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람들- 내 인생에 초대된...

주은 108동기 2010 1/4분기 모임

後凋1 2010. 3. 10. 08:25

 안성에서 동대문까지는 먼 거리라 혹여 늦을까 서둘렀더니 너무 이른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 시간을 때우려 인근 창신시장을 둘러보는데, 이이상 회장도 일찍 도착해 전화를 했다. 함께 의기투합 창신시장 순대국집을 찾아 순대 한 접시를 시켜 놓고 막걸리 잔을 채운다. 잠시 후 이재방 손주식 목진호 이석범 홍종섭 동기들이 속속 모여들어 시장 안 좁은 순대국집을 꽉 채운다. 이영재동기가 대방역을 지나는 중이라니 한 30여분 늦을 듯.  하면 여기서 한 잔씩 하며 잠시 재래시장의 털털한 옛 분위기에 젖어봄도 괜찮다 싶다.

  막걸리 한 잔씩 나누고 약속장소로 나가니 마침 영재형이 지하철 출구로 나타난다. 우리들 모임에 개근하는 모범 동기생이다. 가장 먼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 여기까지 108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으니 열성이 대단하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아"  論語 學而篇 첫章의 句節이다. 나이 들어 가며 옛 친구가 점점 더 소중한 것이다.

 반갑게 서로 악수를 나누고, 함께 바로 이어지는 성벽걷기 언덕길로 접어들어 안내 이정표 앞에서 한 컷.

  영재형이 사는 구례에는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고 아침신문이 봄꽃 소식을 전했는데, 이곳 언덕바지에도 산수유 꽃망울이 곧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새...

  성벽 바깥길을 걷다가 잠시 능선길의 성벽 암문으로 들어서니 6~70년대의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산동네가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자리하고 있다. 옛 생각에 가난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들과 또 한장 박는다

  명자나무도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잠시 후 낙산공원에 들어서니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전망. 우린 늘 코 앞의 공간만 숨 쉬고 바라보고 사는 건 아닌지.... 한 치 너머 저 편을 바라볼 여유가 없이 그리 살고 있는게다.

  이제쯤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우리 주변의 여기저기 그대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그 곳에 시선을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마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아름다운 우리 삶의 공간이  꽃과 나무로 이름모를 풀과 바람과 비 온갖 새들 그리고 함께 이 공간을 나누는 수많은 피조물들이 그대를 반가이 맞이하지 않을까?...  

   108의 구라格 재방형. 함께 걸으면 심심찮다.  행복 바이러스 매개체... 끊임없이 이어지는재담. 입담의 힘.힘

 

  저 멀리 북한산 보현봉이 보이고 휘돌아가는 성벽길을  진호형과 이회장은 뒷짐을 진채 환갑노인네의 어그적 폼으로 걷고 있다. 다음 번 코스는 좀 타이트하고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그런 코스로 정해야 할 필요를 두 사람이 연출한다. 하지만 이석범형이 있어 그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이 힘든 구직난시대에 두 아들을 모두 굴지의 기업에 취직시킨 행복한 애비 영재형. 이제 참한 며느리 보늘 일만 남았는 데, 그게 그리 바라는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바빠서 장가갈 준비를 못 한다는 요새 젊은이들. 장가들면 또 그만인가? 석범형은 "그 자식은 몇 년 째 뭐 하고 있나 몰라?" 한다. 밤에도 바쁜 일로 작업을 못하는 겐지 안하는 겐지... 손주 손녀 볼 일이 요원하기만 하다나...

 작년에 10년 넘은 귀농의 터에 새 집을 마련했다.  산수유꽃이 제일 먼저 피는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 꽃 마을이다.

 성벽길을 걸으며 잠시 성벽옆으로 이어진 시간이 멈춘듯 한 7~80년대 건물이 빼곡이 들어선 산동네에 눈길을 돌린다. 옥상 위와 처마 곁에 널려있는 빨래가 정겹게 다가온다.

 

   맨 앞에 손주식兄이 어제 마신 술이 들 깬 채 앞장서 걸으며 가난했던 70년대초  학창시절,  궁핍했던 자취방이 있던  이 부근에  별다른 향수와 감회를 느끼는 듯.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사진. 한데  변태인지. 요즘 이런 류의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를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파파라치가 있는 게다. 사진의 삿길이다.

 지난 번에 이곳을 지나면서도 느꼈지만 동대문 입구에서 이곳 까지 화장실이 없다. 여기쯤에 하나 있으면 싶고, 아니면 이 곳 아래 주유소나 한성대입구역의 화장실을 안내하는 안내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성벽길이 끊어진 곳,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린다.

   재방 구라兄의 이어지는 재담.  삶이 늘 보장되는 것이 아니니 ... 교수형을 당하는 자의 에피소를 예로 들며. 못내 이룬 한들이 있을지니...

아름다운 여인을 취하는 데 재지 말것 절대 주저하지 말 것. 우선 나중에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고...또 뭐더라... 세 가지 였는 데... 이런 류는 들으면 곧 잊고 마니. 나는 도대채 구라쪽으로는 재능이 없다.  이 시대의 재사 조용헌칼럼니스트가 언젠가 口羅의 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백기완 김지하 등 우리시대의 口羅의 巨人에 대해 언급하면서. 구라에도 격이 있고...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있어야겠고 타고난 탈렌트가 있어야 하고 호방함이 있어야 하고...

