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행

백두대간 조령 마패봉 부봉 탄항산 하늘재

後凋1 2009. 5. 29. 13:11

산행일시: 09.5.24. 일

 날씨 : 맑음

 산행구간 : 조령관문  마패봉 부봉 탄항산 하늘재  9km  (조령산 휴양림 관문 1.5km  하늘재 미륵리 2.5km)

 총 13km

산행시간 09:50 ~ 16:30  6시간 40분   

 

  이번에 승차장소는 잠실역이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부랴부랴 등산백을 꾸려서 집을 나선다. 3월1일 가리산 등산 때 잠실역에서 탑승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용인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몇 번 좌석버스를 탓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혹여 시간에 못 대면 어쩔까 걱정을 하며, 안성시내를 빠져나와 시원하게 뚤린 45번 국도를 가속기를 지그시 밟으며  북상. 용인 터미널 주변에 차를 파킹하고 5시 30분경에 터미널 앞에 가니 5600번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5시 40불 발 첫차. 내가 첫 손님. 잠실역까지는 한 시간이 채 소요되지 않는다고. 친절한 버스 기사님.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늘 행운의 순간이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 긍정의 생각. 그건 습관이다. 요즘 그렇게 느껴진다. 조금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불편함, 번거로움, 수고등 나의 일상에 뭐 그런 류의 머피의 법칙이 지배하는 듯한 상황도 저만치 길 꺽어 접어든 모퉁이에서 샐리가 더 큰 꽃다발을 바쳐들고 기다리는 상황을 위한 것일 뿐이다. 어떤 목전의 어려움에도 긍정적 사고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기꺼이 즐겨 견뎌내게 한다. 대간길 가파른 오르막과 험한 마루길이 늘 기쁨의 원천이듯이.

            100년은 됐음직한 칡뿌리. 칡뿌리도 저 정도면 하늘로 오를 의지가 있는가? 누에처럼 고개들고 "우화등선"을 꿈꾸며 우화를 위한 '고치'를 짜려는 듯한 몸짓? 이 집 주인이 100년이 넘었다고 귀뜸해 준다.

              산행 들머리에서 잠시 포장도로를 걷다가 바로 옛 과거길로 접어든다. 정겨운 옛길이다. 말이 과거길이요 금의환향길이지  한 명의 장원급제로 수많은 과거시험에 떨어진 선비들이 터덜터덜 무거운 좌절의 발길을 고향으로 내딛던 길이다. 정한수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우리낭군 장원급제 금의환향을  빌며,  더불어 가문의 영달을  학수고대하는 고향집 처자생각에 가신 님들 발걸음 천근보다 무거웠으리니...

하여 우리는 늘 꼴찌에게 더 격려의 눈길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자신들이 또 그들 이름없이 빛나는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하고 평범히 자신들의 삶을 산 그분들의 삶을 살고 있기에. 또 기실 그런 민초의 삶이 더 값지고 참 삶에 가깝기에. 천지의 뜻을 아는 겸손한 삶의 길이기에..

   며칠  전 내린 비로 숲은 습기를 머금었지만 아직 한여름의 끈적한 습기는 아니다. 상큼한 공기다. 훅- 흙내음 수목내음 싱싱한 초목의 생기가 가쁜 호흡속에  내 안으로 스며든다. 발걸음 가볍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 마루턱에 올라서니, 주흘산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가 나타난다. 초목이 우거지면서 우거진 숲에 가려 겨울산행처럼 대간 마루길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대간길 산행좌표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시원찮은 공간지각 능력에. '강산'님은 어째 지난 회차에 이어 이번에도 "휑- "하니 앞서 가셨고.

  주흘산 우측으로는  새재계곡을 사이로 지난 번 지나 온 조령산 마루길이 옅은 연무를 덮고 있다

  오늘의 중간 연락책 '활주로'님이 전망대에 선착, 주흘영봉을 배경으로 산우들의 추억을 담는다

 오늘 처음 함께한 예쁜이 일행. 처음 함께 하는 산행이라선지 젊고 매력있는 얼굴에 어울리는 포즈가 안 나온다.

