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농가실습과정이다. 아침 새벽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상주를 향한다. "행장은 가벼이!" 여행의 철칙을 떠남의 순간 벌써 어기고 있다. 기실 아무 것도 필요 없는 데... Jesus Christ도 빈 몸으로 떠나라고 가르치셨건만...
10.25. 월 7~18 ℃ 구름 조금
한운농장에 8시 30분경 도착. 김인남 선생과 인사를 나누었다. '閑雲 農場'은 어제 오이묘 정식을 마쳤다고 한다. 이제부터 한운농장은 결코 한가롭지 못할 듯.
식재 후 하기재배엔 27일 , 동절기 재배에는 40일 후 첫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묘목의 활착효율에 따라 식재 후 40~60일까지 출하시기의 편차가 있으니, 재배관리에 따른 20일의 차이는 비용과 수익면에서 엄청난 결과를 나타낸다.
한운선생과 주변 한 바퀴. 함창읍사무소에 들렀다. 읍장님의 격려를 받고. 지난 세월 명주의 고장을 나타내듯 활짝 핀 메리골드꽃 가운에 누에상이 놓여있다
4연동으로 새로 지은 도시민귀농4기 서정덕씨의 하우스 내부. 땅 만들기등 정식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오전 중에 안성육묘장으로 부터 7,000여개의 오이묘가 도착하여 내일 정식을 할 준비에 바쁘다.
예지농장 둘째 딸 지원이. 초등학교 5학년. 오늘은 수업이 없는 날이란다. 멀칭비닐에 뚫어놓은 비닐을 벗겨내는 손이 재다. 이어서 오이묘를 포장 재식지점으로 옮기는 작업을 잘도 한다. 시골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오이를 심을 준비가 다 되었고, 추위에 대비한 하우스 내 난방설비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 번 주 한 차례 이른 추위가 온다고 하니 난방설비도 바로 가동되어야 한다. 난방설비 엔지니어들이 여기저기 하우스농가의 난방설치에 바쁘고 에프터 서비스도 도시의 그것과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시골에서 에프터서비스를 받기에는 농장주의 기다림과 불편함을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한운농장 하우스 안으로 저녁 햇살이 비껴든다. 작년 作期는 09.10.20.~ 2010. 7.10. 까지. 올해는 10.24. 정식을 하였다.
오이, 관수 관리가 핵심. 92%가 물. 농기계과정에서 "농업은 물 장사다!" 했었다. 온 습도 관리도 중요하다. 오이는 원산지가 히말라야 산간. 의외로 서늘한 날씨를 선호한다고 한다.
숙소와 식사문제에 봉착. 어찌어찌 숙소를 정하고 샤워를 한 후, 한운선생이 매일 저녁 만남을 갖는다는 다방에 나가 늦은 시간까지 오이강좌....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에고! 피곤하다. 피곤하다며 내가 먼저 그만 쉬겠노라고 청하고 여관으로 돌아와 함창의 첫 밤을 맞는다.
오이의 적정생육온도, 최적온도, 광합성 co2관리, 일사량과 매일의 온도관리, 식재 후 치료, T/R율, 영양생장 생식생장, 고랑의 짚 기능 등등 미쳐 따라가지 못하는 오이의 생육에 대한 공부.
10.26. 화 2~9 ℃ 맑음
오늘은 함창읍 장날이다. 아침공기가 차다. 시골에서 아침밥을 사먹기가 녹녹치 않다. 몇 군데를 돌고나서 장터입구 식당을 찾아들어 아침해장을 하는 장꾼들과 함께 백반을 먹었다.
아침 바람이 세다. 아침 햇살 속에 농로길 길섶에 키높이 자란 억새가 바람에 눕는다.
콤바인이 벼수확 제철을 맞아 정신없이 이 배미 저 배미 누비며 바쁘다.
아침을 먹고 서정덕씨 하우스에 도착하니 동네 아주머니들의 빠른 손놀림이 벌썰 열여섯 이랑의 반을 넘어서 오이묘를 심어 놓았다. 오이묘를 나르고 오이포트를 정식할 구멍에 하나씩 배분하는 작업을 하며 그네들과 함께 했다.