해서 주위의 사람들이 즐겁고. 마당만 깔면 끊임없는 이야깃 거리..

     이석범형, 그저 잠시 틈만 나면 꺼내 문다. 이젠 홀로인 듯 하다. ㅉㅉ 아적 그걸  어쩌지 못하고...

 

  천천히 옛골목길, 천사1길을 내려 간다. 승용차 한 대면 막히고 마는 골목길. 생계형 1톤트럭인듯 한 차량이 골목을 온통 막아서 있다.

 

 

   한성대 입구역을 건너서 혜화문 앞에서 다시 기념 사진 한 컷. 늘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친구들. 행복할 준비가 다 되어있는 기다.

 

        혜화문에서 잠시 실종된 성벽. 아마도 세종조에 축조된 형식인 성벽의 석재가 때로 교회건물의 축대로 때로 연립주택의 축대로 남아있다.

 

   서울과학고 앞에서 약속시간인 7시까지 시간여유가 있어서 성북동의 길상사를 찾아 나섯는데, 잘못 들어선 길에서  만해 한용운 선생의 고택 심우장길을 만났다. 때로 잘못 들어선 길목에서 보물을 만나고 아름다운 가인을 만나기도 하는 법

 

 

   측면 한 칸 전면 네 칸의 아담한 한옥. 10평이나 될까?  살짝 들여다 본 내부는 검소하지만 격조와 거인의 기품이 그 자취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래서 아담하지만 혼이 서린 고택이란 느낌이다.

  고바우 석범형과 취월당 구라형이 구라형의 당진 고향땅에 신축할 집의 당호를 취월당으로 하느니 해창당으로 하느니 이야기를 나누는 듯.  꿈이 있으니 이루어 질 게고.  바다로 창을 낸 달빛을 안는 집 짓거든  달 뜨는 날 차 한 잔,  막걸리 한 잔 하자고 기별 주실려우?

석범형은 궁둥이를 붙였다 하면 담배 피우는라 늘 분주하다

 

 

   고택을 나서서 다시 성북동 고갯길을 돌아 올라서 길상사를 찾았다. 요정을 개조하여 법정스님이 축조한 사찰이라고 알고 있다. 요즘 법정스님이 폐암으로 병상에서 사경을 헤메고 계신다고 한다. 아직은 좀 더 시 시대의 큰 정신적 지주로 남아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서 쾌차하시길...

 

 

   솔바람이 닿는 곳에 천불화가 놓여 있다. 요정시대의 건물인듯 한 느낌. 권력과 부의 뒷거래가 애욕의 탐으로 분출하며 끝간데 없던 곳. 모두 성불하셨을까? 그네들 지금쯤은...

 

 

 

 

  절 한 켠의 휴식공간에 잠시 자리를 하고 이회장이 싸가지고 온 곶감과 떡 석범형의 갖가지 약재를 달인 물 그리고 커피 재방형이 가져온 귤로 요기를 하고 성북동 언덕길로 내려선다.

            와룡공원을 오를즈음 어둑어둑 땅거미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이곳부터 약간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석범형이 뒤쳐지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이.  담배를 끊던지... 술을 좀 덜 하던지.  원래 낙천적인 성격에, 거저 만사가 좋은게 좋은 거고 . 맺고 끊지를 못하니. 나이들며 나이살을 감당하기 힘들다.

  어이! 거기 석범형, 빨리 좀 와. 

   어둠이 내리는 성북동 뒤로 서울을 동편으로 감아도는 수락산 불암산 능선이 이어지고 성북동 부촌에는 하나 둘 불빛이 켜지는 데... 주식형 이제쯤 엇저녁 과음하신 게 좀 풀리셨나 모르것네.   아직 昨醉未醒?

  성벽 안으로 들어와 말바위 전망대에 서니  서울의 야경이 시작된다.

  빛이 부족하여 혹 떨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후래쉬를 터뜨리지 않고 한 장 찍어냈다.

  한정식 소선재에서  2차에 합류한 동기들과 함께 오랜 만에 한 잔을 나누고 헤어지기 전. 다시 한 장 추억을 담는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다. 이리 한 번 모여 활짝 웃으면 지나간 젊음을 다시 찾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니까... 어 한 명 누락.

 됏네. 자 다시 한 번 웃으시고...

  아직 한 명 더.  거기 콧수염.

19174

 

 

  오늘 결산을 해야재

               소선재  식대            643,500                                               정수복 동기 찬조   200,000

               창신시장 순대국집     20,000                                               조한종 동기 찬조   200,000

                                                                                                     경비 집행              263,500

                                           663,500                                                                          6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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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참석자:  목진호 이이상 이석범 이영재 이재방 손주식 홍종섭 최건용     8명

     2차 참석자:   김승중 김충렬 안윤주 이인복 전창재 정수복 정만수 정진오  정찬주 허민영   10명   계 1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