸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까지 20여분만에 간다는 것은
         생각지 못할 일이고 안되면 18:30분 버스를 타려는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데
         오래된 자동차가 멈추며 타라고 하신다. 유평리 탐방센터에 계시는 분이라고 하신다.
         참 고마운 일이다. 내리면서 아껴 놓았던 사과 하나를 꺼내는데 만류하신다.
         새벽에 화엄사에서 출발하면서 병원에 있는 아내의 친구 아니 나의 친구가 된
         그를 생각했다. 토끼봉에서 일출을 보면서, 영신봉 계단을 오르면서, 상봉에서서,
         한적한 유평리 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종주를 끝내면서...
         그가 일어서서 산에 들 수 있는 날이 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함께 이 길을 걷고 싶다.

출처 : 일산하나산악회
글쓴이 : 쉴만한 물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