농번기 시골에서 놉(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웬만한 일은 농사일에 골병이든 그분들이 거부하신다. 이제는 돈보다 건강과 행복이 더 필요함을 그분들도 깨달았다.지난 세월 힘든 일에 찌든 육체는 때로 한웅큼씩의 약으로 겨울밤을 지내기도 한다.
한운농장의 하윤연여사. 일손이 정말 재다. 한운농장의 어려운 일을 거의 도맡아 한다.
예지농장 안주인. 아직 일이 손에 설다. 도시생활에 읶숙한 그녀에게 햇볕 아래 매일의 노동이 분명 힘겨울 게다.
예지농장 농장주 누이. 바쁜 도시일상을 잠시 접고, 함께 일을 거들을 남성인력을 동반하여 이곳에 내려와서 두 손 걷어 부치고 오이정식일을 도왔다.
"예쁘게 찍어주세요!" 열심히 일하는 그대가 어찌 안 이쁠 수 있소 그래.
"내도 소싯적엔 동네 총각 대여섯 가슴앓이나 시켰지요..." ㅋㅋㅋ. 아름다운 추억이 많아야 노년이 행복한 게죠. 할매
10:30 경 오이정식을 모두 마쳤다. 참 빠른 그녀들의 손.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계절. 벼수확에 곶감농사에 상주는 요즘 한참 바쁘다.
아점?
閑雲선생 그제 정식한 오이묘를 하나 하나 일별하며 관수를 하고 있다. 그저 평범한 물 주기가 아니라 오랜 경험에 바탕한 한 묘 한 묘에 대한 주의 깊은 살핌이려니.
예지농원의 오이묘 정식도 혹 드러난 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등 사후작업까지 마쳤다.
잠시 짬을 내어 2년 전 인연을 맺은 문경시 가은읍 상괴리의 황대섭씨 곶감농가를 찾았다. 밝은 가을 햇살 아래 덕장의 곶감이 황금덩이인양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풍요의 가을임을 상징하듯..
한운농장과 예지농장이 100여m 상거로 나란히 자리한 서편 나즈막한 야산자락으로 하루 해가 저문다.
읍사무소 앞의 여관이 불편하다며 이웃 문경시의 24시찜질방이 좋다는 함께 숙소를 사용하는 허용씨의 권유로 인접한 문경시의 24시 스파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10.27.수 -4~13 ℃ 맑음. 한파 첫 서리. 첫 얼음.
새벽녘 한기로 깨어나 뒤척이다가 스파를 나서니 동녘이 밝아온다.
서리 내렸다
RPC 공장 출입구를 로더로 막아버렸고, 대기중인 나락운반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저녁에 집에 가기 전에 설정해 놓은 온도에 따라 하우스 내 온도가 잘 관리되고 있다. 현재기온 16.3℃ 조금 전 내가 하우스에 들어오기 전 온풍기가 한 차례 더운 바람을 뿜어냈다.
묘상의 아기오이들이 아직 새벽잠에서 덜 깻으렸다.
하우스 밖으로 나와 아침 해를 맞이한다. 서리내린 찬 들판 위로 점점 붉게 광휘를 더하는 해가 떠오른다.
위대한 태양에너지가 하우스 위로 퍼져가고 있다.
천년의 고도 명주의 고장 함창읍. 읍내로 들어서는 구도로 입구
한 때는 북적이며 함창읍의 관문이었을 퇴락한 역사(驛舍)
직원 없는 함창역. 驛舍는 우리가락 전통타악기를 수련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하루 4차례정도 정차하는역. 누가 가꾼 화단인지 잘 가꾸어진 백일홍 화단이 서리폭격을 맞았다.
인적없는 이른 아침의 퇴락한 역사정원에 가을 햇살이 외롭다.
청사초롱식당이 없었으면 함창객지에서 아침 굶을 뻔. 바깥양반 조반식단에 곁들여 채려주시는 60대 중반 장터주모의 푸짐한 아침식사. 5,000원.
