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화천한옥학교

여섯째 주- 촉촉히 내리는 봄비 단비

後凋1 2011. 4. 23. 21:11

4.18. 월  6℃~9℃ 

  봄비. 먼 산에 하얗게 쌓인 눈, 서까래 깍기 장연, 단연.  전체 회식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새벽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난 주 산자락에 피었던 진달래 이번 주는 중턱까지 많이 피어 있다. 다음 주는 정상까지 만개할 것 같다.

 노간주나무. 머릿속에서 오물대며 떠오르지 않던 나무이름. 어떤 낱말, 꽃이름, 친구 이름 등이 때때로 한나절 또는 며칠씩 기억창고에서 반출이 안 되어 기억해내느라 애를 쓰고는 한다. 이 노간주 나무가 그랬고 '얼레지'가 그랬고... 뭔가 대상과 어떤 이야기를 엮어야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된다. 나이 들며 새로운 정보가 머릿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존의 어떤 자료와 함께 가공되어서만 새 정보가 쉬이 입력되어 뇌리 속에 남는다.

 

  정상 암봉에 50여분만에 도착.  비구름이 먼 산 능선에 걸려있다. 카메라 메모리칩을 두고 오는 바람에 사진을 몇 장 찍지 못했다. 이참에 사진 찍느라 미처 눈으로 찬찬히 살피지 못했던 이곳저곳을 새롭게 살피며 하산길로 접어든다.

  지난 주에 이어 단연 깍기. 단연이지만 장연보다 길다. 잘라서 쓸 예정이기 때문. 12자X4치  9자 4치를 깎을 때보다 3자가 더 길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서까래 굴곡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 작업공정은 더 수월하다.

  거친 원목. 내일 다시 깍아야 할 것이다.

 오늘 작업 마무리. 지난 주에 못 깎은 장연 20개와  단연 39개를 깎았다. 단연 56개를 더 깎아야 한다.  장연 150개 단연 95개.

 나중에 단연 5개를 더해 100개를 깎았다.

  하루종일 내린 비가 앞산 죽엽산 봉우리에는 하얗게 눈으로 쌓였다.

  오랜만에 28기 교육생 모두가 자리하는 회식자리를 갖자는 의견의 일치. 화천읍으로 파로호를 돌아들어 가는 길 호수 건너 산봉우리가 하얗게 눈에 덮인 채 비개인 서쪽 하늘의 햇빛을 받아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마치 한겨울의 설산인양  비갠 서녘하늘로 지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기 그지 없는 먼산의 능선. 차를 호숫가에 세우고 모두 내려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그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1조의 멋쟁이 "안오상"아우님을 모델로 세웠다. 모델료 달라나?

  28기 전체가 갖는 첫 번째 회식. 삼겹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힘든 노동으로 타는 목에 술잔이 거퍼 목젖을 적시며 넘어가고...

          그리고 우리 사는 얘기들...

           대조적이 두 사람의 모습. "노태형" 씨 꼼꼼하고 섬세하고, "박한용"씨 "어이" 아우, 소탈하고 분방하고...

        1/n, 도망칠 수 없는 근거 자료. 또 누군가는 박색이어서 함께 그 분배에 함께 할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한 반박 자료들.

 

   "어이" 아우님이 제일 신나게 놀았구마...   '1/n 에서 나는 빼라' 하드만.

 

4.19. 화 1℃~15℃

  단연(12X4) 깍기

 

    단비, 꽃비가 그친 화창한 아침

       오늘의 새로운 진도. "옆구리!"   검도의 엑기스만을 밀도있고 읶히기 쉽게 지도해 주는 회장님.

   치목장 옆 계곡에 담수시설이 설치된다고 작업이  한창이다. 한 여름 풀장도 겸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부터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서 애로를 겪었다. 지하 암반 60m에서 60m를 더 뚫고 들어가 풍부한 암반수에 파이프를 밖았다고 한다.

  점심시간  공정별로 모탕 위에 놓여진 부재들

멋쟁이 "석총무",  서까래 깎는 자세가 28기 중 가장 멋지고 그래서 능률적이고... 모든 일에서 폼이 제대로 나와야 되는 기라.

  3조 부치목장 "김중하"아우가 홈대패로 깎아놓은 1공정 후의 서까래. 전기대패 작업이 쉽다. 뒷공정을 배려하는 섬세한 작품.  뛰어난 목수의 자질이 엿보인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몸매.

  앵두꽃 사이로 죽엽산 정상 뒤로 먼 산의 눈은 아직 녹지 않았다.

  3조 조장 "신규식" 맏형. 德長이다. 꼼꼼하게 마무리 손대패질에 열중하고 있다.

 "김중하" 아우, 말이 없고 늘 힘든 일의 자리에 있다. 28기 파워의 원천.  28기 3조의 일사불란한 작업 모습.

 

 

  

   마무리 작업에 열중하느라 점심식사도 잊었는가? 그렇게 쉬임 없이 일을 하니 입이 부르틀 수 밖에...

 

     간식. 오늘은 컵라면.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는 治木場 안으로 수불무산을 넘어서는 햇살이 비껴든다.  이제  좀 쉽시다 3조 아우님덜.

