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월 7~18 ℃ 맑음
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 지난 여름 참 지리하게도 비가 내리더니 가을로 접어들고는 화창한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덕분에 오이잎 광합성공장은 쉬임없이 가동된다.
오늘 이곳 실습농장 2주차 첫날 이다. 한운농장주 김이남씨는 일본에 연수가고 부인 하여사님만 유인줄 작업에 여념이 없다. 예지농장도 주말사이 볏짚을 고랑에 깔아놓았다. 정식 D+6일 이제쯤 오이묘도 자리를 잡고 쑥쑥 커갈 준비를 할 기다.
예지농원 안주인이 로마검투사의 복장인듯한 차림으로 유인줄 매기에 바쁘다.
오후 한운농장의 벼베는 날.
콤바인이 모퉁이를 돌아서 멈춰서면 갓도리하여 쌓아 놓은 벼를 작업벨트 안에 잽싸게 날라주어야 알곡이 타작이 되고 수확작업이 빨리 진행된다.
매케한 나락먼지를 일으키며 장정 여럿이 하루나절 걸릴 논배미를 순식간에 수확하는 콤바인. 저 작업을 허리를 굽혀 낫으로 일일이 베던 시절이 그리 멀리 지난 이야기가 아니다.
수확이 끝난 들판 너머로 日落西山. 우리 주변에 늘 이리 아름다운 대자연이 연출이 있다. 우리의 바쁜 일상이 무심하게 그러려니 지나치고는 하는..
11.2. 화 4~13 ℃ 맑음
지인의 권유로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 올해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정진규시인의 시학강좌를 들었다.
'論語' 雍也編의 "持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也" 알다/좋아하다/즐기다 를 주제로 특강
특강을 마치고 안성 금광호수변의 한정식집을 찾아서
招 財 進 寶 세 글자의 조합. 나는 차라리 가난을 벗하는 비움의 삶을 지향하누만...
오찬을 나누며 시와 사랑에 대한 담소
11.3. 수 0~14 ℃
아침 유인줄 걸기작업에 분주한 하여사
정식 후 D+10 오이가 많이 컷다. 이제 땅에 뿌리를 제대로 내린 오이가 본격적으로 영양생장을 하고 있다. 쑥쑥 커가는 기가 느껴진다. 빨리 유인줄을 매어 주어야 한다. 옆으로 쓰러져 있는 개체는 자칫 이렇게 박과 접목된 부분이 땅에 닿아 오이의 뿌리가 새로 생성될 수도 있다. 또 옆으로 기는 것과 유인줄을 타고 수직으로 자라는 것은 성장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벌써 다섯 마디까지 컷다. 마디마다 암꽃이 애기오이를 달고 있다.
일곱 마디 째부터 오이를 달고 그 이전의 것은 전부 적과해야 한단다. 생식생장 이전에 영양생장을 충분히 하여야 나중에 튼튼한 몸체를 바탕으로 생식생장의 밑힘이 되어 줄 수 있다. 포기마다 유인줄을 매주고 너댓 개의 오이를 적과해주고, 그려러면 손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지 계산이 나온다. 8000여 묘에...
예지농원과 조금 다른 검투사의 복장. 예지농원 초자 검투사와 한운농장 백전노장 두 검투사가 40여일 후부터 대적을 하면... 아무래도 백전노장이 一當百.
예지농원은 한운농장과 이틀 사이로 늦다. 처음에는 오이묘의 성장에 차이를 못 발견하겠더니 이제쯤 이틀간의 차이가 현격히 드러난다. 예지농원도 유인줄 작업에 바쁘다. 상주는 지금 곶감철이라 일손 구하기는 어렵고 아직 일이 서투른 예원엄마의 손길은 늦기만 하다.
한운농장, 그제 장광선씨 댁에서 가져온 짚단을 고랑에 옮겨 놓았다. 하여사님 유인줄 이음작업이 거의 끝나간다.
이웃한 장광선씨 하우스를 찾았다. 부인 혼자서 유인줄 매기에 여념이 없다. 오이농사의 대부분은 여인네의 손길이 필요한 듯 하다.
남정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농사. 하면 서정욱씨 부인 능력의 1/3이나 될까 말까 한 내 처의 능력. 게다가 경추디스크로 무거운 것을 못들고 힘든 일은 못 하고, 나이 들고....내 오이 농사는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잎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하는 원인은?
오후 늦게 문경읍을 둘러보고 주흘산 자락의 염색농가를 찾았다. 천연염료로 곱게 물들인 한복 옷감의 색감이 좋다.
함창시장 앞 청사초롱식당에서 혼자 소주 반병을 반주로 저녁을 먹다. 잠시 처량하다. 서정욱씨는 농약을 친 후 몸이 안 좋다고 하고, 허용씨는 禁酒 중이고... 잠시 혼자 처량하다. 이곳 토속어로 "서글프다", 나이 들며 때로 혼자서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11.4.목 0~16 ℃
청사초롱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5일장이 벌어지는 함창시장을 둘러본다. 곶감말랭이를 널고 있는 할매
언제쩍 국수공장일까? 이층에 국수발 대신 곶감줄이 걸렸다.
호박고자리도 널려 있고
와우! 저 艱難의 시절 , 늦가을 영양부족인 우리네에게 주전부리이자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던 "메뚜기 튀김" 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무말랭이도
수확의 계절, 바쁜 일손 사이사이 우리네 농촌 아낙들은 이렇게 대지의 소출을 알뜰히 챙겨 가난한 밥상의 곁찬으로 준비를 하였다.