첫 얼음
지온측정기 적정지온도 중요하다.
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낑낑이" 하여사님의 돌봄으로 잘 자란다. 젖꼭지인양 손가락을 빨아대는 놈의 혀에 손가락에 찌릿 전율이 전해져 온다.
장정 몇 사람 몫의 일을 하는 하여사.사다리를 옮기고 보조를 하며, 때론 곡예에 가까운 어려운 일을 후닥딱 끝내 버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운선생은 잠시 잠깐씩 시범만 보이고, 모든 일은 하여사가 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허용사장을 따라서 이안면의 곶감농장을 찾았다. 이곳 오이하우스는 한운농장보다 10여일 안팍 조기에 정식을 한 듯 하다.
잎 떨구며 가지마다 황금 열매를 매달은 감나무 아래서 어쩌다 눈에 띠는 홍시를 따서 한입 베어 물면...
아! 행복한 계절
10월 9일 정식을 했다는 이웃농가 유인줄을 타고 벌써 한참 자랐다.
유기농 재배인지, 진딧물을 방제하기 위해 천적을 키우는 보리
온실가루이를 잡아먹는 벌의 알이 슬려진 종이. 천적을 이용한 구제
이웃 곶감농가가 바쁘다. 쉴 사이 없이 몰려드는 감상자, 30여명이 넘는 시골아낙들이 깍고 걸고 수선스레 분주하다.
10.28. 목 1~14 ℃ 맑음
자동분무 장치.
자동분무장치로 옆면살포를 하며 기계상태를 점검하는 서정덕씨
열심히 손맞춰 일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예지농원에 이웃한 여름작기가 끝난 '장광선'씨의 오이하우스. 한운선생과 동기이고 같은 작목반으로 오이농사를 짓지만 출하량과 순소득은 한참 밑돈다고... 똑같은 농사를 지으며 農經의 효율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아직까지 출하량은 적지만 조금씩 출하가 이뤄지는 듯. 영하의 기온이 지나갔는데도...
콤바인이 바짝 마른 나락을 베어 들판에 나락먼지를 일으키고 가을햇살은 점점 기운다.
온풍기와 자동분부기 자동점적기 등등 하우스안 기계의 관리와 수리도 혼자 해내야 한다. 응급조치도 해야한다. 잘못하면 일년농사를 망칠 수 있다. 초년차 농부, 쉽지 않은 일이다.
100여m 거리에 멘토를 둔 서정덕씨는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된다. 급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고 응급처방도 받을 수 있으니...
지난 작기(作期) 농업인턴으로서 꼼꼼히 일지를 적은 것도 큰 도움이 될 게다.
그녀의 일은 끝이 없다
시집간 딸 둘, 카나다 유학을 보낸 막내딸, 딸 만 셋을 둔 딸부자 하여사. 지금은 "찡찡이"가 유일하게 포장에서 그녀와 함깨하는 반려동물.
안동의 농림사관학교에 다녀온 한선생, LED조명을 이용한 농법 세일즈맨과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새로운 농약이나 농자재 농업기술을 수용하되 저들의 상술에 근거한 농락에는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
10.29.금 -2~17℃
이틀만에 아침해를 담고싶어 이른 아침 들판으로 나왔다.
사과과수원을 지키고 있는 멋쟁이 미녀마네킹
하우스 옆에 있는 볏짚을 서정덕씨 하여사와 함께 운반하여 하우스고랑에 펴는 작업을 했다.
서정덕씨의 트랙터. 중고를 8백만원에 샀다고...
고랑에 옮겨놓은 볏단이 빠른 하여사의 손으로 어느새 고랑에 골고루 펼쳐졌다
농장주 한운선생은 어제에 이어 오늘은 안동농민사관학교학생의 가을 체육대회 참석차 구미로 갔다.
주말 산청의 김기현씨 유정란농가 실습지를 방문하기로 해서, 하우스 밖에 쌓인 볏단을 안으로 옮겨놓고 3시경 산청으로 출발.