처음 길이니 조금 힘드려니...

   마역봉 (마패봉)에 도착.  '활주로'님의 동작은 늘 확실하다. 단단한  무쇠 하체가 바탕. 분출하는 젊음과 어울리면 내가 어느덧 젊음 되고,  밝고 활력에찬 기개와 어울리면 또 그리 동화되니. 활주로가 주는 활력.

 

              이곳 능선길에는 아름다운 미송인 적송들이 늘어서 있다. 향기로운 솔향 풍기며, 때로 아픈 상처를 보듬고  저리 의연하게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올랐다. 상처와 아픔이 삶의 깊이를 더해 주는 법. 아픔이 없는, 성장통이 없는 성숙은 없는 법. 큰 아픔으로 더 큰 격과 포용의 덕을 만들 수 있는 법.

            쭉쭉 하늘 향해 곧게 섯다.  아름답다.  산 아래의 소나무와 달리 능선부근의 소나무는 이처럼 곧게 자란다.

                       참나무 숲 사이로 서있는 미인송들.  한데. 100년은 넘었을 듯 싶은 저 적송들의 대를 이을 소나무들이 눈에 띠지 않는다.

        기후 생태 변화로 더 이상 이 곳도 소나무 군락지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 자리 참나무가 차지하고 들어섰다.

        저 아름다운 적송들이 수명을 다하는 날 이 대간길에 다시는 그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없을 듯.  사라져 가는 것들...

               옛 성벽의 흔적. 사료를 살펴보지 못했다

          마패봉을 지나서 내내 편안한 마루길, 상큼한 마루길을 지나 동암문에 이르렀다.  무박산행을 하는 듯한 다른 일행들이 잔해가 남은 성벽 위에 퍼질러 누워있다. 이곳에서 선두조의 '짱아'님으로부터  하늘재구간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무전통보를 받고 주춤.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느니 의견 분분하다가,  일단 부봉에 올라 점심을 먹고 일행과 상의하기로 하고 바로 부봉을 향해 오른다. 

  부봉까지 가파른 오름길을 올랐다. 어째 '釜峰' 일까? 가마솥처럼 생겼나? 

이 높은 곳에 분묘 한 基가 있다. 어느 효성이 지극한 자손이 산을 좋아하고 산천을 즐기던 조상을 모셨다 싶다.  아름다운 적송의 미래가 그렇듯 이제 어느 후대가 있어 저리 봉긋한 분묘 이땅 위에 다시 생길거나 하는 생각 .  거저 어느 이름 없는 나무 아래 한 줌 재로 푸르름 더할 이 산천의 거름이 되는 것이 차라리 좋지 않을까. 그게 또 내 바램이다. 수목장

  선두조를 포함한 일행이 정상 위의 초록의 향연 속에 푸짐한 오찬을 나눈다. 서로 나눔이 있으니 푸짐한 것이다.

 '여니'님은 어째 나를 외면하시나? 지난 번 산행 점심거리로 아직 삐치셨나? 

 나이 들며 점점 더 서운한 감정이 오래간다. 내 의지대로 쉬이 컨트롤이 안 된다. 나이드는 징조. 식탁 위에 반찬이 며칠 째 같은 메뉴면 입이 나온다. 잘못 뭐라 했다간 쫒겨날 처지에 뭐라 말도 못하고, 그냥 삐진다.  '그래 씨-- 좁쌀영감이다. 내가.'

 

  나침판을 배낭에 넣어 두고도, 이곳 주변을 머릿 속에 정리하지 못하고 사진에만 담은 채, 정말 바보같이 정상에서 다시 조금 내려서서 동쪽 평천재  탄항산을 향한다. 다시 숲에 묻힌다.