  모든 작업에 읶숙지 않은 나는 여기저기 다른 조의 작업을 벤치마킹하며 일을 배운다. 힘센 아우님의 반의반도 일을 해내지 못하고도 오늘 7.5kg 전기대패와 하루종일 씨름하느라 몸이 녹초. 저녁 캐드강좌와 단소강좌를 빠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4.20. 수 穀雨 1℃~20℃

 서까래 깍기 마무리. 29기가 치목장에 올라왔다.  끌 자루 만들기. 오후 주변 텃밭 멀칭작업 감자 옥수수심기. 자유시간

  치목장 위에 텃밭에 고추를 심기 위해 멀칭작업.

 

  숙사 옆 밭에도 감자와 옥수수를 심었다. 밭가에 두릅나무에 두릅순이 올라왔다. 다음 주 쯤에는 먹을 만하다.

 모든 일에 앞장 서는 사람이 있고,조금 뒷전에서 어정거리는 사람이 있고.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 작은 공간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7:3법칙이.. 
 개미나라에 수많은 일개미가 열심히 일을 하고.병정개미도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딜가도 마찬가지...게으름피우고 말썽피우는 개미들이 있으렸다? 그래 그 말썽 피우고 게으름 피우는 놈덜 다 제거해 버리니까!  놀랍게도  남아있는 일 잘하는 개미들 중에 다시금 그 비율만큼의 건달들이 생겨나는 기라...

 

4.21. 목 05:00 3℃~18℃

 

 깨어나면 왼손 마비 비슷한 증상이 며칠 째 계속된다.. 여러 번 주먹을 쥐었다 편다.

끌갈기 끌자루 만들기

  진도견 두 마리가  본관인 創新堂 앞 잔디밭에 앉아있다. 누군가 이름을 붙여주었다. 동국이 원학이 라고.ㅋㅋㅋ

   아침 조회, 체조

 엔진톱 날세우기가 쉽지 않다. 버려진 목재를 이용한 날갈기틀 사용법.

  "박한용, 어이"아우님. 그는 시키는 일에는 뒷짐스타일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는데, 자율적인 일에는 몰두하는 모습. 프로기질?

 

  '필호' 대장간

 

 

 

 5조 하루종일 대팻날 갈기에 여념이 없다. 손가락이 뻗뻗하도록.

 2조도 자루만들기를 마치고 본격 끌 연마에 돌입

  

4.22. 금 04:00 7℃~10℃   일출:05시45분 일몰:19시11분   일조시간:13시간 26분

   하루종일 비. 끌 날세우기. 봄비가 내리며 날씨가 으쓸하다. 내복을 입었는데도 추웠다.

 

  비가 내린다. 봄비 치고는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기상대 예보. 학교 지붕 위로 좌편 병풍산과 우로 죽엽산을 잇는 방천리 넘어가는 고개길이 낮게 내리깔린 비구름에 보일락말락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듣는 소리가 정겹다.

  이어지는 날세우기 작업. 목수의 길, 작업의 능률의 바로미터 연장의 예리함. 그것을 위한 지속적인 연마 연삭.

  비가 오니 27기 선배들이 현장 작업이 취소되고, 개판을 깎는다. 29기는 서까래 작업. 치목장이 비좁다. 귀를 찢는듯한 기계음이 봄비 속에 요란하다. 춥고 집중이 안 된다.

  둥근끌을 사포로 연마하는 연마의 달인 태형 아우.

  그 중에도 성실표 3조는 연마작업에 한데 눈돌릴 줄 모른다.

  한국의 나폴리 통영, 그 앞바다의 멍게. 그 남녘 다도해의 푸른 파도 속 남해바다의 진기를 머금은 먹거리다. 입안에 침이 돈다.

  양식장에서 멍게를 끌어올릴 때 “바다에 꽃이 핀다”고 표현한단다. 겨우내 푸른 바닷물에서 잠겨 있다가 벚꽃이 바람에 날리고 동백이 뚝뚝 떨어질 때에 그 붉은 몸을 물 밖으로 낸다고. 뭍의 봄꽃이 달콤한 향을 품고 있듯 이 바다의 꽃도 달콤한 바다의 맛을 제몸에 가득 담고 있다. 통영의 앞바다는 봄볕에 눈이 시리고 양식장의 멍게는 화사하다.

 우리나라 일본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단다. 프랑스에서는 비올레(violet)라고 한다나.

 이성수 회장 사모님의 특별한 배려로 이 봄 남녘바다의 진미를 맛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소주 한 잔에 한 절음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에 특유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통영 미륵도 앞 봄바다와의 깊은 프렌치 키스.

 수불무산 산자락까지 비구름 자욱하고 부슬부슬 꽃비 내리고, 술맛 나는 주말 오후다.

 

19212

 

 

  안주발에 거푸 받아 마신 술잔에 얼큰히 취하여 숙소로 돌아와 잠에 떨어졌다.

그리 취중에 온갖 꽃이 만발하는 봄날이 가고 다시 한 주가 지나갔다.