10.30.토 3~17 ℃
산청 이태희씨 유정란농가 전경. 농가 뒤로 생태 대안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아늑한 공간이다.
아침해를 맞으려 집을 나서서 계곡 위로 걸으며 동편으로 아침노을을 바라본다.
이곳 산청도 곶감산지이다. 산비알 곳곳이 감나무로 가득하다. "저 많은 감을 누가 다 따나?" 그저 눈에 띠는 사람이 할머니들 분인데...
억새와 산국 향기 가득했던 산길.
닭들이 아침모이를 기다리며 수선스럽다. 첫 새벽을 여는 "꼬끼요"이후 벌써 두어 시간은 좋이 지났다.
하루 한 차례 배식. 두당 120g? 조명관리는 안 해준다고.. 자연에 가깝게 ..
이제쯤 닭들과 친숙해진 김기현씨. 처음에 사료양동이 들고 들어서면 달려드는 닭떼에 당황도 했더라고...
낳아 놓은 알을 수거하고
사료와 쌀겨를 여러 자재와 섞어서 바료한 것을 더하고 굴껍데기 칼슘재를 더하여 배합사료를 만든다.
산골짜기를 올라서 산중턱에 아담하게 자리한 대안 간디학교를 방문하여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이어서 신안면의 4기 귀농학교 학생장 박상호씨의 집을 방문했다.
이태희씨의 집에서 실습을 하고 부부가 함께 인턴을 한 인연으로 이곳에 또 다른 유정란농장을 마련했다. 예쁜 안주인이 차려내신 막걸리를 나누며 귀농학교 선후배의 정을 나누었다.
이곳 저곳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알을 낳는 곳도 살피고
....
이놈 "유정(有精)"을 생산하는 놈도 살피고...
행복해 보이는 박상오 지현숙부부의 밝은 모습.
...
;;;
농장 전경 800여평 평당 5만여원에 구입하고, 양계장을 지으며 주민들과 큰 어려움 없었다고...
농장 뒤편의 고사리밭. 여건이 되면 고사리와 곶감등으로 수익작물을 차츰 확대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농장주 박상호씨의 이곳 사람이 그리운 곳에서의 반려 "산청이"반맹인 안내견 리트리버? 눈이 참 선하다. 앉아 하며 앉고 서 엎드려 하면 서고 엎드린다. 충성하고 배신하지 않는다. 때로 돌봄에 미흡해도 삐치지도 않는다. 늘 낙천적이고 행복하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놈에게서 배울 점.
...
이태희씨 집처럼 이렇게 지붕에 풀이나 화초를 가꾸면 어떨까? 보온효과 열차단효과가 좋지 않을까? 방수와 무게를 견디게 설계된다면 ...
이태희씨 지붕 위로 올라가서 "김기현"에게 산청의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한 포즈" 부탁했다. 멋진 모델.
엇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주석에서 잔을 나누며 그가 로맨티스트라는 느낌을 받았다. 거친 농사일을 해내기에 아직 너무 도시적인 남자. 과민한 노파심일까?
유정난 한 박스를 사고 집으로 향한다. 농장 뒤 언덕바지에 나이 지긋한 두 노인네가 감을 따고 있다. 농장식구들이 함께 가서 감 따는 일을 돕는다. 나는 농장 안주인과 하직인사를 하고 농장에 마실 온 마을 할머니를 따라 돌아오는 길 그댁 감을 사러 할머니댁을 방문. 힘겹게 나뭇가지 위의 감을 땃는데 시골인심이 만만찮아서 품질이 고르지도 않은 것 한접에 내 노동은 감안하지도 않고 시장시세로 5만원을 내란다. 그냥 돌아서 나올까 생각하다가 혼자사시는 노인네에 생각이 미쳐 그냥 사가지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내내 언짢았다.
일요일 텃밭에 나가 콩을 베어 말리고, 저녁 늦게 감을 깎아 뒷베란다에 매달았다. 식탁에 앉아서 바라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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