    커다란 적송이 마루길을 가로 막고 누웠다. 얕은 표토에 뿌리를 박았으나 어느 비 많이 내린 날 제몸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게다. 경사길 아래로 쓰러졌으면 뿌리가 다 들어나 고사하고 말았을 텐데,

       마루 길 위로 넘어져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 뿌리를 반쯤 드러낸 채, 아직 가지끝 솔잎 푸르다.

마루꾼들이 혹 지친 걸음에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마루길을 조금 아래로 내면 어떨까?

 

 

               대간 마루길이 때로 이리 나무 그루터기 사이로도 나있다.

                       쭉쭉 빵빵 미인송! 아름답다. 아름답기만 하며 뭐하나.  아들 손자가 귀하다.

요즘 젊은 여인들, 옛적 여인들 생각하면  모두다 '팔등신'이다. 헌데 생산을 안하니... 어쩌자는 겐지

아름다우면 다 그리 제 아름다움에 취해 나르시즘에 빠져 이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겐지. 창조 사업은 어쩌란 말인가. 생태환경과 세태에 탓을 돌리기만 할 것인지...

                 촉촉히 갈잎에 젖어있는  마루길. 

 

 

         탄항산 마루를 조금 지난 곳에 다시 시원하게 앞이 트인 전망대. 지난 번 조령산 구간부터 이번 구간까지

주흘산을 우측으로 두고 북진 동진 하는 코스다.  남쪽으로 주흘영봉의 북면이 우뚝 솔가지 사이로 솟아있다.

            대간 마루길 주변에 지천으로 핀  '둥글레'  예쁜 모습을 놈의 눈높이에서 살펴보겠다고 일행에 뒤져서 땅에 배를 깔고 찍어 보는데...  "안녕!"    ??

  탄항산 내리막길 암벽구간, '강산'님 4차 대간 종주기념 리본이 솔가지에 걸려있다.

            이 구간  내리막 대간 길은 이리 성벽같은 암벽 옆을 지나기도 하고,

 땅 위로 뿌리 드러낸 사이로도 이어진다.

 

       저 멀리 계립령(하늘재) 건너 포함산의 웅장한 암봉이 눈에 들어 온다. 다음 구간이다.

                 

                 낙옆송 가득 들어찬 산자락, 솔향기 가득한 낙옆송잎 떨어진 내리막길.

  하늘재 기념석

        하늘재 기념석 앞에서 동편 저멀리 대미산 자락의 예천으로가는 901번 지방도 여우목 고개가 보인다. 2년전 이곳에 귀농지를 물색하려고 저곳 오미자를 집단재배하는 동로면과 문경읍을 헤메고 다닉 기억이 새롭다. 아름다운 고장이다.

 

   지난 번에 이어  자연주의자 '펭귄아빠'  또 등산화 벗어버리고 맨발로 하늘재 천년 옛길을 걷는다.

  나도 벗어 버리고, 천년의 흙길 기를 받는다.

            으와 ! 시원하겠다.  찬 계곡물에 세파에 찌든 스트레스 머릿 속 삿된 생각들 씻어버린다.

              탁족.  이길을 넘나들던 사대부집 후손들이다. 탁족에서 멈춘다.

    쪽동백 나뭇그늘 아래          "탁족도" 

 뿌리둥치를 활용하여 멋진 장승을 조각한 센스있는 장인을 칭찬하고 싶다.

        

 

   산 위에서부터 어릴적 숲 속에서 뛰어놀던 생각을 하며 '여니'님께 멋진 '참나무잎 승리의 월계관' 구상을 하고 준비해 왔는데, 막상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여니님 삐친 마음 조금 돌아서시려는지...

 

    함께 공부합시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시간을 두고 내가 익히어 이름을 익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요

     A:

           B: 우산나물

  C:

D: 둥글레

  

     E:  고비

 

 F:

 

G:

 

H:

 

I:

 

     J: 엉겅퀴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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