이제쯤 들판의 나락수확도 뜸해졌나? 콤바인이 한가하게 주차돼 있다.
두평 남짓 시장통 보리밥집 매물로 나왔네.
한운농장 하여사님 유인줄작업이 아직 까지...
예지농원의 오이묘 일부가 약해를 입은 모습.
지중온도 측정계와 온도계가 기기마다 측정에 오차가 있다. 제품이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못하였다고 한다. 장소에 따라 크게 편차가 나서 한데 모아 측정을 한 후 반품을 하려고 한다고....
오전에 유인줄 작업을 하고
오후 괴산의 솔뫼농장을 찾았다. 괴산 가는길 백두대간의 늘재를 넘는다. 좌로 속리산 우로 청화산. 늘재 동편으로는 낙동강으로 흐르고 서편으로는 한강으로 흐르는 물줄기로 나누인다.
이곳을 기점으로 하여 2008년과 2009년 백두대간길 속리산을 올랐고 청화산을 올랐다. 감회가 새롭다
눌재 정상에 몇 백년은 됨직한 음나무(엄나무) 거목이 우뚝 서서 고개를 지키고 있다. 어린 나무일 때, 온 통 가시로 덮여 있지만 어느 정도 성목이 되면 수피가 가시를 털어 내고 매끈하다.
分水領.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하고...
강이 산을 넘지 못하여 물을 나누는 그 경계로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 달린다.
괴산 솔뫼공동체 인근 카톨릭수사 신부님들이 지은 한옥의 생태 화장실 내부.
외관
문경시 가은읍 원북2리의 생태화장실. 귀농하여 가난한 삶을 즐기는 퇴직 은행원의 삶의 터다. 정면으로 백두대간에서 슬쩍 비켜난 뇌정산을 바라보고 북으로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가은읍의 진산 희양산봉우리를 접하고 있는 명당.
원북리 유기농 우렁이작목반의 젊은 귀농인 장기호씨가 벼수매 창고 나락저장에 바쁘다.
하괴리 황재섭씨 곶감농장
동리 아낙들 공동작업. 하루종일 감을 깎으며 밀린 수다를 나누다 보면 이웃집 밥숫갈 숫자를 헤아리고... 그집 바깥양반 주사버릇까지 알 수 있다.
황금덩이 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채 건조한 가을 대기 속에 숙성되어 간다. 저녁 처량하게 혼자 치를 저녁식사를 생각하고는 잠시 머물어 감상자를 나르고는 저녁을 함께하며 동네 소식도 듣고 숙소로 돌아왔다.
11.5. 금
엊저녁 한 잔 하고는 술기운에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울적한 마음에 가슴 바닦에 깔린 것을 툴툴거렸다. 사람은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의 고통이나 침해를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다. 아침 거울을 보며... 요한 크리소스토모.
이른 아침 함창읍 5일 장터
이제 오이와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정식후 D+11, 아주 조금 그 모습을 바라본 것으로 실습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 부분을 보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은 나름의 역량이려니... 그게 또 우리네 모든 교육과정의 현실이자 한계.
이웃 夏期作期 오이하우스 "장광선"씨가 서리 내린 후 아마도 마지막 출하일 듯한 오이상자을 차에 싣는다. 하직 인사를 하고는 스무나문 상자 상차하는 것 몇 상자를 옮겨주었다. 오이농사에 대한 조언과 함께 귀한 오이 한 상장를 선물로 준다.
돌아오는 길 원북리 헌집수리를 하는 희양산 우렁이쌀 작목반원들에게 반을 나누어 주고 집에 가져오니 처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다. 올여름 얼마나 귀한 오이였던가. 나눔, 되돌려 받지 못할 나눔. 함창의 모든 기억이 그 나눔의 정으로 따뜻하게 남는다.
오이 안녕!
새로 힘든 오이농사를 시작한 예지농원의 5기 서정덕부부의 건투를 빈다.
돌아오는 길 가은읍 하괴리 함박농장. 이틀 전 하괴리 황이장님으로부터 소개받은 곳에 잠시 머물렀다. 1400평 하우스를 짓고 있다. 조금 늦어지는 작기. 현대차 '베라쿠르스'가 주차장에 서있다. 부를 생산하는 영농인이다. 마늘을 까고 있는 부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떠나왔다.
희양산의 멋진 모습
희양산 자락에 자리한 "병호"씨의 보금자리. 자연의 품 속에서 절제와 모자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40대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참 소박한 이네들 살림살이.
8년을 어찌 이 추운 희양의 자락에서 지내왔을까 싶은 그네들 보금자리. 작목반원들의 품아시로 차례차례 리모델릴 중이다.
내가 귀농하여 터를 잡을 곳에 비하여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이네들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준비해간 막걸리와 맥주로 참시 새참을 함께하고
더 나눌 게 없어 함창 장광선씨가 준 오이를 병호씨 처에게 덜어 주니, 좋아라 하며 작목반 반원들과 나누어 먹겠단다.
희양의 위용이 산국향기 가득한 늦가을 하늘 위로 우뚝.
돌아오는 길, 어느 저수지 수면 위로 연무 속에 지는 해가 붉은 길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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